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인 '손학규 때리기'에 돌입했다. 범여권 지지도 1위의 후보이자 한나라당을 탈당한 전력도 가지고 있는 손 전 지사를 공격함으로써 지지율 반전을 꾀하고 더불어 자신의 '민주적 정통성'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에 대해 '대통합의 물꼬를 틔운 대승적 결단'이라고 추켜세웠던 이들이 바로 '정통성'을 문제 삼는다는 지적이 곧바로 뒤따르고 있다.
천정배, '정통성' 문제 삼아 집중공격
손 전 지사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이 강한 천정배 의원. 천 의원은 29일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 충북도당 창당대회에서도 "한나라당에 맞설 좋은 후보, 본선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경력도 정책도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은 후보로는 민주개혁세력의 지지와 열정을 온전히 끌어모을 수 없어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특히 지난해 북한 핵실험 사태 직후 손 전 지사가 전면적인 대북 지원중단을 주장하는 등 강경기조로 돌아선 것을 겨냥해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니까 당장 의약품이고 식량이고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끊자고 주장한다면 한나라당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손 전 지사의 '선진화' 모토에 대해 "선진한국과 잘사는 나라를 외치지만, 국민의 20%만 잘살고 80%는 가난해지는 양극화 사회를 바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기남 전 의장도 손 전 지사 공격에 가세하고 있다. 그는 28일 미래창조대통합신당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의 보수노선에 맞서서 가치 싸움을 벌일 구심을 형성하려면 진보개혁노선을 가진 사람이 나서야 한다"며 "똑같은 '경제대통령' 구호로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승리의 기억을 공유한 사람만"
정동영 전 의장은 "손 전 지사가 경기도에서 열심히 일할 때 서울시장은 땅투기하고 개인이익을 챙겼다"며 감싸는 등 직접적인 공세는 피하는 모습이지만 외곽조직을 통한 때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 전 의장의 외곽조직인 국민통합추진운동본부가 29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부정했던 세력들은 아웃돼야 한다"는 모토로 출범했는데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선진평화연대와 세 대결을 대비한 조직구축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이상호 전국 집행위원장은 "매번 대선 때 마다 민심 운운하며 나타났던 기회주의 세력은 언제나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부정했던 세력들이 대한민국 미래를 망치도록 놔둘 수 없다"고 손 전 지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정 전 의장도 전날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도 "97년 김대중 정부와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승리했던 것은 시대정신 때문"이라며 "승리의 기록과 승리의 기억을 공유한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며 '정통성'을 강조했다.
손학규, 반(反)한나라당 집중…DJ도 가세?
손 전 지사는 직접적으로 반격하는 대신 일단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는 데 일차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손 전 지사는 28일에도 "이번 대선은 과거세력과 미래세력의 대결, 민주화세력과 권위주의세력의 대결, 디지털 세력과 아날로그세력의 대결, 평화세력과 냉전세력의 대결"이라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의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손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아직까지도 5.16을 구국혁명이라 추켜세우고 유신을 찬양하는 권위주의 낡은 정치세력에 이 나라를 결코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경부운하 토목공사 가지고 땅투기나 생각하는 부패한 개발경제세력에 미래 경제를 결코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동교동도 손 전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동교동 막내'라 불리는 설 훈 전 의원이 최근 손학규 캠프에 특보로 합류, 상황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설 전 의원의 행보는 '김심'(金心)의 향배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반한나라당'이라는데 동교동과 손 캠프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통합이 'DJ극본-박지원 연출'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고 한다"면서 "여권 대통합이라는 것이 국정 실패로 정권 연장이 불가능해진 친노세력이 전략상 동교동 부활을 인정하고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것"이라고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손학규 정치력 시험대
범여권, 그 가운데서도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의 '손학규 때리기'는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여러 인사들도 사견임을 전제로 "손학규가 어떻게 우리 간판이 되겠냐"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
'쌍수를 들어 환영할 때는 언제라고 금방 손학규 불가론이냐'는 지적에 한 의원은 "이대로 가면 손학규 대세론이 퍼질지도 모른다"면서 "대통합의 일원이 가능하다는 것 하고 우리 후보가 되는 것하고는 다른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도로 한나라당에 복귀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립적 성향의 한 의원은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이번 고개를 넘지 못한다면 손학규 본선경쟁력이란 것도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손 전 지사의 정치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내다봤다.
범여권 진영 내에서 '친노vs 반노'논쟁에 이어 '정통성vs본선경쟁력'논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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