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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여당 입장 고집하면 더는 면담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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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여당 입장 고집하면 더는 면담 않겠다"

"추석마저 길바닥에서 보내고 싶진 않다…거짓 주장 반복하지 마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이 새누리당과 3차 협의를 하루 앞둔 31일, "새누리당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더는 면담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8.19 여야 재합의안'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노선을 재확인한 데 따른 결정이다. (☞ 관련 기사 보기 : 새누리 "세월호 특별법 양보안 만들 의사 없다")

가족대책위는 아울러 농성 10일 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 독립적인 수사권·기소권 행사 △ 충분한 수사권 행사 기간 △ 조사와 수사·기소의 유기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국회가 제시한다면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속하게 될 법률가 1인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족들이 강구한 최선의 진상 규명 방안이나, 위 3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다른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대책위는 "정부·여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도 조사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데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라선 특검이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또한 내곡동 특검처럼 현행 특검 제도는 충분한 활동 기간을 보장하지 않아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왔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대로 2회 연장이 가능하더라도 (특검이) 180일 동안만 수사할 수 있다"며 "세월호 참사가 가진 복잡함이나 현재 제기되는 여러 의혹의 광범위함에 비추어 보면 180일 수사만으로 모든 의혹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와 특검은 별개 기관이 되어 조사와 수사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이 같은 이유로 "진상조사위에 속한 상임위원 한 명에게 검사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방안과 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국회의 의무는 도외시한 채 '다른 방안은 고민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그만해 달라"며 "위 세 가지 요건을 저희 가족들과 5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청원한 특별법안보다 더 잘 충족할 법안을 내준다면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희 가족들도 추석마저 길바닥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의 영정에 편한 마음으로 꽃 한 송이 보태고 싶다"며 "추석이 되기 전에 특별법에 관한 명백한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유 대변인은 정부가 지난 6월 말 '의원 입법' 형태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도 지금에 와선 '특별법 제정은 국회 몫'이라며 뒷짐 지고 있는 데 대해선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 입법이란 우회로를 통해 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서둘렀던 정부가 7.30 재보선을 지나며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무엇이냐"며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렸을 때는 '눈물의 담화'와 '특별법 제정'으로 위기를 탈출하려 했고, 7.30이 지나자 여론 추이를 보면서 슬그머니 가족과 국민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농성 10일 차 입장 전문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37일째 되는 날입니다. 아직도 차디찬 진도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10분의 실종자가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들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게 관계자분들은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내일 저희 가족들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를 다시 만납니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입니다. 그동안 양쪽이 가지고 있던 입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만남에서는 특별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게 하느냐"입니다.

그런데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합의안을 새로 만들었다든지 양보안을 만들었다든지 하는 상황은 전혀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내일 예정된 저희 가족들과의 세 번째 면담 일정을 언급하며 "유가족 대책위를 만나는 근본 취지가 야당 측에서 유가족 관계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그 책임을 전혀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유가족 대책위를 설득하는 기본적 입장에서 만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특별법안에 대한 변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들의 확고한 입장을 일부 강경파의 주장이나 다른 단체들의 배후 조정을 받은 것으로 폄훼하는 망언도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내일 만남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듭니다.

저희 가족들은 지금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속한 상임위원 중 한 명에게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여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주장하여 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더욱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진상 규명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 등 정치권도 조사나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치권 특히 정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의 영향을 덜 받는 방식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사람을 임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를 경우 법원행정처장이나 법무부 차관 그리고 여당 추천인사 등이 특검의 추천에 관여하게 되고, 추천된 인사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원 중 한 명에게 검사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야당이 추천하거나 저희 가족이 추천한 법조인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것이기에 정부, 여당 그리고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행사될 것입니다.
둘째, 수사권의 행사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특별검사를 보면 해당 특별검사의 정치적 독립성도 문제가 되었지만 충분한 활동 기간이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제대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관련 특별검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게 될 경우 준비 기간을 제외하고 90일 동안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여야의 합의대로 2회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180일 동안만 수사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가진 복잡함이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의 광범위함에 비추어 보면 180일 동안의 수사만으로 모든 의혹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이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동안 수사를 할 수 있어 충분한 기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셋째, 조사와 수사 그리고 기소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벌인 조사의 내용을 수사에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원 중 한명이 수사를 하게 되면 이 문제는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설특검법에 따르게 되면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는 별개의 기관이 되면서 조사와 수사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위 세 가지 요건을 제대로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들이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8월 19일 이루어졌었던 여야 합의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사람의 정치적 독립성도, 충분한 수사 기간도, 조사와 수사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밝힌 바와 같이 새누리당이 내일 만남에서도 8월 19일 합의안을 계속 주장할 것이라면 저희 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속한 상임위원 중 한 명에게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여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의 의미에 대해 다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내일 만남이 무용해진다는 의미입니다.

▲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 세월호 유가족 농성 장소. ⓒ연합뉴스

이제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민족의 대명절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분들도 여기저기에서 추석을 언급하며 '새로운 국면이 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도 추석마저 길바닥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영정에 편한 마음으로 꽃 한 송이 보태고 싶습니다. 추석이 되기 전에 특별법에 관한 명백한 진전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나 관계자도 부정하는 '유가족의 요구는 헌법을 위배한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방안과 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국회의 의무를 도외시한 채 '현행 상설특검법이 있기에 다른 방안은 고민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그만하십시오. 오로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어떠한 것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리고 위 세 가지 요건을 더욱더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여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위 세 가지 요건을 저희 가족들과 국민들이 청원한 특별법안보다 더 잘 충족시킬 방안을 내주신다면 저희 가족들이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7월 12일부터 국회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여, 14일부터는 광화문에서도 노숙농성하고 있습니다. 46일 동안 단식을 한 유민 아빠를 비롯한 많은 가족들이 단식을 하였고, 안산에서 서울로 도보행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청와대 인근인 이곳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도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400만 명을 넘어 5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서명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히셨고, 2만3000여 분이 넘는 국민들께서 동조 단식 참여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내일 만남이 무용한 것이 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 저희 유가족들에게 당대표의 입장, 국회의원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지 마시고 저희 유가족들의 바람을 먼저 이해하고 대변하는 참된 당대표, 국회의원이 되어주십시오. 국민의 바람을 대변하는 것은 어느 것보다도 우선해야 할 국회의원의 의무입니다.

끝으로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동안 자신들이 저희 가족들에게 했던 말과 약속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고 그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 가족들이 외롭고 힘들 때 옆에 같이 있어 주었던 그 진정성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4년 8월 31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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