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단적으로 말하면 해방과 통일이다
정의와 평화, 자주와 평등의 공동체를 향한 민중들의 투쟁
그러나 그러한 세상을 갈구하던 중
최고조에 이른 열정을 끄기 위해 투입된
그보다 더한 분량의 극한의 공포와 탄압
이 전위의 돌격대가 너희들 서북청년단이다
울던 아기도 숨을 멈추는
죽음의 저승사자들
너희들의 반공은 우리들의 죽음
너희들의 출세는 우리들의 무덤
“네가 만약 빨갱이가 아니라면 빨갱이가 되게끔 때리겠다!”
“네가 만약 빨갱이라면 빨간 물이 빠질 때까지 때리겠다!”
때리다가 죽으면 그대로 빨갱이가 되었고
죽은 빨갱이는 귀를 잘라 돈벌이가 되었다
너희들은 피 묻은 손으로 교편을 잡고
지휘봉을 잡고 신문사를 접수하고 상권을 거머쥐더니
사태가 끔끔해질 무렵
애써 간직할 아무 미련도 없는 듯
챙길 것 다 챙기고 홀연히 떠났다
잔인한 무용담만 잔해처럼 남긴 채
그 자리엔 공동체의 해체와 정체성의 상실
사유하는 세포 자체의 파괴
역사의 타살과 기억의 자살만 도배된 채
만신창이 역사, 60년 숨죽인 동토 속에서도
제주도민들 기어이 살아남아
4・3해결의 열두 시왕문을 열고
너희를 가해자 처벌 요구한 적 없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을 너나없이 부르짖었건만
분명하지 않은 역사의 단죄는
항상 독버섯처럼 언제든 어디선가든 움트게 된다
희생양도 못 되는 이승만 정권의 친위대 들러리
너희들,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서청의 후예들
오늘날 다시 권력의 완장으로 재건되었다니
나는 한편 치가 떨리면서도
나는 또한 아주 열렬히 환영하는 바이다
너희는 이제 분명코 저주와 복수의 과녁이 되었다
분명하게 나는 말한다
이제 다시 4・3이 너희들에게 말한다
그래 이제 돌려주마
너희가 즐겨 사용했던 비수와 총칼을 돌려주마
너희가 찢고 뜯었던 제주의 자존을
너희가 강간했던 수눌음의 정신을
너희가 착취하고 약탈했던 나눔의 공동체를
너희가 유린한 제주의 맨 얼굴과 맨 몸과 맨 정신을
돌려주마 너희들에게
너희의 뿌리 잔털까지 말끔히 뽑아
너희의 몸통, 백색테러의 원조인 매국사대세력들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곧 역사 정의의 시작이니
나는 제주도민의 이름으로
억울하게 숨져간 영령들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우리가 당했던 바로 그대로
너희의 멸종으로 돌려주고자 한다
그 자리에서
정의와 평화의 새 희망을 다질 것이다
해방과 통일의 새 나라를 이룰 것이니
자주와 평등의 새 역사를 재건할 것이다
제주4․3만을 다룬 시집으로 '고운 아이 다 죽고', '눈물 밥 한숨 잉걸', '한라산의 겨울'이 있다.
강정 해군기지 사태가 촉발한 이후에는 강정문제에 천착 '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와 '강정은 4.3이다'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시인은 현재 ‘제주4․3추가진상조사단’에서 일하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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