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힘을 실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조사와 기소의 독점을 고집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 조사권(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을 지지한 셈이다. 아울러 정의평화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한시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런 입장은, 2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의평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결정됐다.
정의평화위원회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은 원초적으로 국가의 것이 아니며, 애초에 피해자의 자연권에 속한 것을 국가가 대신할 뿐이라는 역사적 기원을 상기할 때, 단순한 교통사고의 차원을 넘어 이번 참사의 초동 대처와 구조, 수습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바"라며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평화위원회는 "하물며 교통사고 역시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있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가개조’를 언급할 만큼 국가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이번 참사에서는 특별법 등을 통해 반드시 명백한 진상규명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의평화위원회는 "근간 정치권과 언론에서 언급하는 ‘보상’, ‘협상’, ‘합의’와 같은 정치적 수사들은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자연권과 본성을 침해하고 희석하는 것"이라며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상처를 금전 보상이라는 물리적 해법 이전에 먼저 그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경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지난해 11월 전주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 중 박 신부가 행한 강론이 논란을 낳았었다. 당시 강론 내용 가운데 '북방한계선(NLL)' 관련 내용을 놓고, 보수 단체가 박 신부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이 지난 1일 출석 요구를 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번 출석 요구는 사제의 양심에 기초한 목소리를 다시금 ‘종북몰이’ 논쟁으로 호도하여, 강론의 발단이었던 지난 대선 기간 중 일어난 국가권력기관들의 총체적이며 조직적인 선거 부정개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희석하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연말 박창신 신부의 강론 내용이 회자되었을 때 이미 언론과 정치권, 나아가 청와대의 반응들이 핵심적 내용과 맥락을 무시한 ‘침소봉대’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어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번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경찰의 출석 요구는 최근 국가권력기구들에 의해 행해진 내란음모사건, 진보정당 해산청구 등과 같이 시민의 정치경제적 저항과 권력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억압기제의 일부로, 결국 ‘공안통치체제의 일상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국회의원조차 국회 내에서 행하는 모든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에서, 종교인이 종교예식 중 행한 설교를 문제 삼는 것은 양심의 자유와 함께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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