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어렵다.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방송인 김제동 씨가 29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노숙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다. "얘기 좀 오래 하다 갑시다. 집에 가면 혼자 있어야 하니까요"라고 너스레를 떨던 김 씨는 1시간 20분 동안 유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김 씨는 닷새 동안 자신을 포함해 10명이 수작업으로 만든 스티커 200장을 유가족에게 전했다. 스티커에는 "그들을 위해 우리를 위해 천만 개의 바람이 되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스티커 문구를 자신이 직접 정했다던 김 씨는 "이 스티커를 만드는 자원봉사자가 20명이고, 저도 새벽에 한 번씩 광화문에 나옵니다"며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김 씨는 "잘 아시겠지만, 적극적으로 여러분을 지지합니다"라며 "해드릴 것은 뒤에서 마음을 보태드리는 일밖에 없습니다. 앞에 전면에 나설 만큼 크게 인기가 있지도 않고요. 대신 뒤에서 길게 오래가겠습니다. 저기 뒤에 계신 수녀님, 목사님, 신부님, 스님처럼요"라고 말했다.
"특별법과 진상규명은 사람의 문제"
이날 김 씨와 유족의 만남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어졌다. 김 씨가 "어머니, 어떤 게 필요하세요?"라고 묻자, 한 유족이 "특별법과 진상규명"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특별법과 진상규명은 굉장히 명확하고 단순한 이야기죠"라며 "사람이 죽었으면 어떻게, 왜 죽었는지 밝히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건 정치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나 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사람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이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도 계시지만, 다만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 대통령에게 과연 책임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저는 그 질문에 대해 '태평양, 대서양도 아니고 내 나라에서, 내 바다에서 눈앞에서 아이들이 죽어갔으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라며 "(유가족이 바라는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가까우신데, 한번 나와주시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을 때 어머니가 영정사진을 들고 그 시절 청와대에 갔고, 육영수 여사께서 직접 맞으셨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모님이 하셨던 좋은 일, 좋은 전통을 이어받으면 좋겠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 얘기를 못 들어줄 이유가 뭐 있습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만 좀 하라? 소가 새끼 잃어도 그렇게는 안 해"
한 유족은 "그만 좀 하라는 말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씨는 "어떤 국회의원이 '국가 유공자에게도 진상규명, 대우도 제대로 못 해주는데, 애들까지 대우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심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면 '앞으로 국가유공자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하고, 아이들 진상규명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어떤 국회의원이란 "6·25전쟁에서 국가를 지킨 참전용사들도 힘겨운 여생을 말없이 살아가는데 특별법이란 말도 안 된다고 본다"는 카카오톡을 보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을 일컫는다. 심 의원은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그만두는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그만하라는 얘기는 맞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제가 어렸을 때 촌에서 자랐는데, 송아지를 먼저 팔면 어미 소나 아빠 소가 밤새도록 웁니다. 하루만 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열흘 끊이지 않고 웁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고 끊어질 듯이 웁니다. 그러면 적어도 제 기억에는, 송아지를 팔았던 우리 삼촌, 동네 아저씨가 그 다음 날 아침에 담배 하나 피워 물고 더 정성껏 소죽을 끓였습니다. 영문도 몰랐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 소 앞에서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했고, 왠지 모를 죄책감을 함께 느꼈습니다. 저도 그 소의 눈을 오래 바라보면서 그 소를 어루만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 소는 왜 우냐'고 타박하는 이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입니다. 기한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슬픔이 끝날 때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여러분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도록 우리도 바깥에서 마이크 들고 이야기하겠습니다"라며 "마이크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끝까지 특별법이 제정되고, 여러분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께서도 잘 결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 국회의원님이 본인께서 하신 약속을 지키도록 박수 한 번 쳐주십시오. 사람이라면 응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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