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박근혜 정부가 핵 문제를 거론하면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하자는 제안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비서는 "남쪽에서 하는 소리, 반가운 게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개성공단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일행에게 화환과 조전을 전달한 김 비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핵문제를 거론하며 어떠한 것을 하자고 하는 건 그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냐, 할 수 있겠냐 라는 의심을 (평양에서)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한이 오는 19일로 제안한 고위급 접촉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해 비난했다. 자신들을 상대로 위협하는 훈련을 하면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 비서는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접촉 제안하면서 하려고 하는가"라며 "미국과 한국만 이걸(군사훈련) 추진하면서 우리가 하는 실탄연습에 대해 떠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정세 악화시키면서 어떻게 풀자고 하는가. 제발 정세를 악화시키는 모험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과 동행 방북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은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거기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등 제안도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도 뭔가 하려고 하기 때문에 북도 이를 맞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박 의원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관련 김 비서에게 "북에서 을지훈련을 비난하고 로켓을 발사하는데 북도 군사훈련 하지 않는가"라며 "이런 기회(고위급 접촉 제안) 포착해서 교류·협력해야 상호이익"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비서 일행과 한 시간여의 만남이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양건 비서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민감한 생각을 가지지만 저의 설명에도 수긍하고 결국 최종적인 얘기는 전제조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비서가 박근혜 정부에 북핵을 전제로 하지 않은 남북 교류·협력을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이날 양측 만남에서는 관심을 끌었던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의 북측 응원단 참가 문제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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