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손주 한 명당 1억 원씩을 교육비로 주고 싶어 안달이 나거나, 그럴 능력이 있는 유권자가 아니라면 다음 총선에서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표를 줘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새누리당의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을 대표 발의자로 하고, 재력가로 이름 난 역시 같은 새누리당의 권성동 김광림 김상훈 나성린 박윤옥 서상기 유승민 유의동 이현재 의원 등 10명이 참여한 '희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 법안은 마치 이들 의원들의 '개인 소원수리'용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아니면 이들 1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은 모두 손주 당 1억 원 정도는 교육비로 줄 능력도 있고,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입장인 것을 알고 '지지자들의 뜻'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니, 손자나 손녀 한 명당 1억 원까지 교육비 명목으로, 그것도 "4년 내에 공교육 비용으로만"이라는 조건을 붙여서 비과세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1억 원 정도를 손주에게 증여한다고 해서 엄청난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니다. 1000만 원 정도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4년에 공교육비로 모두 써야 한다면서 1억 원을 줄 정도의 재력을 가진 조부모가 이 세금이 아까워서 비과세를 해달라고 요구할 심보를 가졌을까?
서민의 애환을 안다는 류성걸 의원, '부자 감세' 앞장서나
왜 이런 법안을 발의했는가 물어보니, 류성걸 의원 측은 "교육비로 4년 내에 쓰게 하면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답변한다.
하지만 노골적인 '부자 감세'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사교육을 제외한 채 4년에 1억 원, 연간 2500만 원까지 쓰게 하고 싶다면, 그 용도는 해외 유학용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최소한의 명분조차 의심스러운 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18일 한 조세전문가는 "손주 한 명 당 1억 원을 줄 재력을 가진 조부모가 올바른 정신을 가졌다면, 4년 내에 1000만 원 정도의 세금을 아끼려는 이런 법안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통과도 되지 않을 법을 왜 발의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류성걸 의원은 공식홈페이지 인사말씀에 이렇게 써놓았다. "신뢰받는 류성걸이 되겠습니다...여러분들을 한분이라도 더 만나 뵙고 인사들리기 위해 골목골목을 다니는 동안 많은 분들의 아픔과 눈물을 보았습니다. 서민들의 한숨과 탄식 또한 아프게 들었습니다. 그 애환들을 희망과 행복으로 바꿀 수 있도록....민생정치, 믿음을 주는 정치, 희망의 정치를 해나가겠습니다."
이런 인사말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에 조세전문가로 불리는 류 의원이 정말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가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아마 초선 의원으로서 돈 많고 힘센 다선 의원들이 '악역의 총대'를 메라고 떠밀어서 어쩔 수 없이 대표발의자가 된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고 해도, '신뢰받는 류성걸'은 더 이상 유효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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