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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 동갑 고등학생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합니다"

[현장] 고교생 2명,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 시작…"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47) 씨가 46일간의 단식을 멈춘 28일 오후. 김 씨의 단식 중단 소식에도 세월호 단식 농성장이 위치한 서울 광화문광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천주교 사제들의 미사와 개신교인들의 기도회가 열렸고, 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깃발을 들고 광장을 찾았다.

광장 한 켠에 마련된 천막 농성장은 동조 단식에 참여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그 중엔 세월호 참사로 숨진 유민 학생과 같은 나이의 청소년 2명도 있었다. "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고 나의 하루를 영위할 수 없다"며, 열여덟살 고등학생이 단식에 나선 것이다.

교복치마에 가슴에 명찰을 단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동조 단식을 시작한 중산고등학교 2학년 양지혜(18) 학생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8일 동조단식에 돌입한 양지혜(사진 왼쪽) 학생과 김한률 학생. ⓒ프레시안(최형락)

양 학생은 "세월호 침몰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고 있었던 것처럼, 유민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으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단식 이유를 밝혔다.

"단식을 시작하며 밥을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함께 사는 일일 겁니다. 유가족 분들이 단식을 시작한 7월14일 이후, 전국적으로 동조 단식자가 2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같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단식이라는 건, 누군가가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지 않겠다는 양심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는, 같이 먹고 함께 살자는 공존의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나와 똑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 이토록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고 나의 하루를 영위할 수 없습니다. 또 다시 우리의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4월16일처럼, 무력하게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양지혜 학생과 함께 동조 단식을 시작한 포곡고등학교 2학년 김한률(18) 학생도 "저는 입시가 두렵고, 시험 점수 1점에 목매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제까지 학생이란 이름 뒤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더 이상 숨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이 아닌 인간으로서 유족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단식 돌입 이유를 밝혔다.

두 학생은 단식을 시작하며 더 많은 청소년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30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들의 하루 단식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을 제안했다.

양 학생은 "입시경쟁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이다지도 많은 학생들은 고립되고 있다"며 "이제 고립된 책상에서 벗어나 타인의 아픔에 함께 싸워야 한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책상 밖으로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양지혜 학생이 단식을 시작하며 발표한 글 전문이다. <편집자>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1.
단식을 시작하며 밥을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함께 사는 일일 것입니다. 유가족 분들이 단식을 시작하신 7월 14일 이후, 광화문 광장에는 동조단식을 하는 시민들이 모이고 있고, 전국적으로 동조단식자가 2만명이 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같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35일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세월호가 가라앉던 4월 16일을 잊지 못합니다. 눈앞에서 수백 명이 수장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충격, 사람보다 경제적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절망과 무력감…….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허물어지고 가라앉는 것 같았습니다.

세월호 이후,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매주 토요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참여하며 세월호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하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많이 듣는 청소년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일고여덟 시간 동안 거리를 걸으며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일은 고된 일이었지만 동시에 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타인의 슬픔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은 흔치 않으니까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은 저에게 인간성의 복원이었습니다.

저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고 나의 하루를 영위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40일이 넘도록 곡기를 끊으신 상태이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들의 움직임은 청운동 주민센터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또다시 우리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4월 16일처럼 무력하게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단식이라는 건, 누군가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지 않겠다는 양심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는, 같이 먹고 함께 살자는 공존의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오 씨의 단식을 지지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저는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외치려 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2.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우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일입니다. 저는 우리가 교실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시경쟁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이다지도 많은 학생들은 각자의 고립되고 맙니다. 때때로 우리가 기계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보다 이윤을 중요시하는 이 사회는 우리에게 인간이 될 것이 아닌 상품이 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죽음의 체제에 저항하고, 사람을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고립된 책상 속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싸워야 합니다. 저는 제안합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은 청소년들은 8월 30일 5시 광화문으로 나옵시다. 거리로 나와, 우리가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보여줍시다.

저는 때때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소년입니다. 그러나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배웠던 것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함이었습니다. 핸드폰에 성호의 사진을 묻은 채, 이제 성호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울먹이는 성호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저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정말로 사람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책상 밖으로 나와 주세요. 거리로 나와 사람을 이야기 하고, 사람에 연대해주세요.

저는 토요일 5시 광화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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