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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셀프 개혁' 거부하면 남은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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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군, '셀프 개혁' 거부하면 남은 길은…

[군 폭력, 해법은? ④] 김종대-임태훈-정욱식 좌담회 <2>

전례가 없는 군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은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계급별 공용 휴대전화 △GOP 휴일 면회 △평일 일반 면회 허용 △자율형 휴가 선택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윤 일병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군 내에 이어지고 있는 가혹행위와 폭력의 적폐를 끊어내기 위해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사법원 독립 △군 인권법 제정 △군 옴부즈만 제도 △국방부 장관 직속 국방 인권위원회 마련 등을 꼽았다.

우선 군사법원 독립에 대해 임 소장은 "현재 고등군사법원은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게 돼 있고 80여 개 정도 되는 각급 보통 군사법원은 모두 지휘관, 즉 사단장이나 군단장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지휘관들이 임명하는 사람이 재판장으로 들어온다"며 군 내의 사법권이 지휘관들의 통제하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구조 속에서 사단장의 비리를 적발한 헌병대장이 "사단장님 조사에 좀 응해주시죠"라고 할 수 있을까? 긴급체포해야 할 상황에서 "사단장 체포해"라고 명령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사법권이 독립되지 않다 보니 부대 내 부조리가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고 병영 내 적폐가 계속 누적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임 소장은 군 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법 제정 취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군인들도 헌법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모두 누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군인이니까 조금 제한돼야 할 부분이 있고, 이를 법에 의해 제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소장은 군 인권법은 자유권·사회권적 기본권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당장 병사들의 월급을 책정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병사 월급을 정하는 규정이 없었지만, 포괄적인 인권법을 도입하면 최저임금 등을 적용해 병사들에게 의미 있는 임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군 옴부즈만 제도에 대해 임 소장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다시 창설된 독일군이 나치군처럼 반인권적인 행위를 할까봐 옴부즈만 제도를 만들었다"면서 외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도 국방 옴부즈만과 국방인권위원회 제대로 만든다면 군 인권센터는 필요없다"면서 국가가 군대 내 인권 문제를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이 실제로 군에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군은 개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은 "어차피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로 징병제를 유지하지 못한다. 변해야 한다면 군이 먼저 변화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김 편집장은 군이 머뭇거리다가 변화를 당하게 되면 "대단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대 편집장과 임태훈 소장의 좌담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편집위원의 사회로 지난 1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정욱식 :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군대 내에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 양상이 이전과는 달리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병영혁신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게 된 이유다. 일각에서는 군 당국의 몇 가지 처방을 놓고 ‘땜빵식 처방’이라며 군이 이번에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혁신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보나?

임태훈 : 안타깝지만 그렇게 되기 힘들어 보인다. 군 혁신의 핵심적인 사안들은 △군사법원 독립 △군 인권법 제정 △군 옴부즈만 제도 △국방부 장관 직속 국방 인권위원회 마련 등인데 군에서 반가워하는 사안은 아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프레시안(손문상)

정욱식 :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군사법원 독립이 병영 악습을 뿌리 뽑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

임태훈 : 군사법원은 예전부터 입법·행정·사법부의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었다. 군사법원 독립은 사실상 평시에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 검찰과 헌병대가 지휘권자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고등군사법원은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게 돼 있고 80여 개 정도 되는 각급 보통 군사법원은 모두 지휘관, 즉 사단장이나 군단장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지휘관들이 임명하는 사람이 재판장으로 들어온다.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소위 말하는 '라이센스'가 없는 사람이 재판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휘관은 이 사람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다.

이처럼 사법권이 독립되지 않으면 군사법원에서의 재판, 특히 성추행이나 성범죄 같은 사건은 가해자 봐주기 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형사사건에서의 처분, 예를 들면 벌금이라든지 징역형에 대한 감경권을 지휘관들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10년 전부터 있던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판사는 양심에 의해 독립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런데 군대에서는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럴 거면 군사 재판을 아예 사법부로, 대법관 밑으로 다 이관시켜야 한다고 보는데, 국방부는 군사법원 독립도 반대하고 있다.

정욱식 : 군 수뇌부와 지휘관이 군사법원 독립에 반대하는 이유나 논리는 무엇인가?

임태훈 : 군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지휘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본토가 아닌 해외 곳곳에 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군은 이렇게 주장해도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불필요한 제도다. 우리가 해외에 군을 주둔시키고 있나? 군사법원은 전시에만 운영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그러면 그들이 말하는 '지휘권'도 얼마든지 확립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보면, 군 검찰은 사단장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군 내부 구조를 보면 사단장 밑에 법무참모가 있고 이 안에 군사 법원이 있다. 판사와 검찰관, 법무참모가 한 공간 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검찰관이 사단장한테 가서 기소 결재를 맡아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마치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시장한테 결재를 요청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상하지 않나? 이는 사단장에게 불이익이 되는 사건은 축소·은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사단장이나 지휘관은 수사·기소 문제를 결재할 자격이 없는 비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사단장의 비리를 적발한 헌병대장이 "사단장님 조사에 좀 응해주시죠"할 수 있을까? 긴급체포해야 할 상황에서 "사단장 체포해"라고 명령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아마 영장도 안 나올 것이다. 영장 결재를 해당 부대장에게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군사범죄를 제외한 모든 일반 범죄는 경찰, 검사가 수사·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는다면 적어도 각 부대 헌병대는 사단장이 아니라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지휘하도록 일원화시키고 군 검찰은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지휘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해당부대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렇게 가야 한다.

김종대 : 사실 이런 주장이 지휘관들한테 반가운 것은 아니다. 일례로 법무 병과 독립을 이야기했을 때 남재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이것은 정치장교를 법무장교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주 극단적으로 충돌한 셈이다.

물론 군 내부에서 기무, 의무 등은 독립돼있다. 지휘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무의 경우 독립시켜놓았는데 권력기관으로 키워져서 문제지만 말이다. 독립이라는 것의 기준을 제대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일선의 전투원, 또는 장교나 간부들이 상부 명령에 대한 자기 태도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본다.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기준은 합법성과 정당성인데, 대부분 군인들은 상관의 명령이 합법적이지 않다면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쟁범죄 같은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정당하지 못한 명령은 거부하기 힘들다. 저항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이순신은 칠전도에 나가 싸우라는 권율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곤장을 맞고 봉고 파직당했다. 이순신의 입장에서 이것은 정당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와 같이 파직 정도를 감수하고 저항해야 하기 때문에 정당성에 대한 도전은 쉽지 않다. 정당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영관급, 장성급 장교 정도다. 장병은 정당성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구타 및 가혹행위는 불법이고 범죄다. 지휘계통과 무관하게 전 장병은 합법적인 준칙에 따라 행동할 기본권이 있기 때문이다. 정당성을 제기하지는 못하지만 합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군 사법제도 개혁이다. 물론 군사법원이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문제는 법률 전문가가 판단할 몫이다.

장병들의 합법적인 직무 수행, 합법적인 자기 권한과 의무 행사를 확실히 보장해주기 위한 수단이 사법제도 개혁이다. 지휘관 임무와 무관한 사적인 명령이라든가 권력을 남용하는 범죄 등이 군대같이 비대칭적인 권력 구조에서는 문제가 된다. 그러면 기댈 수 있는 것은 법이어야 한다. 그게 군법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다만 군사법원만 독립한다고 이런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군사법원이 독립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 장병들에게 인정돼야 한다. 그럴 때 독립된 사법제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임태훈 : 경찰도 법률 구조가 있는데, 군의 헌병 분과나 법무, 특히 검찰부에 대해서는 법적인 규정들이 없다. 존재 이유에 대한 명확성을 띄어야 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이게 불분명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휘관들이 지휘권을 마구 휘두르는 것이다. 수사해야 할 것은 수사 안 하고. 수사권을 맘대로 휘두르는 상황들이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정욱식 : 군사법원을 독립하더라도 전 장병, 나아가서 모든 국민이 법이 보장한 권리의식을 갖는 것이 제도의 변화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군 인권법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나?

임태훈 : 법에 명시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군인들도 헌법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모두 누려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군인이니까 조금 제한돼야 할 부분이 있고, 이를 법에 의해 제한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헌법 37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군은 이걸 망각하고 있다.

제복입은 시민의 모습으로 군을 탈바꿈시키려면 최대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고 제한해야 할 것은 합리성에 기반해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현재의 군인복무규율을 군 인권법으로 상정하면 헌법재판소에 의해 다 위헌결정을 받을 것이다.

군 인권법은 폭넓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유권적, 사회권적 기본권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장 병사들 월급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지금까지 병사 월급을 정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업군인들은 국가공무원법에서 파생된 군인공무원법이 있고 이에 따라 보수가 규정된다. 하지만 의무복무자들의 월급 규정은 없다. 군 인권법을 제정하면 사회권적 기본권 차원에서 이들에게 기초생활수급 또는 최저임금 등 어떤 기준을 기반으로 월급을 정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군 인권법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기득권 놓지 않는 군피아들

김종대 :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국방부가 장병들의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기 위해서 힘쓰는 것 같다.(웃음) 군에서는 고급 장교들의 연금 문제가 제기되면 군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난리친다. 군에 놀고 있는 장군과 대령이 30~40% 정도 되는데 만약 정년이나 연금 단축한다고 하면 이들은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프레시안(손문상)

이렇게 노는 장군과 대령이 많아지면 군 인력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군 생활을 33년 했던 대령이 16년 만에 대령에 진급돼 17년 동안 대령으로 있다가 계급 정년으로 퇴임하는 경우를 보자. 이런 대령 1명이 안 나가면 밑에 중령 5명이 피해를 보고, 이 중령 5명은 소령 25명에 피해를 준다. 공석이 나오지 않으니까 진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대령 1명 운영하는 데 1년에 1억5000만 원이 들어간다. 부수 시설까지 합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것들을 슬림화하려는 국방개혁 노력이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육군 본부가 반발했다. 정원이나 직급을 성역화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공무원의 정원 문제는 국무회의에 의해 의결이 나와야 시행된다. 그런데 군인들은 예외다. 군 정원은 대통령 승인을 받아 국방장관이 정한다고 돼 있다. 이 부분도 법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것인데, 예전에는 장군 진급 대상자가 너무 많아질 때 대통령 찾아가서 사정하면 해결되기도 했다. 상위 직급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막말로 장관이 대통령한테 말만 잘하면 장성 자리 하나 생기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군대가 진급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명예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점도 상위 직급이 팽창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우리 군은 그동안 사관학교 졸업자가 장성 진급을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 패배자라고 규정해왔다. 이렇게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를 극명하게 갈라놓으면서 진급에 대한 군 내부의 요구가 높아졌다. 상위 직급에 대한 선망으로 인해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군의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가로막고 있다. 하급자가 때가 되면 상급자로 진급하고, 상급자는 때가 되면 내려놓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정상적인 흐름이 마비된 상황이다. 대령에서 장군으로 전환되는 계층이 포화상태가 됐다. 장교들의 정원 관리와 인력 정책 파행은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중병이다.

한국군에 대령이 3000명 있다. 이중 전투 직위는 270개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파견, 교육, 참모, 지원, 행정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예전에 이상희 국방장관이 "전투복 입은 자 전투위치로 가라"고 하면서 국방개혁 하겠다고 했는데 전투복 입은 군인이 갈 자리가 없다. 앞에서 싸우는 보직은 10%고 뒤에서 잔소리하는 보직이 90%다. 그러면서 야전에 가면 병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군의 아주 기형적인 모습이다.

임태훈 : 현재 군에 전투와 관계없는 보직이 너무 많으니 이를 줄이고 군의 상부구조를 슬림화한다는 전제하에서 계급정년은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직업 안정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양질의 경험을 계속 군에 투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만약 계급정년이 100% 보장 안 된다면 이들에게 군무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인력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상부구조는 굉장히 뚱뚱해져 있는데 진급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진급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무기회사의 로비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정욱식 :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이 취임하는 국방 문민화가 된다면 위에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김종대 : 국방부는 국민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군인들의 의견 개진 통로가 막힌다는 문제제기가 나와서 합동참모본부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방부는 이렇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합참은 대통령과 장관에 군사적인 조언을 하라고 만들어준 자리다. 우리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런 기구를 만들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 현역 군인이 합참에도 있고 국방부에도 다 들어와서 국장, 과장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방장관까지 하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군을 통제하라고 국방부를 만들어 놨더니만 군을 대표해서 군인을 통제하려는 조직으로 국방부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거면 합참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실제 합참이 해야 할 일을 거의 국방부가 다 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군사 정책. 국방 전략 같은 것을 국방부가 개발하는 것이다. 합참은 국가 위기 시에 대통령이나 장관이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모조직이다. 일종의 조언자같은 위치인데, 이러한 합참의 조언을 받고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일선 사령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민주국가의 군사 통제 방식이다.

임태훈 : 말씀하신 것과 같이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을 앉혀야 한다고 SNS에 올렸더니 댓글에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며(웃음) 전쟁경험이 없는 인간을 앉혀서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넘기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더라. 전쟁을 하면 장관이 군인이어야지, 군인이 아닌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군을 어떻게 이끄느냐는 지적이었다.

▲ 지난 8월 5일 오전 경기 양주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가해자들이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미국 국방부 장관은 군 출신이 아니다. 장교로서 참전 경험이 있을 수는 있어도 우리처럼 꼭 장성이 되고 그다음에 장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도 군 경험이 없는 여성이 국방장관을 했다. 심지어 브라질 같은 경우는 반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참모총장을 하기도 했다. 장관이라는 직책은 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앉아도 되는 자리다. 군정권과 군령권을 나누는 시작이기도 하다.

김종대 : 우리가 왜 군사조직을 만들었는지, 본래 취지에 충실하면 된다. 헌법과 법률에 충실하고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걸 변형시키고 재해석하면서 왜곡하는 것이 문제다.

군대 적폐 물려준 예비역, 일말의 반성도 없어

정욱식 : 군 내의 옴부즈만 제도는 왜 필요한 것인가?

임태훈 : 독일 나치가 유대인과 집시 등을 집단 학살했던 역사를 단절하기 위해 유엔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만들었다. 독일이 다시 반인권적인 행위를 할까봐 독일은 군을 다시 만들면서 옴부즈만 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도 국방 옴부즈만을 제대로 만든다면 군 인권센터는 필요없다. 국가기관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국방옴부즈만도 받고 국방인권위원회도 만들면 군 인권센터가 굳이 있을 필요가 뭐가 있겠나.

그런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군 인권 관련 진술인으로 참석했는데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진술인들을 앞에 두고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독일군의 옴부즈만이 나치 군대를 막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 군대가 나치 군대냐고 따지더라. 나치 군대가 저지른 만행이 무엇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채로.

그러면서 한 의원이 저보고는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군 인권을 이야기한다고 따졌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국방 옴부즈만을 병역 거부자가 하기도 한다. 군대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군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게 따지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 대통령은 어떻게 군을 이끄나?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만약 이런 논리라면 군에서 근무 경험이 없는 사람은 선출직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한 의원이 집권 여당의 근간을 흔드는 말씀을 하고 있더라.

김종대 : 한 의원이 5군단장을 지냈는데 병영 사고 발생하는 사단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다. 그리고 본인의 지역구는 철원이다. 그런데 그분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 무슨 반성을 하셨는지 묻고 싶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전직 장군이 3000명인데 이분들 중에 윤 일병 사건을 포함해 현재 사태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가진 장군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군을 뜯어고치려고 하면, 오히려 군을 욕 먹이게 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예비역들이 한 의원과 한민구 국방장관 등을 압박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다.

재향군인회, 성우회, 육군협회 등 예비역 이익단체들이 군 후배들한테 민폐 끼치는 것은 물론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골프장 혜택 달라고 하고 예비역 먹고 살 길 마련해달라면서 온갖 혜택 누리려고 하지만 지금까지 윤 일병 사건에 대해 성명서 한 장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날 군대가 이 모양이 된 것에 가장 책임이 많은 사람들이 그분들이다. 그분들이 제대로 개혁하지 않아서 후배들에게 적폐를 물려줬고 이것이 오늘날의 상황에까지 이른 것 아닌가. 책임을 묻는다면 석고대죄해야 할 분들이다. 자기들이 개혁하자고 앞장서야 할 일들을 오히려 밖에서 인권센터가 대신해주고 있는 셈이다.

▲ 전직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2007년 2월 전작권 환수 합의에 항의하는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훈 : 군대 내 인권 문제는 우파들이 진작에 주장하고 해결 했어야 할 일 아닌가? 인권이라는 의제 자체가 우파들의 의제 아닌가? 군이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군을 건강하게 만들자고 하는데, 치료약을 주자는데 일부 사람들이 그 약이 사약이라고 난리를 펴고 있는 모습이다. 아주 블랙코미디적인 상황 아닌가.

김종대 : 굉장히 전체주의적인 현상이다. 세월호 사건과 군대 내 가혹행위 및 폭행 사건의 공통점은 처음에는 누구나 다 분노하는 듯 하면서, 이 사건을 잊지 말자고 하던 언론이 2~3달 지나면 오히려 이 사건을 계속 물고 늘어진다고 타박을 한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모든 언론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교훈을 너무 빨리 잊는다, 이것도 금방 잊어버릴 거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하고 있다고 뭐라고 한다. 어쩌라는 것인가?

물론 박 대통령이 병영혁신위원회에 다시 윤 일병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개선안을 만들기 위해 바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면 됐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바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 문제를 제기했던 군 인권센터나 유가족들을 고립화시키면서 빨리 잊자는 모드로 돌아서겠지. 이런 점이 한국의 고질병이라고 말해왔던 언론들도 슬그머니 같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군대에는 또 다른 윤 일병이 있다. 밖에서 만났다면 서로 존중하면서 살았을 정말 평범한 청년들이, 단지 군대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로 양분되고 거기서 더 악화되면 정상인-비정상인으로 양분돼서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돌변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과 구조의 힘이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빨리 전환하고 혁신해야 하는데, 잊혀지기 시작할 때쯤에는 이에 대한 발언이 금기시되거나 이적시되는 현상들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략 그 시점은 세월호와 유사하게 길어야 100일이라고 본다. 이미 임태훈 소장의 병영 문제, 인권 센터의 월권, 말꼬리 잡기 등을 통해 병영 문화 문제를 덮으려는 소재 발굴에 들어간 것 같다.

군을 너무 질타하기에 앞서 부탁드리고 싶다. 솔직히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군에 앞뒤 안가리고 뭐라고 할수만은 없다. 속으로는 돌팔매질하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것이다. 부모들의 이런 심정을 군대가 알아서 스스로 개혁하길 바란다. 개혁이 지연돼서 국민들 불만의 임계치가 넘어가면 군이 개혁 당할 시점이 온다. 함부로 국민들을 건드리지 말고 겸허하게 국민들한테 지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정욱식 : 국민을 위한 군대로 거듭나라고 노력할 때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건데, 대한민국 군대가 최소한 '가기 싫은 군대'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명경시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군대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임태훈 :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우리 체제가 우월하다는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정훈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군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다.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병사가 전투에서 싸워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지휘관이 사망하거나 없을 때는 자율적인 판단 능력이 있는 군인이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의식을 상부구조가 다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다. 제복 입은 시민의 개념,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물리적으로 영토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군이 시민사회와 협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군이 외부에 좀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아프니까 도와달라고 시민사회에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곪아 터진 곳을 가리기 위해 분만 바르고 있으면 나아지는 것이 없다. 군이 이런 상황을 탈피하는 순간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의 의견도 받아들이면 누가 군대에 손가락질 하겠나. 오히려 군에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군대여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로 탈바꿈되지 않을까?

김종대 : 국가를 유지하는 장치로 군대가 존재한다. 이것이 당분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군대의 발전적인 진화는 우리 공동체 모두의 숙원이다. 단순히 군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시민들이 군대화되길 원했다면 이제는 군대가 시민화될 차례다. 시민 속에서 더불어 살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이 군대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과 시민사회가 서로 의존하고 협치하는 것이 이상적인 군대 모습이다. 인격이 존중되고 병사들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고양되는 군대가 이상적이지 않나. 이 속에서 안보의 본질도 구현된다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럴만한 시기는 자연적으로 다가온다. 어차피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로 징병제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변해야 한다면 군이 먼저 변화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민간이 개입하면 군은 변화를 당할 것이고 주도권을 뺏길 것이다. 굉장히 고통스러울텐데, 그러기 전에 먼저 군에서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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