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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박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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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민 아빠', 박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 요청

[현장] "딸 잃고 사선에 선 애비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

"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십시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6일째 단식 중인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려달라"며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김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단식 농성 중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 김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6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프레시안(서어리)

김 씨는 "마치 이번 방한의 목적이 세월호 유가족의 위로인 것처럼 교황님은 방한 내내 유가족과 함께해주셨다"며 교황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참사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우리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짧은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더 많다"고 일갈했다.

김 씨는 "왜 대한민국 국민인 유가족들이 외국의 종교지도자에게까지 우리의 원통함을 호소해야 하느냐"며 "정부의 잘못으로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고 그 진상 규명을 위해 한 달 넘게 단식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를 위로해달라"고 면담에 응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자신이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 보여줘야겠다며 옷을 들어보이는 김영오 씨. ⓒ프레시안(서어리)

"제대로 단식했으면 쓰러졌어야 한다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김 씨는 곧 기자들에게 "제가 어느 정도 살이 빠졌는지 이제 공개해야 할 것 같다"며 웃옷을 들어 자신의 맨몸을 보여줬다. 갈비뼈의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바지 허리춤은 넉넉하다 못해 공간이 남아돌아 펄럭거렸다.

김 씨는 "국민들이 오시면 제가 재밌는 얘기도 해주고 그래서 제가 안 아픈 걸로 아시는데, '제대로 (단식)했으면 쓰러졌어야 한다'고 막말들을 하는데, 제가 얼마만큼 투지력으로 버텼는지 공개를 해야 믿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저 밥 좀 먹고 싶다. 제 소원이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씨 주치의인 이보라(동부병원 내과 과장) 씨가 동석했다. 이 씨는 현재 김 씨의 건강 상태에 대해 "더이상 단식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라고 얘기했다. 이 씨에 따르면, 김 씨는 단식 전 57킬로그램에서 이날 오전 기준 47킬로그램으로 체중이 17% 감소했으며, 팔과 관자놀이 근육마저 소진되어가는 상태다. 이 씨는 "이제 단식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저인산혈증, 호흡기부전 등 대사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청와대가 한 눈에 보이고 정부종합청사가 지척인 광화문 광장에서 딸을 바다에서 구하지 못한 분의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기아 상태인 김영오 씨를 치료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강기정, 김현, 우원식, 이목희, 이인영, 이학영, 인재근, 정청래, 최민희, 홍영표, 홍익표 의원 등 11명은 이날부터 김 씨가 단식 농성 중인 광화문 광장에서 동조 단식에 다시 합류한다고 밝혔다.

▲김영오 씨 기자회견이 열린 광화문 광장. ⓒ프레시안(서어리)


다음은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18일 기자회견문
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십시오

이번 방한 일정 동안 교황은 저희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위로를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14일 입국 때 마중나간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면담, 16일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 17일 승현 아빠 이호진 씨의 세례식, 그리고 오늘 명동 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의 미사'까지, 교황은 매일 저희 유가족들을 만나고 살펴주셨습니다.

방한 일정 내내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계셨고, 승현 아빠 이호진 씨와 웅기 아빠 김학일 씨가 900킬로미터를 걸으며 짊어졌던 6킬로그램짜리 나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하시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힘없고 약한 유가족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셨습니다. 시복식 때 한 달 넘게 단식하고 있는 저를 만나 달라는 요청, 이호진 씨의 세례식 요청 등 모든 요청을 정성껏 들어주셨습니다. 경호와 안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카퍼레이드 도중 유례없이 차에서 내려 저를 만나주셨고 제가 드리는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셨습니다.

마치 이번 방한의 목적이 세워호 유가족의 위로인 것처럼 교황님은 방한 내내 유가족과 함께해주셨습니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6일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 때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하셨으나 다시는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세월호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졌습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우리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짧은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더 많습니다. 제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36일째 단식을 하고 있지만 철저히 외면하였고, 제가 대통령께 쓴 편지를 청와대에 전하면서 대통령께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하였으나 그 요청조차 묵살당했습니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며 유가족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겠다고 약속하셨으나 청와대, 정부, 여당은 국정조사, 특별법 협의 과정에서 비협조, 불성실,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고 현재 특별법 제정도 여당의 완강한 태도로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고 그 진상 규명을 위해 한 달 넘게 단식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란 말입니까. 왜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유가족들이 외국의 종교지도자에게까지 우리의 원통함을 호소해야 한단 말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를 위로해주십시오. 우리는 내 자식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 알아야 치유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단식가지 하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어떤 다른 지원도 우리 유가족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위로받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정말 힘듭니다. 그리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몸이 망가지거나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와 유민이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러설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저와 우리 유가족을 구해주십시오.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대통령께 공식 면담을 요청합니다. 저는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습니다. 우리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께서 딸을 잃고 사선에 선 이 애비를 외면하지 말아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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