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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노예였다"…'교수 퇴진' 외치는 여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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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노예였다"…'교수 퇴진' 외치는 여대생들

숙대 작곡과 교수 두 명, 학생 돈 착복-폭언 등으로 파문

"홍 교수와 저희들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교수는 저희의 나태한 태도를 비판하며 '이렇게 살 거면 여기 3층에서 뛰어내려라. 너희들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고, 저희가 모두 당황해서 실소를 터뜨리자 '너희는 죽어서도 도움이 안 된다. 너희 시체는 썩어서 우주의 쓰레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과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라도 있느냐. 혹시 밤일을 나가냐'라는 치욕스러운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교수들의 감정놀이 대상이 아닙니다."

개강 첫 주, 숙명여자대학교의 등굣길이 소란스러웠다. 이 학교 작곡과 학생들이 정문에서 해당 학과 교수인 윤모 교수, 홍모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

▲ 지난 2일 숙명여대 정문 앞에서 숙대 작곡과 학생들이 해당 학과 교수 두 명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프레시안(서어리)
▲숙대 음악대학 1층 벽면에 붙은 대자보. ⓒ프레시안(서어리)

학생 돈 착복 의혹부터 언어 폭력까지…학생들 "우린 노예였다"

숙대 작곡과 학생들은 개강 첫날인 지난 1일부터 모든 작곡과 수업을 거부한 채 매일 정오 정문 앞에서 두 교수의 만행을 알리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1학년에서부터 4학년까지 작곡과 120여 명 전원이 연명한 청원서를 학교 게시판 곳곳에 붙이고, 온라인 게시판에도 올렸다.

이들은 "윤ㅇㅇ, 홍ㅇㅇ 교수의 퇴임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며, 사임하지 않을 시 저희는 두 교수님 밑에서 계속 배울 수 없음을 선언한다"며 "다음 학기에 두 교수님이 우리 학교에서 떠나지 않으시면 저희는 등록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해당 교수들의 파면을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학생 돈 착복, △부당한 성적 평가, △폭언 등이다.

이 학교 작곡과 학생들은 입학 시 의무적으로 선배들의 졸업 작품집을 권당 2만 원씩 현금으로 지불하고 구매해왔다. 문제는 이 졸업작품집 비용을 학교가 지원해주는데도 학생들이 별도로 돈을 지불해왔으며, 그 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오선지 대신 학과에서 지정된 오선지를 구입해야 했다며, 지금까지 걷은 돈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두 교수 간 알력 다툼 속에 부당한 성적을 받아왔다고 했다. 학생들은 곡 제출 날만 다가오면 "너희는 홍ㅇㅇ 교수의 제자이기 때문에 윤ㅇㅇ 교수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이는 교수들이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적인 감정으로 편을 나눠 학생들의 성적을 매겨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에 따르면, 5월경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작곡과 학생의 투서가 총장실에 전달됐고, 감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또한 두 교수가 잦은 언어 폭력으로 학생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간쓰레기', '3층에서 뛰어내려', '너희 부모는 무책임하다', '너흰 자식 낳으면 안 된다', '타 대학 학생들보다 덜 떨어졌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동료 교수들을 향해서도 "야 이 여자야', "교수가 되어가지고서는"과 같은 식으로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해 총장과 만남 자리에서 학생들이 교수진이 충분치 않다는 등 불만을 밝히자, 해당 학생들을 색출하고 강제로 총장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지시했다는 등 억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저희는 윤ㅇㅇ 교수와 홍ㅇㅇ 교수의 노예였다. 작곡과에 미래는 없다"며 "공포스러운 면학 환경에서 학생들을 구해달라"고 했다.

▲지난 2일 숙대 온라인 게시판에 작곡과 동문들이 올린 글. ⓒ프레시안(서어리)

동문들 "악순환 고리 더 심해져… 두 교수, 퇴진하라"

작곡과 학생들의 호소는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숙명여대 온라인 게시판, 휴대폰 앱 익명 게시판 등에는 작곡과 관련 글이 도배되다시피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이 올린 청원글 아래에는 "두 교수는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다", "예술계통 학생으로서 공감 가고 마음이 아프다. 함께 싸우겠다"는 댓글이 무수히 달려있다. 그런가 하면,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거나 숙명여대를 상징하는 푸른색 리본 등을 몸에 부착해 지지 의사를 나타내자는 아이디어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동문들도 나섰다. 00학번, 06학번, 10학번 졸업생들은 각각 학교 온라인게시판에 성명을 냈다. 졸업생들은 "4년을 보내고 떠나면 그만이기에 잘못된 것을 보고 당하며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뜻을 모아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했다", "악순환의 고리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며 두 교수의 퇴진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싸움은 학교 밖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1일 포털사이트 온라인 게시판에 서명 요청글을 올렸고, 그 후 나흘 만에 서명 목표치인 1만 명을 달성했다. (☞ 서명하기)

▲숙대 학생들이 작곡과 교수 두 명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두 교수, 법적 대응 준비 작곡과 학생들의 미래는?

학교 측은 현재 두 교수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학과장을 맡고 있던 윤모 교수는 감사 중인 지난 7월 31일 학과장직을 스스로 사임했다. 이에 홍모 교수가 학과장 자리를 승계하겠다고 학교 측에 연락했지만, 학교 측은 홍 교수가 감사 대상자라는 점을 감안해 현재 음악대학 학장에게 학과장직을 대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이에 불복, 항의문을 작성하고 지난 8월 13일부터 개강 직전까지 학내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홍 교수는 "홍ㅇㅇ 교수를 학과장으로 임명할 수 없다면 같은 이유로 역시 감사대상자인 ㅇㅇㅇ 학장 또한 임무를 수행하게 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본인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말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행정 처리한 점, △영어 강의에 대한 특별 수당을 부당하게 챙긴 점 등을 들어 학교 측에 음악대학 학장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숙대 음악대학 건물. ⓒ프레시안(서어리)
이에 음악대학 소속 교수 13명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공동 성명을 내고 "학교 당국의 조치에 음악대학 교수 일동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바이며, 아울러 엄정한 감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의 입장, 음악대학 내부 의견, 학생들 증언 등을 총취합해 감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 측은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상적으로 수업이 이뤄질 경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판단, 두 교수에게 60일간 수업 정지 임시 처분을 내렸다.

징계 수위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감사가 끝나기 전까지 예단하긴 어려워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학교 측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 역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두 교수의 비위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들을 모으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작곡과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신뢰 관계로 묶여있어야 할 교수와 학생, 학교가 법적으로 치닫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에 문제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후배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두 교수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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