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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안경환 카드' 무산…박영선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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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상돈·안경환 카드' 무산…박영선 사면초가

세월호法·정기국회 등 난제 여전…당 일각 "원내대표직도 사퇴"

새정치민주연합 사령탑인 박영선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직접적 계기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이다. 거기에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정기국회 등 의정 현안도 난국에 빠져 있는 데다, 대선개입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법원이 선거법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딱히 대응 방법도 없다.

박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상돈 교수 영입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논란에 대해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게 애초 저의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앉히고 자신은 물러날 구상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날 친노·486·정세균계·민평련·호남·비례 초선 등 당 내 사실상 모든 그룹에서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관련기사 보기 : 새정치, '이상돈 영입설'에 내홍 조짐), 이날 역시 '이 교수는 공동위원장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박지원·우상호 '이상돈 반대' 입장…정동영 "이런 식으론 당 못 이끌어"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아침 박 원내대표가 "안경환 교수가 '혼자 위원장을 하는 것보다는 보수적인 이상돈 교수와 공동위원장 체제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이 교수를 접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교수만 언론에 부각되고 알려졌다"고 했다며 "'진보와 보수를 공동위원장으로 발족시켰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저에게 설명하더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아무리 개혁·혁신 전문가라고 하지만 (한 명의) 변호사가 원고도 변론하고 피고인도 변론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지 않느냐"며 "훌륭한 분이지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렸다"고 했다. 박 의원은 "우리하고는 정체성이나 정통성이나, 또 우리 당원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개인적으로 아무리 훌륭해도 이 교수는 아직은 좀…. 공동위원장일망정 조금 이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인영 의원과 함께 이른바 486 그룹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우상호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만약 이 교수를 단독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면 상당히 내부가 혼란스러워질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과 우 의원은 전날 이 교수 영입작업 중단을 촉구한 성명서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우 의원은 "(공동 비대위원장이라면) 그건 좀 검토해 봐야 되겠다"면서도 "비대위원 정도면 몰라도 당의 대표인 비대위원장으로까지 모시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에 대해 이견이 많다"고 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보수진영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분이지만 그분의 본체는 어디까지나 새누리당이고 보수주의자"라며 "이런 분을 제1야당 대표로 영입한다는 것은 새정치연합이 '우리 당은 새누리당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정당이오'라고 전 국민 앞에 공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원과 당의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고문은 나아가 '박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상당히 손상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저는 박 대표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며 "세 번째 '덜컥수'를 둔 건데, 이런 식으로는 당을 끌고 갈 수 없다. 지금이라도 낮은 자세로 당원과 지지자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까지 했다. 진행자가 재차 '이상돈 카드를 접고 박 원내대표도 뭔가 거취에 대해 결정을 해야 된다고 보나?'라고 묻자 정 고문은 "정치는 결국 책임정치"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박영선 지지했던 이들도 '반대'…일각에선 "원내대표직도 물러나라"

이들의 목소리가 눈길을 끄는 것은, 평소 박 원내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그룹에서 나온 반대 목소리라는 점에서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8대 국회부터 '박 남매'로 불리는 등 박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이였다. 우 의원 등 486 그룹은 원내대표 선거와 비대위원장 추대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를 강하게 밀었던 핵심 지지그룹이었다. 정동영 고문은 MBC 기자였던 박 원내대표를 정계로 스카우트한 장본인으로, 박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시절 대표적인 'DY계(정동영계)'로 분류됐었다.

심지어 박 원내대표가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한 진성준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어떻게 해도 이 교수가 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환·황주홍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중도파' 역시 이 교수 영입에 부정적이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의 반대 관점에 섰던 분을 꼭 영입해야 하는가. 저는 찬성하기 어렵다"며 "상식에 반하는 의외의 발상"이라고 했다. 박 의원과 백군기, 안민석, 이상민 의원 등은 전날 이 교수 영입 중단 촉구 성명에도 연명했었다.

나아가 고(故) 김근태 의장을 따르는 민평련계는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어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평련은 최규성·인재근·우원식 의원 등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 모두 내려놔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당 내 프로세스를 전혀 거치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이미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2차례나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이건 진짜 안 되겠다'고 한 것"이라며 "그 판단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원내대표직까지 어렵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재성·오영식 의원 등이 주축인 '혁신모임' 역시 이날 모임을 갖고 박 원내대표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식 의원은 "신뢰가 무너져 박영선 체제가 더이상 가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원내대표까지 포함해서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혁신모임은 이날 중 박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비대위원장의 경우 외부 인사가 아니라 당 내 중진급 인사가 적절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환, 비대위원장직 고사?…세월호法, 정기국회 등 난제만 쌓여

이같은 당내 반발로 인해 '이상돈 카드'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박 원내대표에게는 악재만 쌓여가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 교수와 함께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길 구상이었던 안경환 교수는, 이날 자택 앞에서 일부 취재진과 만나 비대위원장직은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다고 겸양하며 오래 전부터 박 원내대표에게 거절의 뜻을 밝혀 왔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교수는 이날 오후 전화기를 꺼놓은 상태다.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처음 초래한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양자 회동을 가졌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게다가 유가족들이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낸 8.19 합의안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또다른 논란을 예고한다. (☞관련기사 보기 : 여야 원내대표 "2차 합의문 전제로 구체적 얘기")

정기국회 일정과 관련해서는 세월호특별법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면 담뱃값 인상 등 이른바 민생 과제와 예산 문제 논의를 마냥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시한인 15일을 넘기게 되면 당 내외로부터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전날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분 무죄 판결을 받으며 시민사회 전체가 들썩였으나, 새정치연합이 딱히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날 새정치연합 아침 회의에서 원 전 원장 재판을 언급한 사람은 박 원내대표를 제외한 발언자 7명 중 조정식 사무총장과 진선미 의원 2명이었다. 다른 의원들의 발언은 주로 담뱃값 인상 문제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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