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 이상? 류길재 "김양건, '문제없다' 얘기"

"북한 대표단, '파격적 사건 있어야 남북 관계 풀 수 있다' 강조…정상회담 논의 없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가 '아무 문제 없다'고 밝혔다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말했다. 4일 김 부장 등을 접견한 류 장관은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에 대해 북한 나름대로 막혀 있는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면서, 북측 대표단이 '파격적 사건이 있어야 막혀 있는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날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류 장관은 5일 한국방송(KBS) TV <일요진단>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같이 모여서 했던 회동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온 바가 없고, 다만 제가 김양건 비서와 차로 이동하면서 그때 '북에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의 건강이) 불편하다는 보도가 됐는데 건강이 어떠시냐' 했더니 김 부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김 부장이) 여러 가지 말을 한 톤으로 봐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충분히 느낄 언급이 있었다"고 했다.

북측 대표단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받아 왔는지 묻자 류 장관은 "구두 메시지는 있었지만, 친서에 버금가는 메시지로 생각하면 그런 메시지는 없었다"며 "다만 김 위원장이 우리 대통령에게 전하는 따뜻한 인사말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아주 간단히 전달한 바가 있다. 그 외의 메시지나 친서 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구체적 메시지가 아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는 인사말 한마디 정도였다는 것.

류 장관은 회담 비공개 부분에서 이뤄진 대화에 대해 "북측이 '남북 관계가 워낙 막혀 있기 때문에 이것을 풀기 위해서 파격적 사건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표현을 많이 썼다. 파격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취지의 말들이 있었다"며 "액면 그대로만 놓고 보면 막혀 있는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북한 나름대로의 방식이 아닌가 본다"고 소개했다.

다만 류 장관은 "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대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전과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황 총정치국장의 '오솔길로부터 대통로로'라는 표현 속에 전반적으로 북측에서 우리에게 하는 말의 기본 방향이 집약돼 있다"고 언급했다. 전날 황 총정치국장은 북측 대표단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오늘 전격적으로 방문했는데 성과가 많다"며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했었다. 북측 대표단과 정 총리의 면담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전후로 2차례에 걸쳐 각각 14분, 7분 동안 이뤄졌다.

류 장관은 전날 북측 대표단의 방한에 대해 "북한의 의도를 주무장관인 제가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과거 남북 관계에서 보지 못한 파격적인 행보가 이뤄졌다. 북한 입장에서는 '통 크게' 행보를 보였고 우리는 따뜻하게 응대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그는 전날 회담 내용과 관련해 "북측 대표단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좀 더 쉬운 분야부터 남북 관계를 여는 의미 있는 작은 출발로 삼아보자는 얘기가 주조였다"며 "앞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보자는 데는 (남북이) 다 같이 의견 일치를 봤다. (회담의) 형식과 말의 내용을 볼 때, 구체성은 없었지만 남북 관계를 풀어갈 의미 있는 단초가 만들어진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편 북측 대표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2009년에는 (북측의 김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이번에는 국제 경기대회에 북측이 이런 식으로 참가한 전례가 없어 예상키 어려웠다"며 "대통령 면담이 이뤄지려면 사전에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는 "물론 북측 대표단이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있었다면 못할 일은 아니었지만, 대표단의 동선이나 일정을 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아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측 대표단의 방한 과정에 대해서는 방문 전날인 3일 오전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북측 체육계 관계자들로부터 통보를 받고, 같은 날 오후 정부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끝에 북측에 답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식 발표는 방한 당일인 4일 아침에 이뤄졌다. 그는 이번 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담장을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며 아시안게임 관람 등의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 관광객들이 많아 회담 장소, 식사 장소 등을 물색하는 것이 예상 외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