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의 고소고발 취하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소 취하냐, 강공이냐'의 기로에서 부심하던 이명박 캠프가 '강공'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다시 부상한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파문'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대한 당의 조치와 소 취하 문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캠프 내에서 감지됐다.
이명박 측 "이번 기회에 털고 가려는 생각도…"
전날 격론이 오고가는 가운데 결론을 내지 못한 이 전 시장 측은 10일 오전 캠프소속 핵심 의원들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갖고 소 취하 여부와 향후 정국 대응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오늘 당장 결론을 내리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정치적으로 밀려 소 취하를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의 조사에 대해 우리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검찰의 조사를 계기로 (이 전 시장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털고 가려는 생각도 안하는 것은 아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소 취하 여부를 두고 자칫 캠프 내 갈등이 부각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다. 곧 하나로 모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소 취하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이재오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사실 저희들은 이번 기회에 이명박 후보의 의혹이 검찰을 통해 말끔히 밝혀지기를 사실 바라고 있다. 공신력을 갖고 있는 검찰에서 싹 해소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캠프가 고발한 것이 아니었다. 사전에 (김재정 씨와 캠프가) 상의할 처지도 아니었다"면서 "고발한 쪽에서 걸릴 것이 없으니 고발했지 뭔가 켕기는 사람들이 검찰에 우리를 조사해 달라고 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최고위원은 "사안이 명백해 계좌추적이든 뭐든 할 게 없다"면서 "김대업 때 하도 당해서 '정치검찰'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는 있지만 지금 검찰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선거 때마다 검찰이 '정치검찰'로서 사건을 확대한다면 대한민국 검찰이 설 땅이 있겠느냐"면서 중립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시장 측은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한나라당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 의원에 알려졌다는 경기지방경찰청의 전날 발표를 계기로 역공에 나섰다.
캠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중 경기지방경찰청과 강재섭 대표, 박관용 당 경선관리위원장, 인명진 윤리위원장을 각각 면담해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겠다는 방침.
박형준 대변인은 "야당의 한 세력이 정권과 야합한 케이스가 아니냐"면서 "이번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소 취하 여부는 사실 이제 당에 달렸다"면서 "당에서 '경부운하 보고서'의 유출-유통과정에 관여한 저 쪽(박근혜 전 대표 측)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 취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캠프 내의 전반적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근혜 측 "검찰의 계좌추적은 온당한 수사권"
반면 박근혜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저희는 당초 철저한 수사를 부탁드렸던 사안이기 때문에 그런 이명박 캠프의 결정에 우리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사실 여부를 밝힌다는 측면에서 계좌추적 등의 수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한 수사권의 발동"이라고 '실체적 진실의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우리도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그렇게 미덥지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실은 김재정 씨의 모든 토지 거래 내역에 상당한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고소고발은 김재정 씨의 일이지 캠프와는 관계없다'는 이 전 시장 측의 입장에 대해 "한 마디로 우스운 일"이라면서 "그렇다면 그분들은 왜 소 취하를 두고 그렇게 걱정을 하고 회의를 하고 그랬느냐"면서 "아무리 경선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당의 의원을 고소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결국 동생이 보기 싫으니 와서 잡아먹으라고 호랑이를 안방에 불러들인 격"이라고 맹공했다.
그는 "검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표명하자마자 (이명박 캠프가) 저렇게 혼비백산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또 뭉개고 그냥 넘어간 뒤, 혹여 이명박 후보가 당의 후보로 선정돼 그대로 이 불씨를 안고 가게 만든다면 결국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재섭 "당 깨는 사람은 역사에 대한 책임 져야"
양 진영의 공방이 쉼 없는 확전일로로 치달으면서 당 지도부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가 지나쳐 '지금은 내전상태가 아니냐'는 비난도 많다"면서 "(김재정 씨가) 고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진짜 땅을 치고 화를 냈다. 고소는 취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정말 한 번 혼을 낼 날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레드카드도 나올 것"이라면서 "남의 골대에 골을 넣는 자살골을 계속 넣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축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분당'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강 대표는 "당이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국민들이 볼 때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이다. 만일 이번에 당을 깬다든지, (경선에) 승복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사람은 결국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빅2'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역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분당 우려는 대선이 아니라 오히려 총선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의 경험 때문에 나오는 말인데, 오히려 과거에 탈당한 사람들의 말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 국민은 그런 철새집단과 철새정치인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그렇게 싸우더라도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한나라당 당원이고 후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면서 "'빅2'가 그야말로 '빅2'가 되려면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한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선은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고 양 진영을 함께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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