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40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현대자동차 사측과 사내하청업체 대표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특별협의를 열고 2015년 말까지 4000명 규모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는 내용의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현대차 '3공장(울산·아산·전주 공장)' 중 최대 규모 비정규직노조인 울산지회는 이번 합의에서 빠졌다.
앞서 현대차는 2012년 특별협의를 시작할 당시 2016년 상반기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제시했는데, 이번 합의안에서 채용 시점을 1년 앞당기고 규모도 500명 늘린 셈이다. 이 4000명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회사가 정규직으로 채용한 2038명이 포함돼 있다.
쟁점이었던 근속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속기간을 100% 인정하지는 안되, 일부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노조는 그간 회사의 불법 파업이 명백하다며 근속기간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일부 인정'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밖에도 합의안에는 "합의 주체와 관련된 계류 중인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고 이후 재소송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비정규직 농성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들도 사내 하청업체로 복직시키고, 향후 동일하게 정규직 채용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노사 합의는 오는 21~22일로 예정된 대규모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이뤄졌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소속이 아니라 현대차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 달라"며 2010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뒤, 3년10개월 만에 나오는 판결이다. 원고만 1569명만 달한다. (☞관련 기사 : 현대차 판결, 대기업 불법노동 제동 걸리나)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가 지난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파견'이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현대차는 그간 "최 씨 개인에 대한 소송 결과"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동계에선 그간 최 씨 등 유사한 소송 결과나 노동위원회 등의 판단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의 불법 파견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1심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타결된 노사 교섭에 원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울산지회 조합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다.
현대차 역시 대규모 불법 파견 판결이 내려질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 판결 전 합의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이번 합의에서 별도의 '소 취하 관련 합의서'까지 작성해 "근로자지위확인 및 체불임금 청구소송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한 자에 대해 소송 비용 보전금 2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 주체와 관련된 회사 측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을 즉시 취하한다"고 명시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합원이 가장 많은 울산지회는 이미 지난달 19일 노사간 특별협의에서 빠졌다. 회사 측의 불법 파견이 명백한 만큼, 회사 측이 선처를 베푸는 식의 '특별 채용' 방식이 아닌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울산지회의 주장이다. 신규 채용 합의가 불법 파견을 무마하려는 현대차에 사실상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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