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 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퍼센트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 년 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 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제주 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제주의소리 편집자 주>
제주를 향한 중국 자본의 공세가 무섭다. '왕서방'들의 차이나머니가 제주로 향하면서 이미 추진 중인 대규모 관광 개발 사업도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이 50억 원 이상 투자한 도내 개발 사업장만 15곳. 이 중 투자(예정)액 1조 원 이상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이호유원지, 드림타워 자본은 모두 중국계다.
외부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중국 자본에 의한 토지 등 잠식 우려도 있다. 당초 사업 취지를 벗어난 투자와 난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가 가장 큰 걱정이다.
2002년 유원지로 지정된 제주이호랜드는 (주)이호랜드가 4212억 원을 투입해 이호해수욕장 인근 27만6218㎡ 부지에 워터파크와 마리나 시설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해양 관광 개발 사업이었다.
이후 자본 유치 실패로 표류하던 사업에 중국 분마그룹이 손을 내밀었다. 자회사 제주분마이호랜드(주)가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투자 규모도 1조2694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다.
문제는 해양 관광 개발을 내건 최초 사업 취지와 달리 대규모 호텔과 콘도가 들어서는 숙박 시설로 변질된 점이다. 당초 (주)이호랜드는 전체 사업 부지의 20퍼센트를 해양 시설로 계획했다.
반면 분마이호랜드(주)는 2013년 11월 개발 사업 시행 변경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마리나 시설을 전체 5퍼센트 미만으로 줄였다. 대신 호텔과 콘도 등 숙박 시설을 기존 9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키웠다.
객실 수만 2000여 실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초대형 카지노와 쇼핑몰, 컨벤션 시설 등도 포함되면서 제주 최초의 해양 유원지가 카지노·숙박 시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공유수면 논란도 뜨겁다. 2008년 유원지 지정이 이뤄지면서 도민들의 쉼터인 이호해수욕장 전체 면적 3만7878㎡가 사업 부지에 포함됐다. 중국 기업에 해수욕장이 통째로 넘어간 꼴이다.
이호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김동욱 제주도의원(외도‧이호‧도두동)은 "해수욕장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공유수면이 사업 부지에 들어간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신화역사공원도 마찬가지다. 애초 사업 취지는 제주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테마파크였다. 이후 투자가 부진하자 중국의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팅이 합작법인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자본이 뛰어들면서 기존의 영상테마파크 계획은 카지노가 포함된 유니버셜형 복합 리조트로 바뀌었다. 호텔 객실은 800실에서 2880실, 콘도미니엄은 733실에서 1900실로 늘었다.
사업권을 내건 땅 장사 논란도 있다. (주)보광제주가 대표적 사례다. 보광제주는 2008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일대 65만여㎡ 면적에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투자 진흥 지구로 지정받아 74억 원의 세제 감면 혜택도 받았다. 이후 지구 내 미개발 토지 3만7829㎡를 중국 자본인 (주)오삼코리아에 68억 원을 받고 되팔아 46억8900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
매각 토지 중 약 77퍼센트인 2만9228㎡는 보광이 2006년 매입한 국유지였다. 오삼코리아 역시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 시행자로 지정돼 취등록세 2억7200만 원을 감면받았다.
보광제주가 각종 특혜를 받고 매입한 땅을 중국 자본에 넘기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중국 자본이 국내업체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특혜를 누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유원지로 지정돼 개발이 이뤄진 테디벨리골프&리조트는 (주)제이에스개발이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100만㎡ 부지에 1000억 원을 투입해 골프장(18홀)과 관광호텔(72실)을 짓는 사업이다.
제이에스개발은 최근 중국 자본인 차이나테디(주)와 손잡고 기존 유원지 개발사업 부지를 넓혀 9만7398㎡에 190실의 휴양형 콘도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만 1353억 원에 달한다.
차이나테디는 기존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2013년 4월 개발 사업 시행(변경) 승인 신청을 했고 그해 8월 제주도경관위원회 심의를 시작으로 4개월 만에 각종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국토교통부 훈령인 '도시‧군관리계획수립지침'에서 면적 100만㎡ 초과 유원지는 면적의 10퍼센트 범위 내에서 도시‧군기본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도시‧군관리계획을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차이나테디는 콘도 부지가 9만7398㎡에 불과하지만 기존 유원지 면적에 포함돼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투자 진흥 지구 신청은 물론 부동산 영주권 혜택까지 각종 특례를 거머쥐었다.
차이나테디가 독립적으로 콘도를 짓는다면 관광진흥법상 사업 부지가 10만㎡를 넘지 않아 영주권 혜택을 받기 어렵다. 기존 사업자와 손을 잡으면서 제도상 제한 규정을 모두 비켜갔다.
보광제주가 세제 혜택을 본 땅을 제3의 중국 업체에 팔아넘겼다면, 차이나테디는 기존 국내 사업자와 공동 사업을 내세워 제주가 제공하는 영주권 사업 등 각종 특례를 취하는 일종의 신종 방식이다.
보광제주 사건 이후 투자 진흥 지구 부지를 매각하면 지구 지정에서 제외하도록 관련 조례가 개정됐으나 차이나테디의 경우 행정 절차를 모두 이행해 문제될 게 없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제주도가 투자 유치에만 급급해 관광 개발 사업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며 "본래 취지와 목적을 잃으면 중국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기업들은 계속해서 제주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환경 파괴를 막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투자 유치 방법은 없을까?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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