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동안 국내 산림정책은 전란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려는 녹화사업이나 자원화사업 등 가시적이거나 물질경제적인 1차원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는 숲, 생태, 둘레길, 올레길, 등반, 산악이벤트, 가족캠핑, 주말농장, 전원생활, 귀농 등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산림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 산림복지 개념이다. 그런데 복지하면 비용 문제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산림복지는 최소비용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최상의 복지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이에 따라 산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참고할 산림복지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가깝게는 일본, 멀리는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영국, 독일 등 해외 5개국과 국내 산림복지 현장 취재로 이뤄졌다. 총 7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에펠탑 근처 거대한 도시숲
'불로뉴 숲'은 도시숲 공원으로서는 "세계적인 전범이 되는 공원. 자연의 숲처럼 만든 인공정원"으로 불린다. 파리는 도처에 아름다운 자연공원이 많다. 하지만 관광지 같은 공원 느낌이 강하다. 외국의 관광객들에게는 이런 공원들은 잠깐 들러 사진을 찍거나 이곳의 높은 지대에서 파리를 조망하는 관망대 역할에 그친다.
하지만 불로뉴 숲에 오면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숲에 들어오는 순간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정도다. 숲이 오밀조밀 예쁘게 꾸며져서가 아니다. 도시의 삭막한 풍경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 이게 자연의 품"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우리 곁의 도시숲"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찬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파리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매우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훌쩍 멀리 떠날' 시간을 내기 힘든 파리지앵도 가볍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불로뉴 숲'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파리를 떠나지 않고서도 '자연의 품'을 만끽하게 할 수 있는 도시숲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파리를 찾는 한국의 관광객이면 필수 코스인 에펠탑에서 불과 5킬로미터 떨어진 불로뉴 숲이다. 하지만 이 숲을 가봤다는 한국인들은 드물다. 만일 테마관광 중 '자유시간'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꼭 찾아가볼 것을 권할 만큼 멋진 곳이다.
"모든 것을 갖춘 도시숲"
국내 산림 당국이 '도시숲' 모델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다. 하지만 파리의 '불로뉴 숲'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센트럴파크와 하이드파크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어디까지나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광장 등이 인상적인 도시공원이다. 반면 '불로뉴 숲'은 어디까지나 숲의 성격이 강하다. 면적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불로뉴 숲의 면적은 8.46 제곱킬로미터로 센트럴파크의 2.5배, 하이드파크의 3.3배다.
파리시 녹색공간환경국 마리 파블랭에 따르면, 불로뉴 숲은 원래 왕실 소유의 숲이었다. 1852년 나폴레옹 3세가 이 숲을 도시숲으로 재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현재의 도시숲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산책로와 자전거 길 등이 사방으로 나있는 길을 합하면 35킬로미터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경주장, 승마 코스, 자전거 경주로, 카페, 레스토랑 등 시민들이 숲 속에서 즐길 다양한 서비스 시설까지 모여있는 '올 인 원'의 도시숲이다.
심지어 거대한 녹지 속에 폭포와 호수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호수에는 자그마한 섬까지 조성돼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도시숲"답게 이른 아침부터 조깅과 사이클 등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숲에서 만난 시민 브루노 무론 씨는 부인과 함께 커다란 애견 두 마리를 데리고 "제대로 숲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 인상적인 파리지앵이었다. 그는 호수에 공을 던져 애견들이 헤엄쳐 물고 나오면 숲으로 다시 공을 던지며 애견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숲과 호수를 느긋이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는 불로뉴 숲에 대해 "언제 어느 때나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과 공간을 선사하는 멋진 곳"이라면서 "주말은 물론, 시간만 되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숲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매일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단순한 휴식과 운동만으로는 제대로 풀 수 없다"면서 "엄마 품 같은 자연 속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로가 되고,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이 되는 느낌을 한번 맛보면 자주 찾게될 수밖에 없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파리에는 470여 개의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그 중에서는 파리 최대의 숲으로 동쪽에 자리잡은 벵센 숲도 '파리의 오른쪽 허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도시숲들이 오늘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1, 2차 세계대전에 따른 파괴와 개발에 시달리던 숲들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프랑스 산림청에 따르면, 프랑스는 국가적으로나 지방자치 지역별로 산림 정책에 시민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정책결과정에 시민을 목소리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산림 개발과 복지의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이 프랑스를 '산림 선진국'으로 불리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유럽의 정원'으로 불리는 스트라스부르 오랑주리 공원최근 한국인들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는 역시 '프티 프랑스'라는 아기자기한 마을에 관광객들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도시의 숲을 찾는 입장에서는 '의외의 득템'이 바로 '오랑주리 공원'이다. 이미 '프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스트라스부르 일부 지역은 '상술이 판치는 서울의 인사동'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 주변을 찾아보면 멋진 곳들이 많다. 스트라스부르 곳곳에 12개의 공원과 정원이 있지만 '오랑주리 공원'은 '규모가 작은 도시숲'이라고 할 만큼 큰 규모의 도심자연공원이다. 이 곳을 찾아보면 '프티 프랑스'에서의 느낌보다 더 마음 깊이 울리는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오랑주리 공원은 1804년 나폴레옹 1세의 '영원한 연인'으로 불리는 조세핀에게 바쳐졌다고 한다, 1735년 조성되기 시작한 이 공원은 처음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공원이 '유럽의 정원'이라고 불릴 만큼 단순한 도심공원 차원을 넘어서게 된 것은 스트라스부르가 독일에 점령되는 기간에 확장됐기 때문이다.1895년 스트라스부르에서 산업박람회가 열릴 때 커다란 인공호수와 폭포가 조성되는 등 숲의 규모가 커졌다. 현재 개방형 동물원과 넓은 잔디밭 운동장, 수백년 된 나무들이 즐비한 숲 등이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오랑주리 공원에는 여유있는 산책을 즐기는 노인들, 공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쉽게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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