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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최대의 도시숲은 어떻게 세계의 모범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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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최대의 도시숲은 어떻게 세계의 모범이 됐나"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 ⑤'도시숲 관리표준' 런던 에핑 포레스트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산림정책은 전란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려는 녹화사업이나 자원화사업 등 가시적이거나 물질경제적인 1차원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는 숲, 생태, 둘레길, 올레길, 등반, 산악이벤트, 가족캠핑, 주말농장, 전원생활, 귀농 등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산림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 산림복지 개념이다. 그런데 복지하면 비용 문제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산림복지는 최소비용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최상의 복지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이에 따라 산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참고할 산림복지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가깝게는 일본, 멀리는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영국, 독일 등 해외 5개국과 국내 산림복지 현장 취재로 이뤄졌다. 총 7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프레시안(이승선)

숲의 운영재정, 런던도시공사가 자체 조달

'에핑 포레스트'는 영국 런던 최대의 도시숲이다. 런던 북동쪽 에섹스 지방을 중심으로 무려 240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으로 자랑한다. 남북으로 길이가 19킬로미터나 되지만, 동쪽으로는 4킬로미터 정도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숲은 원래 왕궁 사냥터였으나 1878년 일반인에게 개방되도록 한 '에핑 포레스트' 법이 채택되어 런던도시공사가 관리를 맡게 됐다. 또한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숲으로 관리한다는 '오픈스페이스 원칙'도 법으로 명문화됐다. 런던도시공사의 마크 모리스는 이 원칙에 대해 "언제나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를 즐길 장소로 공개되어야 하며, 지역주민들은 이곳에서 가축을 방목할 권리까지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햇다.

▲에핑포레스트 센터에 전시된 숲속 생물들 사진.ⓒ프레시안(이승선)

1882년 이 숲을 찾은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이 아름다운 숲을 백성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짐의 큰 기쁨"이라고 선언한 이후 이 숲은 문자 그대로 '인민의 숲'이 되었다.

숲의 운영 재정은 지방세나 사용료에서 충당되는 것보다 대부분 런던도시공사가 자체 조성한 기금과 수익 일부를 투입하고 있다.

에핑 포레스트의 관리도 자연적인 생태계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극히 제한된 주민에게 벌목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숲에는 쓰러진 나무들을 그대로 두며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에핑 포레스트 탐방객 센터의 나르질 산다는 "숲에는 온갖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벌레도 숲의 일부이죠. 숲에는 쓰러진 나무를 이용해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핑포레스트에서 산림교육은 일상적 활동이다.ⓒ프레시안(이승선)

에핑 포레스트 법 이후 목초 사료 공급을 위해 나무의 윗부분 가지들을 쳐내는 행위가 금지된 이후, 일반적인 숲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 숲의 특징 중 하나다. 이런 나무들은 과거에 계속해서 잘라졌던 나무의 윗부분 가지들이 커다랗게 뿌리처럼 뭉쳐있고 그 위로 새로운 나뭇가지들이 뻗어올라간 뒤 수백 년이 지난 나무들이다.

▲에핑포레스트에서는 커다란 나무가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프레시안(이승선)

"도시숲을 유지하는 노력이 가져온 혜택을 웅변하는 숲"

에핑 포레스트는 조깅과 산책 등은 물론이고, 자연스러운 구릉이 형성돼 있어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숲속 승마도 공사의 사전 허가를 받을 경우 허용된다.

숲의 산책길에서 만났던 아티브 나잡 씨는 부인과 함께 평일 오전의 숲에서 한참을 거닐고 있었다. 결혼 10년차라는 이 젊은 부부는 "평소에 이렇게 숲을 자주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어떻게 질문이 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나잡 씨는 "에핑 포레스트의 가치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학교수처럼 거침없는 답변을 해주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는 "에핑 포레스트 법이 아니었다면 이 숲은 현재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도시에 가까운 자연의 숲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는 노력은 도시민에게 맑은 공기, 영혼의 치유 등 온갖 혜택으로 보답이 돌아온다는 것을 바로 이 숲이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렇게 숲의 가치를 역설하는 한쪽에서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몰려와 '산림 현장 학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솔교사 제임스 샤프 씨는 "숲속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업"이라면서 "많은 학교들이 에핑 포레스트의 숲속 교육을 예약해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견들과 함께 코너트워터를 찾은 시민들.ⓒ프레시안(이승선)

제대로 된 도시숲이라면 호수가 빠질 수 없다. 에핑 포레스트에는 '코노트 워터'라는 호숫가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이 호수는 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땅을 파서 물길을 모아 만든 호수로 1894년 4헥타르까지 확장시켰다고 한다.

에핑 포레스트처럼 거대한 도시숲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고 방치하듯 하다가는 오히려 생태계의 다양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 커다란 나무들이 키 작은 식물들의 조망권을 뺏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들이 숲 속까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방치하면 시민들이 찾지 않는 그야말로 원시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생테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에 어느 정도의 탐방객들을 수용하느냐에서부터 접근성을 강화하는 여러 가지 시설들을 설치하는 사업도 항상 게을리 하지 않는다.

런던도시공사의 모리스는 "에핑 포레스트의 경우 많은 시행착오 끝에 관리의 균형점을 확립했다"면서 "현재 에핑 포레스트 관리방식은 도시숲 관리의 표준으로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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