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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진정한 '연줄' 언론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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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프레시안, 진정한 '연줄' 언론이 됐으면…"

[이 주의 조합원]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강준 조합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과 나는 2001년 참여연대에서 만났다. 둘 다 참여연대 간사였다. 그후 이 조합원은 민주노동당으로 적을 옮겼고, 조승수 전 의원 보좌관을 하던 그가 2008년 다시 시민단체를 하겠다고 할 때 그닥 놀랍진 않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경로였다. 낙관과 긍정, 그리고 약간(?)의 '구라'(허풍)가 그의 장점이기에.

하지만 그가 주도해서 만든 단체 이름은 생소했다. 에너지정치센터. 그때만 해도 '에너지와 정치가 뭔 상관이래?'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원전 마피아', '핵피아'의 존재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

"처음 센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에너지 정치' 문제는 사각지대였다. 기존 환경단체들은 에너지의 문제를 환경적 문제로만 접근했고, 정치인들은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생산, 소비, 유통되는 과정을 보면 어떤가. 매우 정치적인 문제다. 또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반환경적이며, 반민주적이다. 이런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 역시 정치적인 문제다. 센터를 만든 뒤 1년 후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발족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최근 <뉴스타파>의 '원전묵시록 2014'라는 보도를 함께 기획했다. '핵피아'라는 말은 넘치지만 과연 한국의 핵발전 실태는 어떤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는 별로 없다. 이 보도는 '핵피아를 찾아서'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 이 프로젝트에는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도 함께 하고 있다.

"핵발전 산업의 실태를 다 파악하진 못했지만 두 가지를 주목하면서 모니터 했다. 우선 돈의 흐름.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가느냐. 대체로 돈이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나오니까 준예산인 셈인데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가나. 실제로 핵발전이 되면 누가 돈을 버냐. 그 다음에 행위자는 누구냐. 에너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고, 이들간의 관계는 어떠냐. 세달정도 작업을 해서 우리나라 핵발전 과정을 훑어봤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과정,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집행됐나.

재미있는 대목 중 하나는 핵발전 시장 규모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2배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 이전 시기에 핵 발전 산업체의 연간 매출은 12.8조 원 규모였는데, 2008년 이후 급증하여 2012년 현재 21.4조 원으로 급상승했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연간 2.5조 원에서 5.3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 수혜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다."

이 조합원은 또 핵발전소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 독과점으로 형성된 시장 구조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뉴스타파>에도 보도된 내용인데, 핵발전소에서 가장 위험한 노동을 하는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절반도 못 받으면서 가장 위험한 일을 한다. 피폭당할 가능성도 가장 높다. 그런데 일은 가장 잘한다. 10년 동안 했으니까. 그동안 원청 사장이 4번이 바뀌었는데, 얼굴 한번 못 본다. 그 4명이 다 한수원 출신이더라. 한번 계약을 맺으면 1년에 수천억 원씩 수익으로 남는데, 제대로된 감시도 이뤄지지 않는다. 자본 입장에서 이렇게 좋은 시장이 어디 있나?

에너지 산업은 작은 폐쇄적 집단이 회전문처럼 돌려 먹는 구조다. 핵발전 뿐 아니라 석유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급자는 제한될 수 밖에 없는데 소비자는 절대 다수다. 그러다 보니 공급자 파워가 생기고 독과점적이며 안정적인장이 확보된다.

문제는 이런 소수의 '마피아'가 현재의 돈만 빨아먹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정책의 특성상 15년, 20년 뒤의 시장도 애네들이 결정하는 구조다. 그 정책만 자신들이 원하는 구조로 결정되면 또 이들이 다 먹는 구조다. 이런 식의 에너지 자본을 둘러싼 구조, 자본과 관료와 학계의 공생구조가 미래의 자원을 얼마나 갉아먹는 것인가. 단적인 예로 원전 고리 1호기는 부지가 이승만 정권 때 결정됐다. 최근 주민투표를 실시해서 주민들에 의해 핵 발전소 건설이 거부된 삼척의 경우, 만약 건설이 강행된다면 2035년 건설되는 건데, 그렇다면 2065년 이후 고리와 같은 상황이 터진다고 볼 수 있다. 2065년 이후 삼척 사람들의 미래를 지금 결정하는 매우 부정의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척 주민투표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박근혜 정부가 받아들이기를 이 조합원은 희망했다. 물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내다봤지만.

ⓒ이강준

숨 좀 돌리고 <프레시안> 이야기를 좀 하자고 제안했다. 이 조합원은 2007년 프레시안이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을 모집할 때부터 '프레시앙'이었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마자 연구소가 조합에 가입했다. 물론 이런 '돈독한 관계'는 나를 포함한 프레시안 일부 기자들이 에너지 정치센터 '후원회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ㅎㅎ)

"프레시안의 장점은 편견 없는 열려 있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기성 언론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시각과 인식틀에 갇혀 경직돼 있는 측면이 있다. 프레시안을 '열린 장'이라고 놓고 볼 때, 현재 부족한 부분은 '연결망'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창간 초기부터 다양한 그룹이나 전문가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프레시안에 필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게 '관계망'으로 촘촘하게 엮어지는 건 약하다. 필자들끼리 서로 알 수도 있지만, 의외로 모를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한반도 문제를 고민하는 그룹과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는 그룹이 만났을 땐 어떤 새로운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평화, 복지, 인권 등의 문제와 만났을 땐 어떤 의제, 어떤 새로운 시각이 나올 수 있을까. 기자들이 이런 그물망을 짜는 '네크워커' 역할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면, 다른 매체와 분명한 차별점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인터넷 매체이자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더 적합하고 잘할 수 있는 일 아닐까?

또 종편의 탄생, SNS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언론지형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지 프레시안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더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기존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시도, 의제를 공세적으로 뚫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세상의 실험하는 자들이여, 프레시안으로 와라.' 오히려 이런 그룹들은 언로가 막혀 있다.

이런 걸 기자들이 다 직접 쓰라는 게 아니라 거듭 얘기하지만 '관계망'과 '협업'을 통해 더 큰 결과물을 공유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프레시안>에 '초록발광' 연재를 진행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 당시 맹활약을 했던 한재각 씨가 부소장, 박진희 동국대 교수가 소장이다. 조승수 전 의원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든든한(?) 후견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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