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는 회사 바꾸고 싶은데 사장님이 사인을 안 해줘요. 욕하고 월급도 제때 안 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힘들어요."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미쉬누(가명·25) 씨
"일하다 다쳤는데 사장님이 월급도 병원비도 안 주고 나가래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은데 공장을 세 번 옮겨서 이제 더 옮길 수 없어요." 울산에서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카르키(가명·27) 씨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가 시행된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한국 정부는 10년 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퇴행시키고 있다"며 "즉각 폐지"를 촉구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와 '경산이주노동센터', '성서공단노조' 등 17개 단체가 참여하는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고용허가제가 시행된지 10년째인 17일 대구2.28공원에서 대구경북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대구와 경북에서 일하는 네팔, 파키스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아, 몽골 등 이주노동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10년째인 현재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며 "열악환 환경, 저임금, 이동 제한까지 퇴행만 거듭해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7월부터 이주노동자 퇴직금 지급 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변경하는 '출국후 퇴직금 수령제'까지 시행돼 "이주노동자들의 대한 노동차별적 정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들은 '고용허가제'와 '출국후 퇴직금 수령제' 폐지,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1시간 가량 결의대회를 열고 대구시내 일대에서 30분가량 '고용허가제 폐지' 촉구 행진을 벌였다. 행진에 앞서 '한국 정부'와 '고용노동부', '출입국관리사무소'라고 적힌 판넬에 물풍선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 2003년 8월 16일 '외국인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2004년 8월 17일부터 '고용허가제'를 시행했다. 고용허가제 이전 산업기술연수생에 대한 잦은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에 대한 자유가 제한돼 지난 10년 동안 끊임 없이 문제가 발생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3년 동안 최대 3번까지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도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이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07년 서울고등법원이 "불법 체류 외국인이라도 노동자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이 7년째 결론을 내리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회가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주노동자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 지급 시기를 이주노동자 "출국 후 14일 내"로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전까지는 이주노동자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출국과 무관하게 '퇴직 후 14일' 내 퇴직금을 받았지만 지난달 29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출국 전까지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임복남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고용허가제 시행 후 10년간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퇴행만을 거듭해 왔다"며 "한국인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산업 현장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주노동들에 대한 이같은 노동 차별은 헌법적 가치와도 위배된다"며 "의미가 퇴색한 고용허가제와 노동 차별을 조장하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를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있는 이주노동자는 7월 기준 3487명이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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