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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vs 이헌재,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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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vs 이헌재, 누구 말이 맞나?

<김우중과의 대화> 출간…'명예 회복' 나서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공개 발언을 시작했다.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통해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지난 4년 간 20여 차례 만나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집필한 대화록이다. 이 책의 출판 기념회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읽어보면, 논쟁적인 내용이 많다. 아니, 애초 논쟁을 부르려고 쓴 책이라는 느낌이다.

이헌재, 강봉균 등에게 공개 질의

실제로 이날, 신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수습 과정을 지휘했던 경제 관료들에게 공개 질의를 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타깃이다.

“지금 돌이켜 볼 때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론을 강조했던 것이 한국 경제에 바람직했다고 생각하나?”

“대우자동차 매각, 나아가 정부의 대우그룹 워크아웃이 잘 된 일이라고 보나?”

“기업 부채 비율을 200%로 묶은 규제가 국민경제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나?”

자신이 던진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신 교수는 답이 분명했다. 모두 ‘아니오’. 김 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예컨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기업 부채 비율이 대폭 줄어든 건 사실이다. 대신, 가계부채가 늘었다. 신 교수는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더 해롭다. 기업은 대규모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빚이 많아도, 경영을 잘 하면 건전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가계 소득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이 더 악성이라는 것.

김우중 "이헌재, 맞는 말이 없다"

전직 경제 관료를 향한 신 교수의 공개 질의에는 배경이 있다. 이 전 부총리는 2년 전 회고록을 냈다. <위기를 쏘다>라는 제목인데, 외환위기 당시의 경험이 주로 담겼다. 대우 해체 과정이 특히 비중 있게 다뤄졌다. 옛 대우 임원들이 이 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도 이 전 부총리의 책 내용이 언급된다. 이 전 부총리와 김 전 회장 사이에는 상황 해석을 둘러싼 차이만 있는 게 아니다. 각자 이야기하는 사실 관계 자체가 다르다. 예컨대 이 전 부총리는 GM과 대우의 합작 협상을 GM이 깼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회장은 협상이 깨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서 김 전 회장은 “이헌재 씨를 만나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맞는 말이 없어요. (…) 합작은 우리가 제안한 게 아니라 GM이 제안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인 셈. 더 나아가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총리의 주장이 “다른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GM은 나중에 대우차를 인수해서 큰돈을 벌었어요. 대우 해체 시킨 다음에 대우차를 거의 공짜로 GM에 넘겼는데, 그 잘못을 가리려고 하는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요.”
“한국 정부가 우리(대우) 유동성 규제하고 대우차 부실이라면서 헐값에 팔아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을 보고 GM 좋은 일만 해줬던 겁니다. 나는 대우차 잘못 매각한 것만으로 한국이 210억 불 이상 손해 봤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쯤 되면, 이 전 부총리 역시 답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 대한 논쟁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다. 한국 경제의 진로와 관련한 논쟁이 될 수 있다.

신장섭 "김우중 추징금은 원천무효"

이날 행사장엔 기자들이 빈틈없이 들어찼다. 그만큼 관심이 뜨거웠다는 방증이다. 신 교수는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을 작정한 듯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대우의 흥망사와 한국 현대경제사에 대한 '역사 바로잡기'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9253억 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 됐다. 추징금은 대부분 미납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추징금이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횡령 증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징벌적으로 추징금을 부과했다”며 “증거가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추징금을 선고한 것으로 포퓰리즘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에겐 추징금 낼 돈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대책임이 있는 전직 대우 임원들에게 부과된 추징금까지 합치면 23조 원이 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자산이 23조 원 가량이라는 설명이다. 1999년 당시에 현재 이건희 회장 수준의 자산을 빼돌리는 게 가능했겠느냐는 반론인 셈.

그러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국민의 눈길이 따가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김우중 법’ 이라고 불리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추진됐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희생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부관참시’였다”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김 전 회장을 세 번 죽이는 일이라고도 했다. 1999년 대우 그룹 해체로 한 번 죽이고, 2006년 법원 판결로 두 번 죽였는데, 다시 죽이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김우중은 스티브 잡스보다 100배 훌륭한 민족주의자"…과연?

기자들 역시 쉽게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날선 질문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신 교수의 입장도 견고했다. 대우 그룹 해체에 김 전 회장이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잘못한 게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경제팀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철저하게 국제 금융자본 논리를 대변해 국내 산업자본을 희생시켰다"라는 게다.

김 전 회장이 ‘정경유착’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정경유착’이 아니라 ‘정경협력’이라고 반박했다. 뇌물 등을 매개로 정치권과 결탁한 게 아니라 ‘정책 아이디어’를 매개로 정부의 협력을 끌어냈다는 주장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는 발언도 잦았다. 김 전 회장이 스티브 잡스보다 100배는 더 훌륭한 경영자라는 말도 나왔다. 지나친 완벽주의, 자기 확신 등 잡스가 가진 결점을 공유하지만, 김 전 회장은 '항상 국가 발전을 염두에 뒀던 진정한 민족주의자'였으며, 실제로 국민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

재벌에 호의적인 논조를 띤 매체 기자도, 신 교수의 몇몇 주장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했다. 신 교수가 옛 대우 그룹의 성장 잠재력을 과대평가했다는 게다.
▲신장섭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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