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이 대표적인 이념 갈등 극복 사례로 발표된 '사회적 갈등 정책 토론회'에서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이 토론회 개최를 가로막아 빈축을 샀다.
2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냉전 유산 극복, 이념 대립을 넘어 성숙한 사회로'란 주제로 열린 이념 갈등 극복 정책 토론회 시작 전 보수 단체 회원들의 항의 소동이 빚어졌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 4.3사건 바로잡기 대책회의' 대표인 이선교 목사 일행이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입장을 몸으로 가로막으면서 주최 측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목사는 오래전부터 '4‧3가짜보고서', '4‧3폭도공원' 등 극단적인 용어를 쓰며 4‧3 흔들기를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재)행복세상, 성균관대 갈등해결센터,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위원장과 김성호 행복세상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화해의 당사자인 제주4‧3유족회 정문현 회장과 제주경우회 현창하 회장도 나란히 참석했으나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의 훼방으로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소란이 이어지자 주최 측에서는 행사 진행을 방해한 일부 보수 단체들의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보수 단체 회원들은 "가짜 보고서를 쓴 사람을 먼저 퇴장시켜야 한다"며 맞섰다.
이들은 양 위원장의 토론회 주제 발표 후 20분의 반론 시간을 받아낸 뒤 항의를 풀었다. 결국 양 위원장은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나 미뤄진 오후 5시쯤 주제 발표에 나설 수 있었다.
양 위원장은 '제주 4‧3사건 이념 갈등 극복과 화해의 길'이란 주제 발표에서 "4‧3진상조사보고는 법률의 절차에 의해 확정된 법정 보고서이기 때문에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4‧3 진실 규명 운동사와 4‧3위원회 활동사는 이미 2008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박사 학위 논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 사례로 평가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특별법에 의한 진실 규명, 대통령 사과, 세계 평화의 섬 선포, 보수 정권에서 4‧3추념일 국가기념일 지정, 60여 년 동안 대립해왔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의 화해 등을 들었다.
양 위원장은 "역사 화해는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4‧3 역시 갈등의 여진이 남아 있다"며 "거시적으로 보는 눈과 이분법보다는 역지사지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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