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권력기관 인사 파문…'권력 암투설' 흉흉

박지원 "청와대 실세들 권력 암투가 국가안보 위협"

국가정보원의 '2인자' 자리로 통하는 기조실장과 국군 기무사령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에 '권력 암투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태의 발단은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1953년생)이 최근 사표를 내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정년 60세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실장의 사표를 청와대가 반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졌다. 이병기 국정원장 체제가 출범한 뒤 이 실장이 새 원장의 인사 부담을 덜기 위해 사표를 냈으나 청와대가 반려해 이 실장을 재신임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이 실장이 지난해 4월 기조실장에 임명될 당시에 이미 60세를 넘었음에도 뒤늦게 '60세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한 국정원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김주성 전 기조실장이 만 61세에 임명된 전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이헌수 실장이 사표를 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사표를 반려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것.

이 같은 국정원 인사 파동은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올해 후반기 장성급 인사에서 부임 11개월 만에 교체된 것과 맞물려 '권력 암투설'로 진화했다. 이재수 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씨의 고교 동창이자 육사 동기생으로 최근 "잇단 군내 사고에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을 통해 이 사령관이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보된 점을 거론하며 "그를 대장으로 발탁하기 위한 '숨고르기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한편에선 그가 정권 실세끼리의 권력다툼에서 밀려 기무사령관에서 배제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정반대 관측도 함께 전했다.

이어 동아는 "이번 인사 파문을 계기로 이재만(총무비서관), 정호성(제1부속비서관), 안봉근(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이나 비선 라인들이 치열한 파워 게임을 벌인다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제 권력은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헌수 기조실장의 사표 번복, 이재수 기무사령관 교체 파동에서 청와대 실세들 사이의 암투가 국가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국가안보기관까지 문고리 권력 실세들이 좌지우지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헌수 기조실장은 임명할 때부터 그 나이였다. 나이를 트집 잡아서 해임한다 했다가 대통령이 언론보도를 보고 화를 내자 다시 유임하기로 결정됐다고 한다"며 "인사파동 배후에 대통령의 비선라인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얽혀있다면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또한 "청와대의 권력암투가 밖으로 알려지면 국민은 불안하다. 대통령 주변 분들은 자중자애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