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카톡을 쓰고 있고, 외국 프로그램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13일 오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이다. 150만 명의 '사이버 망명' 사태에 대해 "나는 카톡을 계속 쓴다"는 말로 사이버 검열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과도한 것처럼 치부한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가 이날 진행 중인 법무부 국정감사에선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방침 발표 등으로 비롯된 '사이버 망명' 사태의 책임을 물으려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검찰이 무분별하게 감청을 요구하니 대한민국 토속기업이 무너져내리고 있다"며 "아무리 그래도 카톡을 쓰고 싶지 러시아에서 망명한 '독일 카톡'에 가입하고 싶겠느냐"고 질타했다.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석우) 카톡 대표가 며칠 전 사과하기에 이르렀다"며 "카톡 대표자가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런 질의 속에 황 장관은 "저는 지금도 카톡을 쓰고 있고, 외국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다시 점검해 국민에게 불안을 드리지 않도록 지도·감독하겠다"는 안이한 답변을 내놨다.
이런 답변은 과거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전후에, "나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다"며 국민 불안을 과도한 것처럼 치부했던 정부 당국자들의 안이한 언행을 연상케 한다. 대표적인 게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2008년 4월 "광우병 걱정은 부풀려진 것"이라며 "(나는) 미국 가면 쇠고기를 자주 먹는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일이다.
실시간 검열 계획 비판하자…"대통령 강조 말씀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
황 장관은 이날 검찰이 지난달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포털사들과 '핫라인'을 구축해 온라인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데 대해선 "대통령 말씀이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배경 설명을 내놨다.
황 장관은 "검찰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해서 되겠느냐.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 자체만으로도 처벌하는 법이 있느냐"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질의에 "장관 취임 후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대검에서도 작년 8월 사이버 명예훼손 특별단속 지시가 있었고 그 가운데 대통령 강조 말씀이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 지난달 16일 나온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의 실시간 모니터링 계획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했다.
서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포털사들은 검찰이 오전에 연락해 오후에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며 "상시 점검 방안에 포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직접 삭제를 요청하겠다는 게 있던데 검찰이 이런 권한이 있느냐"고도 따져 물었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선 "검찰은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도 그래서 발부한다"며 "집행 과정에서 가급적 인권 침해가 없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황 장관은 이처럼 검열 논란을 일축하기 위한 발언을 이어가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과 요구가 계속되자 "실시간 감찰이나 감청 오해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악의적 명예훼손이 유포되고 만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런 점이 훼손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감독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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