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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킬링필드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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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킬링필드를 걷다"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생명평화 도보순례·<14>] "그대가 침묵한다면 돌들이 소리지를 것"

성공회 성직자와 신자들이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도보순례를 한다. 일차적으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독려하는 목적이다. 아울러 근대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에 새겨진 분열의 역사를 되새기고, 역사적 진실을 마주할 내면의 용기를 회복하기 위한 순례이기도 하다.

순례단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출발해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진도체육관에서 하루를 묵은 뒤, 도보순례를 시작한다. 지난달 30일 팽목항을 떠나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이들은 순례 동안 매일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글을 <프레시안>에 싣기로 했다. 도보순례단의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금강 어드메쯤. 왕촌 살구쟁이 동학년 곰나루 한서린 강변 녹두장군 성난 함성 굽이쳐 돌아 척양 척왜 , 보국 안민, 애국 애민의 깃발 드높았던곳 !
노들강변 능수 버들 한가로이 흐드러지고 버들치 연어떼
금빛 햇살로 반짝이며 넘실 거릴때,
그해 여름 화약연기 피어 올랐지.
철없던 어린 것들 한낮 햇살 뜨거워 멱감고 나면
파래진 입술로 깨벗고 드러누워 햇살 받던곳.
그때였지. 와다다다다 다다다.
콩복듯 카빈총 불을 뿜었지. 까투리 숨어 살던 개망초 숲으로 아버지는 그렇게 넘어지셨지.
참나무로 팽이깍아 돌려주시던 맘씨좋던 삼촌들 한여름 횡액에 비명도 없이
소눈처럼 그렁했던 눈도 못감고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곰나루 강변 에돌아 먼길 떠나 가셨지.

길떠난 지 13일째
신동엽 시인이 노래했던 금강 어드메쯤 왕벗 살구쟁이 마을을 지난다.

그해 여름 군인, 경찰, 교도대원보다 앞장서 완장차고 행세하던 국민방위군 마을로 들이 닥쳤지.
말깨나 하고 언문깨나 익힌 사람들, 책임있게 행동하고 활동하던 지식인들을 잡아들였지.
한궤에 다섯명씩 굴비두름 엮듯이 철사줄로 묶어서 트럭에 태우고
비료 줄라나.. 밀가루 받으려나. 기대에 부푼 삼돌이도 을식이도 쓰리쿼터에 실려 살구쟁이로 갔었더랫지.
그렇게들 떠나갔지. 두루 두루 엮어서 굴비처럼 엮여서.
한점 이름도 흔적도 남김도 없이 그렇게들 흔적도 기억도 사라진 그길에
60년도 더 넘어 감추었던 그 길에 통분하여 그길을 다시 걷는다.

30년 전 어머니는 그러셨지. 최루 가스 흠뻑 뒤집어 쓰고 밤늦게야 지쳐 돌아온 아들에게 "아가야 나서지 마라,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내가 그때 아버지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조국은 전쟁 중이다.
포성만 멈췄지 아직도 조국은 피를 흘린다.
강물도 세월도 거꾸로 흐른다. 미쳐가고 있다.세월도 ,역사도.

1949년 6월 유교그리스도인 이승만은 일제 시대 사상운동 및 좌익의 정치범과 좌익의 민간인들이 두려웠다.

당시에 말께나 하고 사회적 책임에 앞장선 지식인들을 정리해야할 필요로 국민 보도 연맹을 조직한다. 보도 연맹은 말그대로 ' 알리고 계도 한다'는 뜻이다. 개중 비료주고 밀가루 준다하니 이름 올려주기도 하고 이장이 할당량 채우려고 마을주민들 이름 줄줄이 올려주었다. 지역마다 채울 머릿수 정해 놓으니 면서기들이 알아서 할당량 채워 넣은 게 부지기수. 그렇게 만든 보도연맹, 6·25가 발발하자 이들이 두려운 이승만은 극우 반공단체를 통합 요즘 장안에 화제가된 극우 깡패조직인 서북청년단을 위시하여 극우 단체들을 국민 방위군으로 편성 이들을 중심으로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이 처형으로, 좌익의 사상은 없으나 지역할당으로 인한 애매한 가입자 등이 피해를 당했다. 처형된 유족들이 배상을 요구하였고, 대법원은 국가가 보상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숨겨져 왔던 역사의 자화상.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 처벌과 반성, 그리고 역사의 책임을 방기하고서 국가의 미래는 없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주도했던 전범 아이히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부소장.
그는 재판에서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으며 심지어 유태인을 사랑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학살을 태연하게 수행했던 것은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이 성장과 출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양심의 울림 따위는 없었다. 다만 나치 독일의 법을 준수할 뿐이고 국가의 법은 그에게 곧 지상명령이었다.
보통의 인간, 즉, 사유 능력이 없고 반성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 그러나 끊임없이 성공과 출세를 꿈꾸는 평범한 인간은 좋은 사회의 시민으로서 성실하고 충직하게 살아가지만 시대의 아픈 현실에 사유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이 무슨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본인도 모르게 살아간다. 성실하고 충직해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평범함이 어느 날 엄청난 악행을 저지르는 평범함으로 돌변할 수 있다.
생각 없이 산다면, 반성 없이 산다면, 자기만 알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산다면, 평범한 그대, 얼마든지 악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월호의 아이들…. 하늘에 별이되어
진실을 밝혀 달라고 침몰한 검은바다를 내려다보는 608개의 눈동자들.
들리지 않고 대답도 없는 대답을 듣기 위해 떠난 길일 지라도 길속에 답이 있음을 믿는다.
행동없이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진실규명이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대가 침묵한다면 돌들이 소리지를 것이다.
지옥이 먼 데 있지 않다. 눈 먼 그리스도인들이여.

-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생명평화 도보순례


<1> "팽목항에 내려가며 느낀 흐린 날의 여운"

<2> "우리는 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미안했던 걸까?"

<3> "'죽음의 권세'가 지배하는 세상, 생명의 길을 걷고 또 걷는다"

<6> "강변 꽃길 대신 매연 가득한 길을 걷는 이유"

<7> "자식 잃은 부모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8> "세월호 희생자 이름 적은 공책을 품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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