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이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경선규칙을 협상하는 과정에서부터 TV토론과 합동연설회에 이르기까지 특정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당은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재원 대변인이 전했다.
박 후보는 "합동연설회 무기한 연기조치는 공당에서 대의원, 당원뿐 아니라 광주·전남시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린 것"이라면서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고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캠프의 이정현 특보는 "경선 연기 요구 등의 극단적 방안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학법, 국가보안법 논쟁, 대연정 등 지금까지 정치적 결단의 시기에 박 후보가 고수해 온 '원칙의 정치'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된 궤도를 이탈한 경선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경선 불참 등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한나라당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나흘 만에 정상적인 경선 자체가 불가능한 수순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당 지도부는 이재오의 꼭두각시인가"
이명박 캠프는 일단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요구한 '질서유지 서약서'를 제출한 상태. 박근혜 캠프도 이날 중 서약서를 제출하고 경선일정 정상화에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캠프 내에선 "이번 사태는 당 지도부-이명박 후보 교감설의 방증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도 '지도부의 전원사퇴'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박 후보의 지지모임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 등 2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명박 캠프의 수장인 이재오의 주문에 따라 유세일정을 무기한 연기시키는 세계적인 폭거를 자행했다. 당 지도부는 이재오의 꼭두각시인가, 하수인인가.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지도부를 재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특히 광주·전남만 합동유세에서 제외, 또는 연기되면서 호남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는 이명박 캠프의 이재오 발 '제2의 광주사태'라 할 것"이라면서 "호남의 민심을 이리도 처참하게 짓밟고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리라 보느냐"고 몰아붙였다.
이들은 또 "이재오가 노린 것은 제주에서 점화돼 광주로 불붙기 시작한 '박풍(朴風)'의 차단이었다"면서 "이런 편협한 자가 무슨 최고위원인가. 당장 사퇴하고 이명박 캠프로 가서 거짓말 집단의 수장 노릇에나 충실하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들은 성명서 발표 후 퇴장을 요구하는 일부 당직자들에게 "나도 당원이다. 당원을 존중하라"고 고함을 치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정광용 회장은 "호남에서 새벽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 호남 사람들은 당원도 아니냐"면서 "이게 공당인가, 사당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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