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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언론 개혁 칼날 뽑은 이유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국영매체 CCTV 뉴스 시청률도 고작 5%

방송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의 날 축하연 자리에 참석해 "낡은 규제를 혁파해서 방송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을 창조 경제와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산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축하연이 열린 63빌딩 앞에서는 시민단체, 방송인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작금의 방송사들은 현 박근혜 정권이 관건 부정선거, 대선공약 파기, 간첩조작 사건 등 온갖 패악질을 해도 정권비호에만 여념이 없다"고 하며 현 정부 및 방송사들을 비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 방송을 포함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 정확성 등이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 중국에서도 언론계가 시끄럽다. 왜냐하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개혁의 칼날’이 이번에는 언론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中央全面深化改革领导小组, 이하 개혁영도소조) 제4차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론 개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개혁영도소조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강조된 만큼 향후 중국 언론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선전 도구로서의 위력 상실한 관영 언론

시진핑 주석은 이 회의에서 △전통 미디어와 신흥 미디어의 융합 발전 △뉴스 전파와 신흥 미디어의 발전 규율 준수 △인터넷 사고방식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언론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경쟁력 있는 주류 언론을 만들어 내고, 전파력과 공신력, 영향력을 가진 신형 미디어 그룹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과제도 제시했다.

그런데 왜 이 시기에 중국 지도부는 '언론 개혁'을 외치고 있는 걸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먼저 여론의 주도권을 다잡기 위해서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다. 따라서 언론은 당과 인민을 연결해주는 통로이자, 당의 유력한 선전 도구이다.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China Central Television)는 27개의 공공 채널과 16개의 유료 채널 등 총 43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9000명에 달하는 정규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특히 CCTV의 메인 종합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저녁 7시에 전국에 생방송되며, 9시에 똑같은 내용이 재방송된다. 지방 방송국들도 의무적으로 같은 시간에 이 뉴스를 내보내야 하다 보니 중국에서는 이 시간대가 되면 뉴스 말고는 볼게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 중국 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 ⓒCCTV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게 중국의 국영방송은 규모면에 있어서는 세계 최정상급이지만, 사실 시청률은 극히 부진하다. <신원롄보>(新聞聯播)의 경우 앞서 언급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기본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용되는 전파량에 비하면 시청률이 형편없는 편이다. 게다가 1998년에만 해도 40%에 달한 시청률이 지금은 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보급에 따라 많은 중국인들이 주로 SNS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대형 사건들은 이제 인터넷 등 뉴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3월 광시(廣西)좡(壯)족자치구 연초(담배)전매국 한펑(韓峰) 국장의 '섹스 일기', 6월 '궈메이메이(郭美美)'의 호화 생활 사진에서 시작된 홍십자회 기금 유용 파문, 7월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신화두(新華都)의 최고경영자 탕쥔(唐駿)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학력위조와 논문표절 폭로 파동 등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여론의 향방이 CCTV나 <인민일보>(人民日報)와 같은 주류 언론이 아닌, 웨이보와 같은 뉴 미디어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관영 언론들이 여론 형성에 있어 더 이상 '주류'가 아니며, 이에 따라 선전 도구로서의 기능도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 지도부로 하여금 언론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외치게 한 배경의 하나로 보인다.

부정부패 척결, 언론도 성역 아니다

이와 함께 언론도 부정부패 척결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던 점도 작용한 것 같다. 전 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마저 부정부패 혐의로 공식적인 조사를 받고 있을 만큼 지금 중국 전역에서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중국 언론계에서도 부정부패와 관련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작년 12월, CCTV 부사장을 지낸 리둥성(李東生)이 기율위반 혐의로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에 체포됐고, 이와 관련하여 CCTV 아나운서 출신인 예잉춘(葉迎春)과 선빙(沈氷)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5월에는 궈전시(郭振璽) 경제채널 총감과 프로듀서인 톈리우(田立武)가 체포됐으며, 이어 7월에는 경제채널의 리융(李勇) 부총감과 PD가 비리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여기에 CCTV의 간판 아나운서 루이청강(芮成鋼)도 궈전시(郭振璽) 전 총감(總監)의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에 체포돼 큰 충격을 줬다. 특히 루이청강은 작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한 인물이며,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기자들을 대신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려 한 인물로 유명한 기자다.

이와 같이 언론계에서도 부정부패의 고리가 드러나자 현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미디어가 필요한 이유

하지만 이번 언론 개혁은 단순히 수동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변화와 함께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전략의 한 부분이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글로벌 미디어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했다. 서방 언론의 악의적인 중국 음해에 맞서 중국이 평화적인 부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글로벌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 <신화사>(新華社), CCTV, <인민일보> 등 3대 관영매체를 세계적 규모의 미디어로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지원을 해왔다. 시진핑이 이번에 직접 언급한 "전파력과 공신력, 영향력을 가진 신형 미디어 그룹 건설"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내려진 지침이다. 이제 중국판 CNN과 더 나아가서는 중국판 '뉴스코프'(News Corporation), '디즈니'(Disney), '타임워너'(Time Warner)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탄생이 멀지 않은 듯 보인다.

지난 2012년 개최된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운명은 지속적 발전의 가능 여부에 달려 있고, 지속적 발전은 국가 전반에 걸친 전면적 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면적 개혁을 추진할 막강한 권력의 개혁영도소조를 출범시켜 사정(司正)을 단행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개혁의 칼날이 언론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언론 개혁', 중국이 과연 여기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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