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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도입, 시기상조인가?

[군 폭력, 해법은? ②]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자

모병제는 시기상조인가? 최근 군대에서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100만 대군 북한과 맞서 있는 안보적 현실, 막대한 예산 소요, 지원병 확보의 어려움, 불평등 야기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군 수뇌부가 병영혁신을 강조하면서도 모병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필자는 이제 우리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현재 징병제 위주에서 징병제-모병제 혼합제로 이행하고 궁극적으로는 완전 모병제로 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이행의 시기로는 안보와 병영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겠지만, 10년 정도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혼합제는 가령 이런 것이다. 군 복무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고 군필자 가운데 지원병의 상당수를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갑작스러운 전환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여러 가지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동시에 출산율 저하로 입대 대상자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 매년 현역 입영 비율이 높아져 최근에는 90%에 육박하고 있지만, 입영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징집률을 높이다 보면 잠재적인 병역 부적응자의 입대도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 육군 장병들이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무력 흡수통일' 망상에서 깨어난다면

혼합제 및 모병제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안보와 국방을 포함한 '국가전략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건 적정 병력수와 병력 운용 계획의 핵심적인 전제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몇 년 사이에 주목해야 할 현상이 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건 단순히 민간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군 당국과 정부 차원에서도 깊숙이 논의되어온 사안이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흡수통일론이 60만 명이 넘는 대군, 특히 대규모의 육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징병제와 대군 유지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온 육군이 병력 감축 및 모병제로의 전환을 한사코 거부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미 양국의 군 당국은 북한 급변 사태 시 안정화 작전에 필요한 지상군을 5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미군의 역할은 해공군력을 동원한 지원 작전 및 북한의 핵무기를 확보하는 특수 작전 수준으로 한정하고, 한국군이 지상전이 주요 골자인 '안정화 작전'을 맡는다는 역할 분담 논의도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무력 흡수통일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더구나 이건 평화적 통일을 명시한 헌법 정신과도 맞지 않다. 이에 따라 병역 제도를 포함한 국방개혁의 출발점은 대북 억제 및 북한의 남침 시 격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데에 있다.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자산을 갖고 있다. 북한이 탱크를 앞세워 전면적인 기습 남침을 가한 한국전쟁 때하고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한 원거리에서도 다양한 타격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64만 명의 대군을, 그것도 절반 가량을 전방에 배치하고 있을 군사적 필요도 사라졌다. 병력 감축과 후방 재배치를 골자로 하는 병력 운용 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군대의 정상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게 무력으로 흡수통일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북한에게도 병력 감축 및 후방 이동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이 걱정이라고?

모병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력한 반론은 '돈' 문제이다. 현재 사병수는 45만 명이고 이들의 인건비는 연간 7300억 원 정도이다. 이들을 모두 연봉 2000만 원을 받는 직업 군인으로 전환하면 8조 27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규모를 30만 명 정도로 줄여도 5조 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방식과 규모를 달리하면 예산 부담 없이도 얼마든지 혼합제 및 모병제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가령 필자가 제안한 12개월 복무 기간 의무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하는 방식을 예로 들어보자. 규모는 의무병 15만 명, 지원병 15만 명으로 하고, 이들의 연봉을 각각 300만 원(현재보다 2배 수준)과 2000만 원으로 가정해보자. 이렇게 하면 사병 전체 인건비는 3조 4500억 원으로 현재보다 2조 6700억 원이 더 들어간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비대해진 장교 인원의 축소로 만회할 수 있다. 가령 장교 인원을 현재의 3분2로 축소할 경우 연간 1조 2500억 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사병과 장교가 현재보다 33% 축소되면 인건비뿐만 아니라 무기 및 장비, 그리고 각종 부대비용 절감도 가능해진다.

이 정도로 축소해도 장교 4만 7000명, 부사관 11만 명, 사병 30만 명 등 45만 이상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규모는 전체 인구대비 0.9% 정도로 프랑스(0.6%), 독일(0.3%) 등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필자 개인적 의견으로는 징-모 혼합제 초기 시기에는 이 정도로 유지하고 복무 기간 단축을 통해 병력수를 줄여나가면서 완전한 모병제로의 전환시에는 전체 병력을 간부를 포함해 30만 명 정도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누가 군대에 지원하겠냐고?

모병제와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반론은 지원병 확보가 어려울 수 있고, 또한 저소득·저학력 계층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이다. 이에 따라 과도기적 장치로 징-모 혼합제를 거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우려야말로 병영 문제를 진짜 혁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가기 싫은 군대'를 '가고 싶은 군대'로 만들어야 지원병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나는 동기 부여이고, 또 하나는 복무 환경 개선이다. 일반 사병의 복무 동기와 이들을 대하는 지휘관의 태도는 사병들의 자발성 여부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병력수가 줄어들면 병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물적인 여유도 커지게 된다.

물론 징-모 혼합제와 모병제가 군대 문제를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이러한 제도 전환은 군인권법 제정과 국방 감독관 도입 등 병영 혁신 조치와 군에 대한 문민통제 확립과 더불어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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