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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초로 자체 인권 보고서 펴낸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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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초로 자체 인권 보고서 펴낸 속내?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인권문제도 "대화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적극적 행보

북한이 13일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사실상의 첫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A4 용지 8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보장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의 인권향유실태> <인권의 국제적보장과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입장과 노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보장을 가로막는 주요난관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의 인권보장전망> 등 5개 항목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총망라했다.

북한은 보고서의 머리말에서 ‘반북적대세력들에 의해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왜곡된 견해들이 유포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보고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북한인권보고서 주요내용 (표현은 우리식으로 바꿈)

■ 인권에 대한 나라와 민족들의 견해와 입장은 서로 다르며 북한은 주체사상에 기초해 참다운 인권을 옹호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인권은 철저히 내정문제로, 인권옹호의 간판 밑에 벌어지는 어떤 나라나 국제인권기구의 내정간섭적인 행위에 대해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 미국과 서방나라들이 국제인권기구들까지 내세워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떠드는 것 자체가 내정간섭이며 국가전복을 노린 인권침해행위이다.
■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꼭같이 맞는 인권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 누가 어떤 사상과 종교를 가지는가 하는 것은 자유이다.…모든 공민들은 주체사상을 선택하고 굳게 믿으며 그 요구대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강제나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 미국이 어중이떠중이들을 내세워 북한의 ‘불법감금’ ‘불법처형’ ‘고문’ ‘납치’ 등에 대해 떠들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을 왜곡하고 북한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기 위한 모략극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자기 합리화와 함께, 인권을 주제로 외부 세계와 대화할 뜻도 밝혔다.

북한인권보고서 주요내용 (표현은 우리식으로 바꿈)

■ 북한은 인권분야에서 국제기구들과 나라들 사이의 협력과 교류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고 있다.
■ 북한은 앞으로도 국제인권협약들에 의해 지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며 진정한 대화와 협력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 우리는 인권대화를 반대한 적이 없다.
물론, ‘인권대화를 다른 나라들의 자주권을 유린하고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는 데에는 반대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북한이 인권을 주제로 국제사회와 대화할 뜻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을 고립시켜 온 두 가지 축, 핵과 인권

북한의 인권 문제는 핵 문제와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켜 온 주요 관심사였다. 특히 인권 문제는 유엔 산하에 북한 인권을 조사하는 위원회가 설립되고 지난 2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종합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더욱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분위기이다. 이달 하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외교장관들의 회의도 추진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인권 문제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어차피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이 발표한 방대한 분량의 인권보고서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인권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전이다. 서로 이견은 많겠지만, 북한과 국제사회가 인권을 주제로 대화하다 보면 민감하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제사회의 이단아’라는 이미지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이 인권을 주제로 대화할 의사를 밝힌 점은 또 하나의 변화 시도라고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강석주 당 비서가 유럽을 방문하고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의 적극적인 외교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북한의 이같은 변화 시도가 ‘핵문제’라는 장애물을 넘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http://www.e-nkfocus.co.kr)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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