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새누리당의 3차 회담이 끝내 성과 없이 결렬된 데 대해, 새누리당이 협상 상대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의 "대표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유가족 사이의 의견 차이, 단원고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 사이의 입장 차이, 또 이른바 '외부 세력'과 유가족 간 의견 차이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여러 문제가 얽히고설켜 힘들다"며 "가족들끼리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 대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단원고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 의견이 대립할 수 있어 대표성 문제 또한 있다"며 "외부 조력 세력이 여럿 있는 거 같은데 이들과 유가족 생각이 어떤지도 정리가 잘 되지 힘들다"고도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유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우리 주장이 달라진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공격하는 데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계속 수사권·기소권이 부여된 진상조사위원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전향적으로 얘기하지 않을 거면 여기에 왜 불렀느냐'고 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보기 : 세월호 유가족-새누리 3차 회동 '결렬')
새누리당은 앞서 지난달 25일과 27일 각각 1, 2차 유가족 대화를 진행하며 '신뢰 회복'과 '입장 차이 확인'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비록 두 회담에서 특별한 결론이 도출된 것은 아니었으나, 대화가 계속되다 보면 접점이 찾아질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발은 원외에, 한 발은 원내에 두며 양측의 '3차 회담'을 주목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며 '대화는 하나 양보는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곧 있을 3차 회담에 미리부터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왔고, 유족들은 결국 김 원내수석부대표의 이 같은 발표 이틀 후 "새누리당이 기존 입장을 고집한다면 더는 면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보기 : 새누리 "세월호 특별법 양보안 만들 의사 없다")
김재원 "유가족, 마음 속 다른 주장 있다면 대화 안 된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유가족들을 상대로 "진솔한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유가족 대책위가 (면담장에서) 가신 후 그쪽 사정에 밝은 복수의 언론인으로부터, '이 기회에 유족들이 특검추천권을 갖도록 기선 제압을 하려는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새로운 주장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수사권·기소권을 협상 수단으로 하면 대화가 안 되니 진솔 되게 협의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앞서 유가족들은 지난달 31일에도 "우리는 줄곧 독립적인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한 진상규명 방안을 요구해 왔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수사권·기소권이 부여된 진상조사위가 가족들이 강구한 최선의 방안이나, 중립적인 수사·기소와 충분한 수사 기간, 조사와 수사·기소의 유기성을 보장하는 특별법안을 국회가 제시한다면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유족들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 같은 유가족들의 바람과는 달리, 새누리당은 유족 요구를 충족하는 '제3의 입법 대안'을 마련할 의지나, 추석 전 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유족과의 4차 회담 날짜부터 잡아놓지 않은 데다, 일각에선 '대기업 퍼주기"란 비판이 나오는 "민생 법안" 통과에만 당력을 모아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지금 모든 국민이 각 당사자에게 한 발자국씩 양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 요구가 큰 시점에 유가족과 대화 할 다음 날짜도 정하지 못하고 끝났단 건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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