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로 단식 39일째를 맞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김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http://on.fb.me/1mnXYmn)에 올린 글에서 "손에 힘이 없다. 자다가 중간에 깨고 개운하지 않다. 오늘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기를 더 쓸 수가 없어 간략하게 올릴게요. 미안합니다"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그는 매일 장문의 글을 통해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해 왔다. 이랬던 그가 일기조차 쓸 수 없다며 짤막하게 글을 마무리한 건, 심각한 징후로 보인다.
이날 올린 글에서 그는 "어제 아침부터 박영선 의원이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와서 얘기 듣다가 크게 화를 냈다"며 여야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설득하러 온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어 "오후에는 청와대 앞에서 큰 충돌이 있었다. 몸 상태가 안좋다"며 이렇게 적었다.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제출하러 청와대 영풍관 민원실에 가는데 경찰 경호원들이 또 막았다. 시위 아니고 신청서 제출하려는 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막았다. 변호사가 막는 게 불법이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몸싸움이 일어났다. 부딪치고 잡히고 밀려 뒤로 넘어질 뻔하고...간신히 제출은 하고 왔는데 저녁에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유가족 안 만난다는 기사가 떴다."
김 씨 옆에서 사흘째 동반 단식 중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도 이날 아침 트위터를 통해 "유민 아빠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라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험합니다"라고 밝혔다.
김 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서울시 동부병원 내과 과장 역시 하루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씨의 건강 이상을 경고했다. 이 과장은 “한번은 포도당 수액을 가지고 갔는데 유민 아빠가 ‘나는 반칙은 안한다’라며 화를 내셨어요.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재차 권유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신 겁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망가졌지만 더 이상 잃을 게 없으셔서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겁니다”라고 했다. 이 과장은 “(김영오 씨가) 척추 쪽 근육이 많이 소모돼 혼자 힘으로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며칠이 더 지나면 앉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토록 건강 상태가 나쁘지만, 김 씨는 단식을 접을 기미가 없다. 하루 전인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말로, 편지로, 저 단식 그만하라고 말리시는데, 절 진짜 돕는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되는 거에요”라고 밝혔다. 그는 “저보고 단식 그만하라 마시고, 친구, 이웃에게 특별법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되게 해주세요”라고도 했다. 김 씨가 이날 올린 글은 이렇게 끝난다.
“제가 정말 두려운 건 제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유민이 왜 죽었는지 못 알아내는 거니까. 제대로 된 특별법 통과되면 그때 기쁘게 밥 먹을 거예요.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국민의 힘만이 저의 단식을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김영오 씨의 페이스북 글 전문.
8월 21일 단식 39일차. 어제 아침부터 박영선 의원이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와서 얘기 듣다가 크게 화를 냈다. 오후에는 청와대 앞에서 큰 충돌이 있었다. 몸상태가 안 좋다.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제출하러 청와대 영풍관 민원실에 가는데 경찰 경호원들이 또 막았다. 시위 아니고 신청서 제출하려는 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막았다. 변호사가 막는 게 불법이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몸싸움이 일어났다. 부딪치고 잡히고 밀려 뒤로 넘어질 뻔하고...간신히 제출은 하고 왔는데 저녁에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유가족 안 만난다는 기사가 떴다. 손에 힘이 없다. 자다가 중간에 깨고 개운하지 않다. 오늘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기를 더 쓸 수가 없어 간략하게 올릴께요.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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