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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朴대통령 침묵, 유민아빠 죽어가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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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朴대통령 침묵, 유민아빠 죽어가게 해"

[현장] 분노한 유족·시민들…청와대 인근서 대통령 면담 요청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째 단식을 이어온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47) 씨가 22일 끝내 병원에 후송되자, 유족들의 분노와 절망감도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김 씨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단식을 이어가기로 한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유민 아빠를 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이동했지만, 이를 경찰이 가로막으면서 대치가 이어졌다. 김영오 씨가 심각하게 나빠진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호소하며 걸었던 길이다.

유족들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님께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에서 "단식 40일째 병원에 실려 간 유민 아빠 소식을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으실 것이다. 온 국민이 살려야 한다고 걱정했던 유민 아빠가 매일같이 찾아갔던 곳이 청와대니까"라며 "대통령의 침묵이 유민 아빠를 죽어가게 한 이유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나"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유민 아빠 주치의는 유민 아빠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 마음이 미어터진다. 유민 아빠를 살려야 하는데, 유민 아빠가 단식을 그만두지 못하는 마음을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이어 "어쩌면 우리 가족 모두 4월16일 이후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참사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던 대통령님은 귀를 막고 가만히 있다가 교황님 앞에서 한 번 웃으면 그만인데, 우리는 왜 아직까지 길에서 자고 밥을 굶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족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목소리 작고 힘 없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를 부축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왔다. 단식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와 함께 하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님은 죽어가는 우리를 한 번도 살렸던 적이 없다. 그리고 끝내 우리를 죽어가게 두시려는가 보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침묵으로 우리를 죽이지 말라"면서 "귀를 열고 우리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어떤 것인지 듣고, 그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말씀해 달라. 그것만이 유민 아빠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광화문에 마련된 유족들의 단식 농성장에도 김 씨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오후 7시께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여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고, 이날로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을 신청한 시민들이 2만 명을 넘어섰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하루 동조단식을 신청한 시민이 이날만 1만5000명에 이르렀다.

광화문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세월호 유족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청운동주민센터 쪽으로 이동했지만, 오후 9시30분 현재 경찰이 통행을 가로막아 유족들과 합류하지 못한 상태다.
다음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의 전문이다. <편집자>

박근혜 대통령님께 촉구합니다

단식 40일째 병원에 실려 간 유민 아빠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모를 리가 없으실 것입니다. 온 국민이 살려야 한다고 걱정했던 유민 아빠가 매일같이 찾아갔던 곳이 청와대니까요.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시군요. 대통령의 침묵이 유민 아빠를 죽어가게 한 이유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십니까.

유민 아빠 주치의가 그랬습니다. 유민 아빠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요. 단식을 같이 시작했던 우리 가족들이 이미 한참 전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고, 이제 유민 아빠 한 사람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유민 아빠한테 같이 살아서 싸우자고 가족들이 한참을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유민 아빠는 여전히 특별법 제정 소식을 들어야 미음이라도 먹겠다고 합니다. 가족들 마음이 미어터집니다. 유민 아빠를 살려야 하는데, 유민 아빠가 단식을 그만두지 못하는 마음을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가족 모두 4월 16일 이후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함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죽어가야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으니 밥 한 술 마음 편하게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왜 국회와 정부는 가족들의 마음을 이토록 모르는지, 억울합니다. 왜 우리는 참사 희생자의 부모가 되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호소를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입니까? 참사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던 대통령님은 귀를 막고 가만히 있다가 교황님 앞에서 한 번 웃으시면 그만인데, 우리는 왜 아직까지 길에서 자고 밥을 굶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배신감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구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팽목항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누가 최선을 다해 구조를 했습니까. 그 말을 믿고 잠시라도 안도했던 우리가,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을 청와대로 부른 대통령님은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을 빼려는 것 말고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가족의 뜻을 반영한 특별법 제정에 머뭇거리는 것만 우리 눈에 보입니다. 전원이 구조될 것처럼 떠들던 거짓말에 속은 배신감,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처럼 호언하던 거짓말에 속은 배신감, 우리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목소리 작고 힘없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를 부축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단식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와 함께 하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님은 죽어가는 우리를 한 번도 살렸던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끝내 우리를 죽어가게 두시려는가 봅니다.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앞에 진실과 안전을 약속하기 전에는 이를 악물고 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힘으로도 유민 아빠를 설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님만이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침묵으로 우리를 죽이지 마십시오. 귀를 열고 우리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어떤 것인지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말씀해주십시오. 그것만이 유민 아빠를 살리는 방법입니다. 대통령님의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2014. 8. 22.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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