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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점은행제 관리 '엉망'…취준생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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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점은행제 관리 '엉망'…취준생이 '봉'?

배재정 "평생교육진흥원, 비리의 소굴이 될 수밖에 없다"

소외계층의 평생교육 접근을 돕기 위한 학점은행제가 비리온상이 됐다. 제도의 관리감독을 맡은 기관부터 비리에 오염된 탓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원장 기영화)이 그곳. 이 기관의 감사실장과 전 학점은행본부장은 비리 혐의로 지난 8월 구속기소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검찰이 학점은행제 원격교육기관 9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인 바 있다.

23만 명이 67만 원씩 내고 듣는 강의, 시설 수익과 직결된 '평가인정'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재정 위원(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인증' 과정은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폐쇄적으로 운영돼 결과 조작 등 불법적 로비를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점은행제는 대학 및 사설 학원 등이 운영하는 온라인 평생교육시설을 통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사회복지사·보육교사 등 자격증을 따거나 교육부 장관이 주는 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다. 취업준비생 또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등 사회 약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학점인정 과목을 수강한 학생은 총 23만7934명에 달한다. 이들이 지불한 수강료는 총 1613억 원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1인당 67만8000원을 낸 셈이다.

이같은 학점인정 과목을 개설해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는 기관은 110여 곳으로 이들은 모두 평생교육진흥원의 평가인증을 받아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평가지표 78%가 주관적 영역, 현장 실사도 '엉터리'…"점수조작 등 비리 개입 용이"

매년 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하는 학점은행제 원격교육기관 평가인정 심사는 이들 기관의 수입과 직결돼 있다. 문제는 이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배재정 의원이 평생교육진흥원으로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흥원의 교육기관 평가는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시설과 설비, 교육과정 등을 평가하는 기본영역 평가와 △행정과 재정 등을 보는 운영여건 평가, △콘텐츠 개발 및 관리 등을 평가하는 학습과목 평가다.

이 가운데 기본영역 평가는 점수 없이 '가능/불가능'만을 판정하고 있어, 각각 150점과 200점 만점으로 구성된 운영여건 평가와 학습과목 평가에서 탈락 기관이 정해지게 된다. 배 의원은 "이 두 영역의 평가지표 23개 가운데 18개 지표(78.2%)가 주관적 평가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강의 화면 구성의 적절성, △플랫폼 운영의 적절성, △콘텐츠 개발의 합리성, △기관의 특성화 노력 등이 대표적인 항목이다.

이 항목에 대한 평가는 각 기관이 서술 형태로 작성해 제출한 신청서를 보고 점수화하게 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특정기관에 후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배 의원의 지적이다.

출처 불명 짜집기 교안으로 수업…저작권법 위반

'현장평가'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22일 동안 100여 개의 교육기관에 대한 현장 실사가 이뤄지는데, 시설별로 4~5명의 인력이 한 시설당 3~5시간 머물며 평가를 진행한다. 한 시설에 개설된 학점인정과목은 평균 15개, 강의는 225개 정도다. 수업의 질과 시설을 점검하고 운영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시간이다.

"서로 다른 기관들이 동일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거나 수준 미달의 교재나 출처가 불분명한 짜집기 교안을 사용하는 일, 주교재의 내용과 전혀 다른 동영상 강의가 제공되는 경우" 등 질 낮은 수업이 걸러지지 않는 이유다. 배 의원은 "대학 수준의 수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교육 콘텐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일부 평생교육시설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한 교안을 수강생들에게 파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평생교육진흥원은 "저작권 관리의 책임은 각 교육기관에 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해당 강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워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강생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며 "감독기관이 교육기관의 불법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평가결과도 투명하게 공개 안 해…교육부 직무유기로 수강생만 피해"

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시설들에 평가 결과를 통보할 때 총점만 알려줄 뿐 세부 항목별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평생교육진흥원은 그 이유에 대해 "평가인정이 절대평가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항목별 점수를 공개하면 교육기관들이 기준 점수에 맞춰 최소한의 노력만 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배 의원은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면 배점을 공개하고 대신 항목별 최저 기준 점수를 도입하면 될 일"이라며 "오히려 불투명한 평가인증 구조로 비리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 의원은 이어 "평생교육진흥원과 교육기관 사이에 뇌물과 청탁이 오간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인데도 교육부에서 평생교육원에 대해 감사조차 한 일이 없다"며 "교육부의 직무유기로 수강생들의 수업료가 교육서비스에 투자되지 않고 평생교육원 뒷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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