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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긴급조치인가, 검찰의 헛발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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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긴급조치인가, 검찰의 헛발질인가?

[시민정치시평]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은 유신 시대식 발상

# 사례 1
2007년 4월 태국에서는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유는 태국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을 모욕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삭제해달라는 태국 정부의 요청을 구글이 거부하자 태국 정부가 아예 유튜브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동영상은 태국 국왕의 얼굴 밑에 발을 넣어 합성한 사진에 낙서를 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태국에서 국왕 모독은 중죄에 해당하는데 "감히 국왕의 맨발을 보여주는" 동영상의 삭제를 거부한 구글에 대해 태국 정부가 극약 처방을 한 것이다.

# 사례 2
1996년 1월 프랑스에서는 <중대 비밀(Le Grand Secret)>이라는 책이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이 책에 실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전립선 사진과 미테랑이 대통령 재직 시설 전립선 치료 사실을 은폐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책이 출판되기 며칠 전 전립선암으로 사망한 미테랑의 유족들은 미테랑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저자 클로드 귀블러와 출판사를 상대로 재판을 걸어 승소했다. 사건이 여기서 끝났다면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이 확대된 것은 이 판결이 못마땅했던 사이버 카페 운영자 '파스칼 바르브로'라는 사람이 위 책의 문제 되는 부분을 스캔해서 누구나 접속 가능한 자신의 사이버 카페에 올리면서부터였다. 바르브로는 "귀블러의 입에 재갈이 물렸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만 명의 프랑스 네티즌들이 금서가 게재된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바르브로는 '선동의 대가로'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카페에 접속했던 인터넷 사용자들이 순식간에 책을 다운 받아 다시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이 책은 프랑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 있는 수십 개의 사이트로 퍼지게 되었다.

위 두 사례는 프랑스 변호사인 에마뉘엘 피에라와 다수의 저자들이 함께 쓴 <검열에 관한 검은책>(알마, 2012)에 소개되어 있는 사례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이상적' 미디어임이 분명한 인터넷이 한편으로는 검열이 사라지지 않는 '모순된' 미디어임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백만 명 이상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불러온 검찰의 '사이버 허위 사실 유포 사범 전담 수사팀' 설치 발표는 인터넷이 가지는 위와 같은 이중적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난 9월 18일 발표된 검찰 보도 자료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정보의 빠른 확산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우리 사회에 꾸준히 증가되어 그 적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

검찰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터넷이 '정보의 빠른 확산'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매체로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될 수 있는 '이상적' 미디어임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관가의 유행어가 된 '적폐'라는 단어 속에는 인터넷이라는 미디어 공간에 어떠한 형태로든 메스를 들이대려는 '검열자'의 집요한 의도가 숨어 있다.

사실 검찰의 '전담 수사팀'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에도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불거지는 경우 '전담 수사팀'을 통한 대응을 발표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보도 자료를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첫째,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회의 참석 협조 공문을 주고받기에도 빠듯한 이틀 만에 열린 대책 회의에 참가한 유관 기관의 면면을 보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요 포털사 등"이 망라되어 있다. 이쯤 되면 이번 검찰의 발표를 두고 '사이버 긴급조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1974년 1월 8일 선포된 긴급조치 제1호는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위반하는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우회적이기는 하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검찰과 유관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반응했다는 것은, 대통령 긴급조치를 통해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렸던 40년 전 유신 정권의 발상법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검찰이 주관한 '대책 회의'에 대한민국의 갑남을녀 거의 모두가 사용한다는 '카카오톡' 간부와 주요 포털사 간부들까지 참석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은 검찰을 앞세운 공권력이 민간 주요 포털사까지 '유관 기관'에 포함시켜 인터넷 감시와 검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 보도 자료를 보면 향후 "유관 기관과의 정례 회의 및 수시 회의를 통해 주요 허위 사실 유포 범죄 발생 시 대응책, 기관별 유기적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함으로써 이러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둘째, 검찰이 발표한 수사 대상이나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검찰은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 사실 유포 사범 등을 상시 적발"하고, "갈등을 조장하고 대립을 유도하는 허위 사실 유포 사범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구속 수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말하는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본권 주체가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표현을 억제하게 된다면 표현의 자유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선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아울러 검찰은 "갈등을 조장하고 대립을 유도하는 허위 사실 유포 사범"을 처벌하겠다고 하는데, "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인지, "대립을 유도하는" 표현인지 여부는 검찰이나 유관기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설령 사이버 공간상에서 이루어지는 주장과 표현에 '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있다 치자. 그렇다고 모든 허위를 엄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검찰은 자유 언론 사상의 고전인 존 밀턴(John Milton)의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격언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주의와 주장을 이 땅 위에 자유로이 활동하도록 내버려두면 진리도 거기 있을 터인데, 허가를 받게 하고 금령으로 금지함으로써 우리는 진리의 힘을 의심하는 부당한 일을 하고 있다. 진리와 거짓이 서로 다투게 하라. 어느 누가 자유롭고 개방된 대결에서 진리가 패배하리라고 본단 말인가?"

셋째, '전담팀'에 의한 수사는 무리한 법 적용과 처벌을 불러올 수 있다. 검찰은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력 검사들로 팀원을 구성하여 단기간 집중적인 수사로 허위 사실 유포 사범 단속 및 진상 규명"을 목표로 하고 있고, "게시물 전달을 통한 확산 기여자도 최초 게시자에 준하여 엄벌"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전담팀에 의한 단기간 집중 수사는 실적주의 수사로 흐를 우려가 있다. '확산 기여자'도 엄벌하겠다는 것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쫄게' 만드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린 것으로서 무리한 공소 제기와 처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 설치는 그 발상 자체부터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앞서 살펴본 프랑스 사례에는 후일담이 있다. 2004년 5월 유럽 인권재판소는 <중대 비밀>의 저자 귀블러와 인터넷 게시자 바르브로의 혐의를 벗겨주는 판결을 선고했다. 프랑스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하고 책 판매를 승인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구글 같은 검색 엔진에 위 책 제목을 치면 읽기와 인쇄가 가능한 파일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 설치가 헛발질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바로 위와 같은 후일담에 근거한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숲이 필요했다. 하물며 21세기 사이버 공간에서 그런 외침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숲은 베어내도 다시 자란다. 인터넷은 시대착오적 발상을 가진 검열자들이 도전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이상적' 미디어라고 나는 믿는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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