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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순 특별공연 ‘소리여 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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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창순 특별공연 ‘소리여 춤이여’

9월 전주학교

그곳에 가면 잃어버린 무엇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누구에게나 고향처럼 느껴지는, 외할머니 품속 같은 곳. 바로 전주입니다.

가을의 절정 9월, 전주학교(교장 이두엽)가 열한 번째 강의를 준비합니다. 2009년 6월 개교한 전주학교는 전주한옥에서 1박 하면서 전주의 한옥과 한식과 한지, 판소리와 시조창 등 격조 있는 전통 공연과 강의, 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의 깊은 맛과 멋을 체득하는 공간입니다. 특히 이번 전주학교는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특별공연 ‘소리여 춤이여’에 맞춰 열립니다. 판소리계의 대모 성창순 선생의 공연을 만납니다.

이두엽 교장선생님은 전주 출신으로, KBS-TV 프로듀서를 거쳐 예원예술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장과 지역일간지 사장 등을 지냈고,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사단법인 호남문화관광연구원 원장과 주식회사 <뿌리와 나래> 대표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이름난 문화기획자입니다.

이두엽 교장선생님은 <전주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주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입니다.
누구에게나 고향 같은,
'고향지수'가 아주 높은 곳이지요.
나지막한 한옥 담장 햇살 가득한 골목길에서
오래전 잃은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전주 막걸리를 마시면 네 번 취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흥(興)에 취하고,
두 번째는 안주에 취하고,
세 번째는 맛에 취하고,
네 번째는 정(情)에 취한다는 뜻입니다.

막걸리뿐 아니라,
전주에 오시면 네 가지 취할 거리가 있습니다.
첫째, 그리운 한옥 골목길이요,
둘째, '간장(肝腸)의 썩은 눈물'을 토해낼 만큼 애절하고
'금새 숨이 탁 막히게 벌어지는 사랑놀이'처럼 흥미진진한,
옹골차고 푸진 우리 소리요,
셋째, 심성 고운 여인네들의 섬세한 손맛이요,
넷째, 천지만물에 깃든 한울을 공경하고 모시는
'전라도의 속 깊은 마음'입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전주를 '꽃심의 땅'으로 불렀습니다.
꽃의 심(心),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운을 다해 '꼿꼿이' 버텨온 땅이 전주입니다.
동학혁명의 중심지역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자치기구인 집강소가 설치되었던,
자유와 평등의 '꽃'이 한때 피었던 곳입니다.

전주는 또한 전통문화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을
꿈꾸는 도시입니다.
전통문화는 우리들 삶을 든든하게 하는
'뿌리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전통문화는 또한, 우리들 마음을 너그럽게 적시는
'샘이 깊은 물'과도 같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삶의 근본이 되는
전통문화를 잊고 살았습니다만,
힘겹게나마 이를
껴안고 지켜온 도시가,
바로 여러분이 사랑하는
천년의 도시 '전주'입니다.

전주는 바로 우리가 새롭게 발견해야 할,
'오래된 미래'입니다.
전주는 전라도의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전통문화도시의 '보통명사'입니다.

전주에서
우리 문화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우리 한옥,
우리 한지,
우리 소리,
우리 음식,
우리 사상(思想)의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전주학교를 엽니다.

마음 편히,
외할머니 품과도 같은,
전주로 오십시오.
전주는 비록,
많은 것이 '부족한' 지방도시이지만,
정성을 다하여 여러분을 맞겠습니다.”

▲전주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입니다. ⓒ전주한옥

전주학교 9월 강의(제11강)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9월 27일 토요일 아침 7시 서울에서 출발합니다.(행락객들로 붐벼 교통체증이 우려됩니다.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 <전주학교> 버스에 승차 바랍니다. 아침식사 거르신 분들을 위해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모든 일정은 현지 상황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전주 이야기

전주까지 가시는 동안 이두엽 교장선생님이 <전주, 재미있는 이야기 여러 편>을 서툰 유머를 섞어가면서 진행합니다. 일종의 전주 입문(入門) 과정인 셈이지요. 전주와 모악산 일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 기운생동(氣韻生動) 천하대동(天下大同)의 세 가지 키워드가 중요합니다. 세 가지 키워드를 사례 중심으로 정리해 나가는 총론 강의와 함께, 추사 김정희 선생과 창암 이삼만 선생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서 소박하고 편안한 '전주적인' 미의식에 대해서도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중국과 일본의 전통문화와 '어떻게 다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전통문화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새롭게 눈을 떠야 하겠지요. 우리의 자연환경과 철학적 기초에 맥(脈)잇는 '한국전통문화론'을 이두엽 교장선생님이 쉽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십니다.

곧 전주에 이르면 톨게이트의 한글현판 <전주>를 만납니다. 원광대 여태명 교수 작품으로 우리 미학(美學)의 핵심인 '기운생동'이 느껴지는, 초탈한 듯 거침없고 힘이 느껴지는 글씨입니다.

전주시 문화관광 바로보기

전주한옥마을은 낮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십니다.
인파와 부딪히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아담한 전주 덕진 공원과 조선 왕조의 뿌리인 조경묘 인근을 산책하듯이 걸으며 소슬한 가을 풍광과 함께 합니다.

점심식사는 인근에 있는 비빔밥 전문점 <고궁>의 고급 육회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은 화합과 상생(相生)의 철학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세계인의 음식이 될 것입니다.

오목대 시조창의 향연

이어 오후 2시경 오목대로 향합니다. 오목대는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개경으로 개선하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주에 들러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벌인 곳입니다. 환한 낮 시간에는 판소리보다, 맑고 기(氣)가 넘치는 '시원한' 시조창이 제격입니다. 한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정자에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오종수 선생이 시조가 얼마나 '격조있는 음악'인지를 느끼게 해주십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전주 미인(美人) 이은자 여사의 우시조 <나비야 청산가자>도 우리 옛 가락의 힘과 아름다움에 젖게 해드릴 겁니다.

오목대에서 향교에 이르는 소롯길을 따라가며 한옥마을을 바라봅니다.
7백여 채의 '도시형 한옥'이 밀집하게 된 배경에는 전주사람들의 '자존심'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들어와 서문 부근에 자리잡고 상권을 장악해가자, 이에 대한 반발로, 전주의 중산층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집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지요.

전주향교는 조선유학의 손꼽는 중요한 기관이었습니다.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였기 때문입니다. 조선은 건국초기 '민본(民本)'의 나라였습니다. 전주향교에서 '조선의 마음'을 읽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500년 넘은 은행나무와 대성전, 통이 큰 건물 명륜당이 빚어내는 '아우라'는 '천년 전주'로의 시간여행의 문(門)을 열어 줍니다. 향교 쪽에서 동고산성과 남고산성을 바라보면서 후백제 견훤왕에 얽힌 비화를 들어 봅니다.

전주한옥마을 바로보기

전주사람들의 기질을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말합니다. 너그럽게 융합할 줄 알지만, 자신의 근본을 잃지 않는, '꼿꼿함' 같은 게 있습니다. 선조 재위 당시 정여립의 기축옥사 때 천명이 넘는 호남의 선비들이 처형을 당했습니다. 한마디로 씨를 말려버린 것이지요. 동학 때는 전북에서만 15만이 넘게 희생되었습니다. 화이부동의 기질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이기도 합니다.

정여립과 동학의 정신은 '천하대동(天下大同)'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대동세상(大同世上)의 꿈'은 전주가 오늘의 시점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주한옥마을 약도 ⓒ전주시

천년을 가는 세계적인 '명품' 전주한지는 그 동안의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고, 전주 합죽선과 전통가구, 전통악기, 옻칠공예 등도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검박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儉而不陋 華而不侈)' 전주의 미학은, 전통문화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전주한지 바로보기

전주한지는 임실 등지의 질 좋은 닥나무와 전주의 좋은 물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완판본'의 고장인 전주는 출판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전주는 완산(完山)이니 완판본은 곧 전주판본이지요. 한지가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지역이었기에, 서민들이 완판본 <춘향전>이나 <심청전>을 사서 읽을 수 있었겠지요.

특별공연 ‘소리여 춤이여’

전주천 징검다리를 건너 국립무형유산원 공연장으로 향합니다. 이번 전주학교는 어디서도 접하기 어려운 특별공연에 맞춰 열립니다. ‘소리여 춤이여’라는 제목으로 판소리계의 대모 성창순 선생의 공연이 80분 정도 이어집니다. 심청가 중 부녀상봉 대목, 남도 민요 화초 4거리, 육자배기, 김영철류 철현금 산조가 이 시대의 명 국악해설가 윤중강 선생의 구수한 입담으로 진행됩니다. 一고수 二명창 이라는 말이 있지만, 고수에는 당대 제일 정화영 선생님입니다.

공연이 끝난 후 전주천(川) 변을 걷습니다.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전주천은 ‘느리게 걸을수록’ 정겹습니다. 전주천 위에 걸려있는 기다란 누각에 잠시 걸터앉아 늠름하고 여유로운 풍광(風光)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전동성당은 빼어난 건축미로도 유명하지만 비잔틴풍의 건축양식이 유입된 대표적 건물로 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한 공간입니다. 전동성당은 유철종 전북대 명예교수께서 해설해주십니다. 정년퇴임을 하신 후 '신앙문화해설사'로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시는 유 교수께서는 60여 년 전인 유치원 때부터 이 성당을 다니셨습니다.

전동성당 바로보기

천년고도 전주에는 4대문이 있었습니다. 1907년 조선통감부의 폐성령에 의해 3대문이 동시 철거되고 현재 유일하게 풍남문만 남아있습니다. 풍남문은 천주교 순교자들의 목이 효수되었던 곳이며, 동학혁명군이 전주성에 입성한 관문이기도 합니다.

천년의 역사를 지켜본 풍남문 건너에는 전주 남부시장이 있습니다. 1905년 설치된 남부시장은 호남의 물산이 집결되는 경제활동의 중심지였습니다. 원래 지방에 가면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법입니다. 백화점이나 24시 편의점과 달리, 덤도 있고 에누리도 있고 사람 사는 정(情)도 있는 것이 재래시장이니까요. 남부시장이 요즘 '젊어지고' 있습니다. 젊은 문화 장사꾼들이 시장에 들어가서 재래시장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경기전, 조선왕조 발상지

다음은 경기전(慶基殿).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입니다. 경기전은 그 탯자리입니다. 조선조 서거정은 <공북루기(拱北樓記)>에서 '아조선근본지지(我朝鮮根本之地)'로 불러 전주를 '상서로운 곳'으로 높였습니다. 경기전에는 태조의 어진이 모셔져 있고,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지켜낸 전주사고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전주사고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조선왕조실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경기전의 대나무 숲과 등 굽은 매화나무, 그리고 능소화는 전주시민의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한옥마을 골목을 걸어 가까이 만나는 최명희문학관은 소설가인 김병룡 교수와 작가 최기우씨가 지키고 있습니다. 한옥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고(故) 최명희(1947~1998) 선생은 '생(生)을 다해' 대하소설 <혼불>을 썼습니다. <혼불>은 우리 민족어와 전라도 민중의 삶이 담겨진 거대한 '공동체문화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최명희문학관 바로보기

이어, 우석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한방문화센터에서는 각 개인의 체질감별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태양인인지 소음인인지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해서 알아보시고, 온몸이 개운해지는 족욕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전주는 대구와 더불어 약령시가 있었던 한의학의 본향입니다. 이 지역에는 한의대와 대체의학대학이 여럿 있어서 전주의 식품산업과 농업, 그리고 한방산업이 만나는 '불로초(不老草)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해설을 맡은 호남한의원 천상묵 원장은 베이스기타 치느라 한의대를 2년 더 다니셨지만, 전주약령시축제 제전위원장을 지낸 전문가입니다.

다시 한옥마을 쪽으로 들어오시면 이곳저곳 자유롭게 골목길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한옥생활체험관이나 동락원(同樂園) 같은, 마당이 있는 한옥민박집도 둘러보시고, 한지체험을 할 수 있는 이지원(以紙園)이나 전통술박물관, 부채문화관, 소리문화관도 지척에 있습니다.

전주전통술박물관 바로보기
전주부채문화관 바로보기
전주소리문화관 바로보기

감칠 맛 나는 전주 한정식

자유 시간을 즐기신 다음, 저녁식사는 <양반가>에서 합니다. 원래 전주음식은 궁중음식과 연관이 깊어서, 남도음식에 비해 맵거나 짜지 않고 어느 면에서는 담백합니다. <양반가> 한정식에는 전주음식의 좋은 '고집'이 있습니다. 특히, 꽃게장은 그 깊은 맛이 오래 오래 입 안을 감도는 '기분 좋은 맛'입니다.

밤이 깊어지면 숙소인 <이오당(梨梧堂)>으로 이동합니다. 전주에는, 난초와 시와 술을 사랑하셨던 시조시인 고(故) 가람 이병기 선생이 사셨던 양사재나 동락원, 풍남헌 같은 품격있는 한옥 민박집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청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오당(梨梧堂)에는 너른 마당이 있습니다. 한옥마을에서 이만큼 가슴이 ‘시원해지는’ 공간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 지역 토착 밴드 <놉> 마에스트로 이형로씨와 소설가 김저운씨의 자작곡 <고봉밥>도 들어보시고, 호남 한의원 천상묵 원장의 ‘배씨 기타’도 들어보시면서 흥이 나시는 분은 옛 가요 한 곡씩 뽑아 보셔도 좋습니다. 가을의 한옥집 마당에서 마시는 연(蓮)잎 막걸리는 감칠맛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음날인 9월 28일(일요일) 아침식사 시간. 김치의 명인이 운영하는 <신뱅이> 콩나물국밥은 전날 술을 많이 자신 분들에게 더 맛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주인 안명자 명인의 전주 김치 이야기도 들어볼 만합니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모주(검은 설탕을 한약재와 함께 넣고 끓인 막걸리)는 꼭 한 잔 하셔야 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높지 않으니 속풀이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식사를 마친 후, 한옥 마을에 있는 <지담(紙談)>에 들러 한지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뉴욕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집무실을 한지로 인테리어를 했던 유봉희 교수가 '한지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은은한 '빛'이 감도는 '한지 등(燈)'을 선보이겠습니다.

이어 '우리의 삶에서 전통문화는 무엇인가'를 화두로, 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겠습니다. 딱딱한 세미나 형식이 아니라 '전주식(式)'의 '땡기고 푸는' 방식이니,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주를 떠나기 전 전주향교 옆에 있는 기품 있는 한옥 장현식 고택(古宅)에 들러야 합니다. 고(故) 장현식 선생은 전북 김제에서 만석꾼의 아들로 태어나 항일독립운동을 수십 년에 걸쳐 지원한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에는 제2대 전북도지사를 지냈습니다. 일찍이 대동단(大同団)과 3·1운동에 거금을 투입했고, 고려대학교(당시 보성전문) 본관을 짓는데 큰 돈을 냈습니다.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나 6·25전쟁 때 납북되셨습니다.

고택의 마당에는 선생의 호(號)와 같은 한 그루 소나무[一松]가 있습니다.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전범(典範)인 선생의 풍모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고택의 뒷담 골목길을 거닐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한옥 추녀의 선(線)이 왜 중국이나 일본의 선(線)과 다른지. 이 나라, 산하(山河)의 다정(多情)한 선(線)과 왜 그리도 닮았는지...차분히 생각하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점심은 금산사와 강증산 유적지로 향하는 길에 있는 <예촌면사무소>이라는 국수집에서 하겠습니다. 금구 '면(面)사무소'와 예촌 '면(麵)사무소'가 마주보고 있는 풍경이 재미있습니다. 유명 호텔 주방장 출신의 박태순 주인은, 풍류(風流)를 아는, 국수에 미친 사람입니다.

'어머니의 품' 모악산의 금산사

금산사가 깃들어 있는 모악산(母岳山)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산입니다. 동학사상과 증산사상의 모태가 된 신령한 산(山)이고,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생명사상이 발원하는 땅이지요. 김성환 군산대 교수는 전북서부지역을 '개벽과 상생(相生)의 문화지대'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상가들이 모악산 일원을 '21세기 생명사상'의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라 이야기합니다.

▲모악산 금산사 ⓒ전라북도

금구면과 원평면 일대에서 전봉준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정여립 선생이 대동계(大同契)를 만들었으며, 강증산이 '천지공사'를 했습니다. 금산사는 또한 미륵신앙의 '성지(聖地)'와 같은 곳입니다. 백제 멸망 이후 '메시아'를 기다리던 민중의 한(恨)과 염원이 생명사상의 역동성(力動性)으로 새롭게 일어서고 있습니다. 내년은 동학혁명이 두 갑자(120주년)을 맞는 소중한 해입니다.

김제 지역은 여러 종교가 서로 어울려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곳입니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촬영했던 단아하고 아름다운 수류성당, 구한말 남녀가 함께 예배를 보느라 독특한 건축양식의 교회를 지었던 금산교회, 강증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교당 건물을 바라보면서, 왜 이 땅이 21세기 인류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산사 바로보기

일찍이 해월(海月) 최시형 선생은 부안에서 "이 땅에 새로운 문명의 꽃이 피리라"고 예언했습니다.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인 전북지역이 훗날 전 세계인이 그리워하는 '꽃심의 땅'이 될 것을 예견했던 것이지요.

3시쯤 서울로 출발하면 저녁 무렵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원한 가을바람 따라 가벼운 '마실' 가듯이 전주학교로 오십시오.

이번 제11강 참가비는 21만원이며(왕복교통비, 한옥 숙박비, 5회 식사비 겸 뒤풀이, 강의 및 공연관람비, 입장료, 운영비 등 포함), 참가신청과 문의는 인문학습원 전주학교 www.huschool.com 또는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 ☞회원가입 바로가기 ). 전주학교 카페 http://cafe.naver.com/junjuschool에도 꼭 놀러 오세요^^ 전주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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