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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차례상 차린 대구 '쪽방촌'의 따뜻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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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차례상 차린 대구 '쪽방촌'의 따뜻한 추석

[언론네트워크] <대구쪽방상담소> 7년째 쪽방 주민들 합동차례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저녁 7시.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있는 '희망드림센터' 지하에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합동차례상이 마련됐다.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하며 명절이 돼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쪽방 주민들은 그리운 가족들을 그리며 다 같이 정성스레 차례를 지냈다.

홍동백서와 어두육미, 잘 익은 햇곡식과 과일이 정성껏 차려진 차례상 앞으로 5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쪽방 주민 60여명이 다 함께 큰절을 올렸다. "일어나서 절을 두 번 하세요". 진행자의 말에 따라 절을 마친 주민들은 각자 음복을 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추석 음식상을 나눠 먹으며 웃음 꽃을 피웠다.

▲쪽방촌 주민들이 합동차례상 앞에 다 같이 절을 올리고 있다. ⓒ평화뉴스(김영화)

구모(74)씨는 올해 처음으로 합동차례상 행사에 참여했다. 생활고로 고향 서울에 10년째 가지 못해 가족들을 못보고 있지만 쪽방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 이웃과 함께 하고 싶어 이 자리에 참석했다. 구씨는 "명절에는 어디 갈 데도 없고 놀러갈 데도 없다. 매년 혼자 보냈는데 올해는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보내 마음이 훈훈하다"며 "멀리 있는 가족들에게 인사한다는 마음으로 제사도 지내고 여럿이 음식도 나눠 먹으니 행복하다. 고향엔 못가지만 지금 있는 여기가 고향 아니겠냐"고 했다.

올해로 5번째 합동차례상 행사에 참여한 김모(70)씨는 10년 넘게 쪽방생활을 하다 최근 형편이 나아져 남구 대명1동에 작은 원룸으로 이사를 했다. 과거 힘들었던 쪽방 생활을 떠올리며 이웃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추석을 지내기 위해 김씨는 이날 합동차례상 자리를 찾았다. 김씨는 "나물 두어가지, 술 한 잔 붓고 쪽방서 혼자 명절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혼자라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합동차례상이 차려진 다음부터는 여럿이 함께하는 행복을 알게 돼 매년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추석 합동차례상 올리기 행사에 쪽방촌 주민 등 60여명이 모였다. ⓒ평화뉴스(김영화)

지난 2001년부터 14년째 대구지역에서 쪽방 주민들의 취업·의료·생계·자활·거주·급식·행정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구쪽방상담소(소장 장민철)>는 9월 4일 저녁 서구 비산동 '희망드림센터' 지하에서 쪽방 주민들을 위한 '2014 추석명절 합동차례상 올리기' 행사를 열었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이번 합동차례상 행사에는 쪽방 주민 등 60여명이 참석했으며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합동차례상 행사에 앞서 대구쪽방상담소는 같은 장소에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효사랑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에는 2006년부터 문화소외지역에서 공연을 하는 <꿈꾸는 예술>과 소리꾼 최미순 씨가 참여해 쪽방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가요 '타향살이', '빈대떡 신사', '아빠의 청춘', '부모' 공연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다 같이 따라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 춤을 추기도 했다.

장민철(39)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개인적 사정으로 가족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7년째 합동차례상을 차리게 됐다"며 "외롭고 고단한 삶이지만 명절이나마 여럿이 함께 모여 얘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따뜻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손길 하나에도 큰 힘을 얻는 쪽방 주민들에게 합동차례상 행사는 의미가 크다. 더 많은 이웃들이 이곳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효사랑 음악회'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들. ⓒ평화뉴스(김영화)

대구쪽방상담소는 지난 6월 24일 쪽방 주민에게 도움을 줄 '희망드림센터'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 서구 평리동 개미산공원 근처에 문을 열었다. 센터는 터 2백여㎡에 4층 건물로, 1층은 마을기업 식당 '따신 밥 한 그릇', 공중보건의와 간호사가 상주하는 무료진료소, 2층은 대구쪽방상담소 사무실, 3·4층은 7가구가 살 수 있는 방으로 꾸며졌다. 건물 지하는 주민들이 강좌도 듣고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 공간이다. 현재 센터에는 주민 4가구가 살고 있다. 한편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월세 10~20만원으로 여관이나 여인숙 등 1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하는 대구지역 쪽방 주민들은 현재 1천여명에 이른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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