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30일을 '데드라인'으로 해 여야가 협상 중인 세월호특별법 태스크포스 협상과 관련해 세 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될 위원회의 장을 독립적인 인사로 할 것, 현재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조사도 가능하게 할 것, 위원회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할 것.
가족대책위는 2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자칫하면 최종 법안이 지난 8월 19일 나온 여야 '2차 합의안' 보다도 후퇴할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인 까닭이다.
전명선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위원회는 독립성이 생명"이라며 "여당이나 야당이 추천하거나 여야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법원, 대한변협이 추천한 인사가 아닌 유족이 추천한 인사가 위원장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여야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적어도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어떠한 제한이나 조건 없이 위원들이 자유롭게 논의하고 고민하여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위원회 외부 인사가 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위원 중 일부에게만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진상조사위원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여야와 대법원·변협, 유가족이 각각 5:5:4:3의 비율로 위원을 추천해 구성하기로 되어 있다. 전 위원장은 "외부 인사가 위원장 및 부위원장 등을 선임하거나 일부 상임위원 중에 위원장 및 부위원장이 선출된다면 유가족 의사를 진상조사위에 충분히 반영하려 했던 여야 합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전엔 없던 제한, 세월호 진상조사위에만 왜?
전 위원장은 이날 여야가 논의 중인 특별법안에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조사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사를 받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법안으로 조사가 가로막히거나 조사와 수사의 유기적 연관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며 "이런 제한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나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 다른 전례에서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 이런 제한은 청문회와 관련하여 있었던 것인 만큼 청문회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아울러 "세월호는 전국민적 관심사이므로 위원회 활동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논의가 지속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참사일에도 오늘도 정부는 없다"
진도 실종자 10명 수색에 임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도 지적됐다. 동절기 수색에 회의적인 정부가 가족대책위원회의 자구적인 대안 제시 노력에도 수동적인 태도로 협의에 임하며 가족들을 다시금 실망하게 하고 있단 지적이다.
전 위원장은 "동절기에도 수색을 지속하기 위해 저희 가족은 여러 고민과 조사를 했다"며 "그 결과 잭업 바지선(jack-up barge)이라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으나 정부는 아무런 추가 방안 제시 없이 이 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은 고사하고 뼛조각이라도 찾기를 바라는 절박한 실종자 가족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며 "능동적으로 고민해 동절기 수색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저희 가족 몫이 아니라 정부 몫이다"라고도 했다.
이어 "참사와 수색 과정에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실망을 맛보았던 저희 가족들은, 동일한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으로 또 다른 절망감에 빠져 있다"며 "제발 정부다운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여야, 24일 예정된 협상 주말로 미뤄 계속
한편, 여야는 24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었던 세월호특별법 태스크포스(TF) 회동을 주말께로 연기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유가족과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요청이 있었다"고 했지만 야당 측은 '우리가 미룬 게 아니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주말로 합의가 미뤄졌단 보도를 보고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전해철 의원에게 물었으나 '누가 그러냐. 우린 그런 적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 22일에도 만나 23일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23일 오전 "20여 개 쟁점에서 대부분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그러나 "위원장 선임 방식에 대해서 계속 이견이 있고 진상조사위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진상조사위에 유가족 참여는 물론, 지난달 30일 합의안에서 '추후 논의'키로 했던 특별검사후보군 추천에 대한 유가족 참여 문제도 양측이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경근 대변인은 특검후보 추천에 유가족이 참여해야 한단 기존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밝히며 "여야 어느 쪽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쪽 모두 '유가족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하고 있다"며 "일요일에 양측이 만나는 걸로 알고 있는 게 그걸 보고 (유가족 입장을)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도 했다.
한편, 세월호특별법과 함께 10월 말 통과키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이른바 유병언법(범죄 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에 대해서도 양측은 아직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정부조직법에 관해선 23일 첫 여야 TF 회의가 있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유병언법에 대해선 이렇다 할 협상 계획도 아직 나온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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