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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평화는 정의의 결과…韓 민주주의 강화 희망"

박근혜 "북한지역 교회재산 몰수, 성직자 납치·목숨 잃어"

공식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자제와 관용"을 당부했다. 한국사회의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언급과 함께,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형식의 연설에서 "젊은이들에게 평화라는 선물이 필요하다"며 "평화의 부재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이 땅 한국에서는, 이러한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들릴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저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뿐이다. 그런 노력만이 지속적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라며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특별히 여러분 중에서 인내를 요구하는 외교 활동에 종사하여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더 큰 도전"이라고 했다. 이어 교황은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며, 평화란 상호 비방, 무익한 비판,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한다.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교황 "사회문제, 소통·대화 증진 중요…한국 민주주의 강화 희망"

한국사회 내부에 대한 메시지도 있었다. 교황은 "우리는 점점 더 세계화되는 세상 안에서,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여기서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하며,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이 나라가 앞장서주기 바한다"면서 "'연대의 세계화'는 모든 인류 가족의 전인적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천주교회를 향해서는 사회적 문제에 적극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교황은 "저는 한국 가톨릭 공동체가 이 나라의 삶에 온전히 참여하기를 계속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면서 "가톨릭 교회는 젊은이들의 교육에 이바지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려는 정신이 자라나게 해, 새로운 세대의 국민을 양성하는 일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들(천주교회)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고 자신의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전망으로 국가가 당면한 커다란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기꺼이 이바지할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도 했다.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핵 없는 한반도가 교황의 염원일 것"

프란치스코 교황에 앞서 연설을 한 박 대통령은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며 이번 방한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연설했다. 하지만 전 세계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바티칸을 북한과 대립적 위치에 놓으려 하거나,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식의 발언은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연설하면서 "아직도 휴전선 너머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평생 그리움과 고통 속에 살고 계신 이산가족들이 7만 명"이라며 "한국 천주교도 북한 지역의 교회 재산을 몰수당했고,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납치되거나 목숨을 잃었다"고 북한의 종교 탄압을 거론했다.

또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국가의 기틀을 다지던 1947년, 비오 12세 교황께서 주한 교황 사절을 파견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독립국가로 인정해 주셨다"며 "교황청을 비롯한 전 세계 천주교회의 기도는 대한민국이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 동안 대한민국과 교황청이 세계 평화와 자유의 증진, 그리고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를 맺어온 것을 매우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남북 대립의 역사, 냉전의 역사 속에서 바티칸이 한국과 '같은 편'에 서 왔었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또 "남북한 주민이 전쟁과 핵 위협에서 벗어나 함께 행복을 누리고 세계 평화와 인류번영에도 기여하는 통일을 이루려면 수많은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갈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부터 중단돼야 한다"며 "'핵 없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 교황님을 비롯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염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황은 박 대통령에 이어 한 연설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아픔의 역사를 딛고 진정한 남북화해와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갈 때"라며 "한국 정부는 남북이 대립을 극복하고 전쟁과 핵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와 화해의 길을 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북한 주민을 돕기위한 인도적 지원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국민은 세월호 사고의 아픔과 젊은 병사들의 죽음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이번 교황님의 방문으로 우리 국민의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가진 교황과의 면담에서 "평소 교황께서 세계 평화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들어 왔는데, 이번에 뵙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신 데 대해 그 의미를 더 각별하게 느끼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도 해 주시고, 애정을 보내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한 교황은 주한 바티칸 대사관에서 휴식을 가진 후 오후 3시 45분부터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과 박 대통령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과의 면담은 20분가량 진행됐으며,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르토 파롤린 추기경, 주한 바티칸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등이 교황을 수행했다. 한국 측에서는 윤병세 외교장관, 김경석 주바티칸 대사가 배석했다. 환영식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한국측 13명과 바티칸측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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