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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판 '민노당', 정치적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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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판 '민노당', 정치적 대안 될까?

[이철희의 이쑤시개] 정종권·박용진·김윤철, 진보정치를 말하다

유비·관우·장비만 도원결의한 게 아니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박용진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변인·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또한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에 일조하며, 우리 사회에 진보적 가치를 알리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오늘, 진보정당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지난 9일 진보정치 재건을 꿈꾸며 정치 개혁을 이끌고 있는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날의 열띤 분위기에 "과거 학생 운동할 때 밤샘 토론하던 기억이 난다"며, 여의도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했다.(팟캐스트 바로 듣기)

새정연을 반면교사로, 인적 쇄신부터…

1년 반 만에 <이쑤시개>를 다시 찾은 정종권 편집국장은 최근 진보정당의 재결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진보정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며 "진보정당 재결집은 정치적으로 기댈 곳 없는 국민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이 지난 5~6년 동안 무관심과 냉소로 변했다"며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모아 내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표현대로, "과거 민노당 창당 때와는 다른 의미의 '진보정치 입구'에 서 있는" 셈이다.


이철희 소장은 민노당이 10석을 획득해 제3정당으로 원내에 진출했던 2004년은 "기존 정당 체제에 균열을 내며 한국 정치의 변화를 가져온 때"라고 평가했다. 민노당은 당시 "체력과 조직력,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대표 진보 정치인인 '권영길·노회찬·강기갑·심상정'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민노당은 그러나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진보신당)으로, 다시 노동당으로 분화하면서 원래 의도했던 진보정치 세력화에 실패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종북 세력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통합진보당을 원점 타격해 무력화하고 있다.

▲ 2000년 1월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2011년 9월 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와 합당한 뒤 통합진보당 출범과 동시에 해산했다. 민노당은 노동자와 농민, 도시 빈민 등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변했다. 사진은 이정희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가 2011년 민노당 창당 11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종권 편집국장은 진보정당 15년의 길을 되돌아보며, 진보정치를 위한 진정한 반성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민노당 이후 몰락한 진보정당들이 한국 정치에서 제3정당으로 최소한의 존재감을 만드는 것이 진보정당 재결집의 1차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이철희 소장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진보정치 내 대표 선수 교체, 크게 보면 세력 교체까지 도모하는 것인가."

정종권 편집국장도 자신 있게 답했다.

"그렇다. 다만, 민노당부터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왜 얻지 못했는지 평가한 후 인적 쇄신을 통한 혁신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진보진영 내 감정적 갈등을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철희 소장은 "통합 논리와 쇄신 논리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신뢰 회복과 진보정당 재결집을 외치고 있지만, 자칫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 방식을 답습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민주당이 재결집할 때 "인적 쇄신이 없었다"며, 이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실패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시민통합당(문재인-이해찬-문성근-한명숙-김두관 등)과 민주당(손학규-정동영 등)도 인적 쇄신을 한 후 통합했어야 한다"며 "통합할 때 '사람을 어떻게 배제하느냐'가 상당히 강력한 담론"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결단 필요… 시야를 넓혀라"

그렇다면, 15년 전 '동지'들은 진보정당 재결집 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용진 전 대변인이 선제공격을 했다.

"첫째, 진보진영의 재결집이라면서 왜 통진당은 빼나. 둘째, 고리타분한 '옛사람'을 모으겠다는 것인가."

정종권 편집국장은 "('이석기 사태' 등을 거치면서) 통진당은 한국 진보의 나쁜 표상으로 인식되어 있다"며 "나쁜 진보의 표상과는 단절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옛사람'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진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고리타분하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며 "진보정당의 실패는 조직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따라서 "'다시, 어게인(again)'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전 대변인은 바로 "'고리타분하다'고 표현한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세력"이라며, 2000년 민노당 창건 당시와 2014년 진보정당 재결집의 차이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진보정당의 거듭된 분당에는 세력 다툼에 따른 '색깔론 덧씌우기'(종북 공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종권 편집국장은 "통진당이 마녀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나쁜 진보의 표상이 된 통진당 때문에 다른 진보정당이 외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윤철 교수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과거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소선거구제라는 현 정치 제도에서 소수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과 진보정당 재결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신선하게 여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보정당 재결집 논의가 2016년과 2017년 총·대선을 위한 야권 재편, 즉 정치 혁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철희 소장도 "제도적 한계 때문에 집권당과 제1야당에 힘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그렇다면 (2014년 판 진보정당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통합,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진보정당이 살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철 교수는 거듭 "'옛사람'을 모으는 선에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며, "진보정당 재결집 논의에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변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는 개헌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진보 진영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정치를 혁신할 방도가 무엇인가'를 따져 묻고 같이 얘기하면서 진보 재통합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박용진 : 진보정당 재결집 논의가 얼마나 진척됐는지 궁금했는데, 옛날 얘기하다 못 들었다.

김윤철 : 들어보면 모르나? 척 보면 알지!

정종권 : 전체를 10이라고 보면 3,4 정도에 가 있다.

이철희 : 혼자 앞서 가 있는 것 같다.

김윤철 : 혼자 산 정상까지 한 번 갔다가 내려와서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다.

정종권 : 원래 정치가 꿈과 비전으로 먹고사는 동네 아닌가.

이철희, 김윤철, 박용진 : 맞다.

정종권 : 노동당, 정의당, 범(凡) 노동계, 진보 쪽을 지지하는 지식인 그룹 등 진보 진영 재구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졌다. 다만, 끌고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실력 그리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십 문제 등 숙제가 남아있다. 그래서 3정도의 입구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윤철 : 조언 삼아 <차탈레 부인의 사랑>을 쓴 D.H. 로렌스(1885~1930)의 "제대로 된 혁명"을 전하겠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 소름 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 그저 재미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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