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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금융 사상 최대 스캔들', 금융권에 '모뉴엘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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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금융 사상 최대 스캔들', 금융권에 '모뉴엘 쇼크'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시중은행들 '눈먼 심사'

너무 잘 나가는 벤처 수출기업은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큰 것인가. '무역금융 사상 최대 스캔들'이라는 사건이 모뉴엘이라는 벤처기업에 의해 터졌다. '삼성전자 북미 판매왕' 출신 박홍석 씨가 지분 94.7%를 갖고 있는 비상장사다.

이런 업체에 무역금융공사가 3억 달러를 보증해주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히든챔피언(강소기업)'으로 인증해 금리와 대출한도 등에서 특별 우대를 해주자, 시중은행들은 이 기업이 돈을 빌려달라는대로 마구 대출해주었다.
지난 2007년 세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마이크로소프 빌 게이츠가 "이 기업을 주목하라"고 극찬했던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덩달아 눈이 멀었던 것일까?

하지만 다음 부실 정황을 보면 "부실을 미리 알 수 없었다"는 금융기관들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무역금융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출에 급급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모뉴엘은 창업 10년만에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수출해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거래처는 5곳에 불과했다. 그것도 주력 수출품인 홈시어터 PC와 로봇청소기로 2008년만 해도 매출이 793억 원에 불과했는데, 이후 5년 만에 1조 2737억원(2013년 기준)으로 무려 17배나 매출이 급증했다. 매출이 1조 원이 넘는데 현금흐름은 15억 원에 불과했다.

모뉴엘은 지난 20일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임원들이 잠적해버렸다.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6000억 원을 넘게 대출해준 시중은행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지분 94.7% 가진 대표가 좌지우지하는 비상장사

하지만 한 시중은행은 2012년 말부터 모뉴엘과 신규 거래를 끊기 시작해 2013년 여름에는 거래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의 거래가 만기 6개월짜리 외상이고, 한 거래처와 거래한 규모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등 수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정 거래처와 외상거래를 통해 가공 수출을 만들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모뉴엘에 돈이 물린 시중은행들의 여신 심사가 부실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뉴엘 사태'가 커진 배경에는 정부의 특수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모뉴엘에 대해 보증만 해주고, 사후 검증은 소홀히 했다는 문제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에 2500억 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을 지난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뒤 3년간 총 2472억 원의 금융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히든챔피언' 인정한 수출입은행, '유구무언'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에게 모뉴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이 행장은 우량기업으로 인증하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많이 해줄 위험이 큰데도 모뉴엘이 매출서류 조작으로 6000억원에 달하는 사기대출을 받는 동안 한번도 검토를 안했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덕훈 행장은 "실적이 좋던 회사인데 조짐 없이 갑자기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며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박홍석 모뉴엘 대표가 23일 밤 제주도에 있는 본사에 나타나 직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고, 24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시적 자금난에 의한 법정관리로,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모뉴엘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모뉴엘의 자회사로 코스닥에 상장된 잘만테크는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전에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돼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잘만테크는 24일 사흘째 하한가를 치고 있다.
검찰은 모뉴엘이 수출 관련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국내은행으로부터 6000억 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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