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先 진상규명이 당론"…책임론 진화에 부심

손석희 질문에 이례적으로 신경질적 반응

홍준표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일각에서 '선(先) 책임자 문책론'이 점화되고 있는데 대해 박희태 대표가 '소방수'로 나섰다. 박 대표는 2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에 언성을 높이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으로 어제 결정을 했다. 그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희태가 뿔났다?

진행자가 공성진 최고위원이 과잉진압을 지적하고 홍 원내대표가 '선 책임자 문책을 주장한 사실을 지적하자 박 대표는 "자꾸 그런 말씀 하지 말라"며 "어제 회의에서 공 최고위원, 홍 대표도 전부 참석해 의견을 나눈 끝에 (선 진상규명)을 결정한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대표는 "그 회의 전에 내부 의견들이 이리저리 있었던 그걸 하나하나씩 전부 까야 되느냐. 그것은 참 이해를 못 하겠다"며 "토론 과정에서야 의견이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반대도 있고 찬성도 있고 이러다가 결론이 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 추궁 문제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책임 추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먼저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야 거기에 따라서 책임 여부를 논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는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말씀 하시는 게 왜 자꾸 그렇게 일방적으로 단정을 해놓고 그런 식으로 끌고 가십니까?"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정무적이니 뭐니 그런 고상한 용어 쓸 것 없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이 법을 집행하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또 융통성 있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답했다. 평소 유순한 성품의 박 대표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것.

집시법 등 이른바 한나라당의 중점 추진 법안과 이번 사태가 연계될 조짐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연결시키는 건 이야기가 안된다"며 "국회에서 토론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사건과 연결시킬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선 책임자 문책'을 주장하며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책임을 거론한 바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참석 대상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이날 용산 사고 관련 당직자 회의에 빠졌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내홍양상에 대해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 당론이 뭐냐"면서 "홍준표 원내대표 말이 백번 옳다"고 홍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에는 강병규 행안부 제2차관과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이 참석해 용산 참사 사고와 관련된 경과 보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