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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새로운 석유전쟁

[분석] 이슬람국가, 이란, 러시아를 겨냥하다

오바마 정부가 석유를 무기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의 석유 판로를 차단함으로써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석유 무기화는 1990년대 이라크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가 처음이다. 1991년 이후 10여년에 걸친 이 조치로 이라크 어린이 50만 명이 사망하는 등 후세인 정권의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2년에는 이란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로 결국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와 석유전쟁을 시작했다. 또한 미국은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석유시설을 집중 공습하고 있다. 석유 판매 수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전문가인 마아클 클레어 뉴햄프셔대 교수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석유전쟁에 나서게 된 이유는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이 대외 정책 목표 달성에 별 기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군사력 사용이 장기적으로는 언제나 부작용(blowback)을 초래했듯이 석유무기화도 예기치 않은 역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음은 미국의 진보적 언론매체인 <톰 디스패치> 10월 9일자에 실린 클레어 교수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보기)

▲ IS는 지난달 16일부터 중화기를 동원해 코바니 쪽으로 진격했으며 코바니까지 접근한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는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와 시가전을 시작했다. 사진은 양측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코바니 현장 ⓒAP=연합뉴스

오바마의 새로운 석유전쟁: 이슬람국가, 이란, 러시아를 겨냥하다
(Obama’s New Oil Wars Washington Takes on ISIS, Iran, and Russia)

석유를 대외정책의 수단으로 처음 활용한 것은 1973년 1차 석유위기 때 아랍 산유국들이었다. 그해 10월 아랍과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터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네덜란드에 대한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은 4배 가까이 상승했고,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1991년 1차 걸프전 이후 미국은 이라크의 대외 석유수출을 금지시켰고, 이같은 조치는 2003년 3월 2차 걸프전 때까지 계속됐다.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수출이 중단되면서 후세인 정권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고 결국 미국의 침공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미국은 이란, 러시아 등 적대적 산유국의 석유 판로를 막는 수법을 애용하고 있다. 적대적 국가의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경제적 압력을 가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미국이 벌이고 있는 석유전쟁의 대상은 이슬람국가, 이란, 러시아 등이다.

첫째, 지난 9월 23일 미국은 이슬람국가가 시리아 내에 장악하고 있는 정유공장 등 석유시설을 집중 공습했다. IS의 하루 석유 판매 수입은 1,2백만 달러로 추정된다. IS는 이 자금으로 신병을 충원하며, 수 천 명의 이슬람 전사들 지원하고 있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의 석유 암시장 상인들이 IS가 공급하는 석유를 싼 값에 사들여 국제 시세(배럴당 90 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석유 암시장 네트워크는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후세인이 미국의 석유 금수 조치를 피하기 위해 구축한 것이다. IS는 적군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게도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은 IS의 석유시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공습을 계획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분자들을 소탕하며", "이슬람국가의 자금줄을 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미군 공습의 효과가 어떨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IS는 하루 8만 배럴의 석유(세계 소비량의 0.1%)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 규모로는 국제 석유 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둘째, 미국은 2012년 6월 '이란제재법'을 제정해 이란 석유의 대외 수출을 막는 것은 물론 서방측이 이란에 석유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란 석유 산업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중국, 인도, 한국, 유럽 국가들에 대해 이란 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감축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석유 수출 규모는 하루 100만 배럴 정도 감소했다. 석유 수출 수입은 2011~12년 1180억 달러에서 2013~14년에는 560억 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란 헤알화의 통화가치도 2012년 5월 말 달러 당 1만 6000에서 9월 말 3만6000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석유 수입의 감소와 통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란 국민들은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100만 배럴의 석유 공급이 감소하면 유가 상승 등 국제 석유 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란만 고통을 당할 뿐, 국제 유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셰일 오일 등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공급량 감소를 미국이 메꿔주고 있는 것이다. 미 에너지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1년 하루 570만 배럴에서 2014년 2/4분기 840만 배럴로 47% 증가했다. 2020년에는 960만 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이란의 석유 수출이 더 감소한다 하더라도 인도 중국 일본 한국 등 에너지 소비국에 대해 미국이 공급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톰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013년 4월 콜럼비아대 연설에서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크게 확대됨으로써 이전보다 강력한 입장에서 국제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공급 차질이나 급격한 가격 인상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보다 강력하게 우리의 국제안보 목표를 추구하고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2013년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 건 바로 미국이 주도한 석유금수 조치였다.

셋째 미국은 지난 9월부터 러시아에 대해서도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기 이전 미국 등 서방의 석유 대기업(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론, 영국의 BP와 프랑스의 토탈)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국영기업(가즈프롬, 로즈네프트)과 석유 개발 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다. 흑해, 북극해 등 채굴 조건이 극히 까다로운 러시아의 유전 개발을 위해 서방측이 첨단기술을 제공하고 그 이윤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엑슨과 로즈네프트는 심해 유전 개발을 합작 추진하고 있었다.

엑손의 렉스 틸러슨 회장은 지난 2012년 "이러한 합작 사업들은 우리의 전략적 관계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유전 개발 기술을 통해 세계의 점차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이러한 합작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서방측 석유대기업은 기존 유전이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유전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러시아는 북극해 등 척박한 환경에서 유전을 개발할 수 있는 서방의 첨단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윈윈 게임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악화된 우크라이나사태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까지 서방 석유 대기업과 러시아간 석유개발 합작사업은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지난 6월 엑손모빌의 틸러슨 회장은 "우리의 의견을 미 정부 최고위층에 전달했다"면서 러시아와의 합작 사업이 방해 받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1차 경제제재 때 러시아 에너지 기업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한 이후 백악관의 태도가 달라졌다. 지난 9월 12일 미 재무부는 로즈네프트와 가즈프롬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한 미국 석유 기업의 기술 이전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러한 조치로 "러시아의 이른바 변경 지역 에너지, 또는 비전통적 석유자원 개발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해 유전 개발을 위해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측의 첨단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석유기술 금수조치의 영향이 어떨지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러시아는 짐짓 별것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 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이 중대한 변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러시아가 새로운 유전 개발에 실패할 경우 세계적 에너지 공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상으로 보아 오바마 정부는 석유를 미국의 힘과 영향력 행사에 가치 있는 무기로 간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무력행사(또는 무력행사의 위협), 또는 핵무기보다도 더 유용한 무기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오바마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공습이나 드론 공격, 특수병력 파견 외에 미군의 전면적 공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석유야말로 효율적 전쟁수단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석유 생산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석유전쟁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제적인 석유의 흐름을 통제하고, 나아가 미국에 적대적인 산유국의 시장 접근을 막는 것이 미국 대외정책의 주요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미 군사력의 직접적인 행사가 어떠한 성공도 이루지 못한 마당에, 과연 석유의 무기화가 미국에게 만족할 만한 전략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이란이 (석유 금수의 압박에 못 이겨) 핵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는 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이슬람국가는 석유가 있건 없건 여전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투를 계속하며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손을 뗄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석유 무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강압적 수단의 동원이 항상 그렇듯이 석유의 무기화는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긴 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여전히 수입 석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또 다른 산유국의 석유 수출을 금지할 경우 미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1990년대부터 미국이 추구해온 석유전쟁의 결과 세계적 석유 공급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해 유가의 급등을 초래하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이 석유를 공격적 무기로 계속 활용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대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석유전쟁을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드론을 가장 먼저 전쟁무기로 사용함으로써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이란 등이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 상대적 우위가 언제 미국에 불리하게 바뀔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석유무기를 먼저 도입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석유무기화에 나설 경우 미국이 불리한 경우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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