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취임 이후 연속적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금리의 방향이 움직인다면 인상 쪽"이라고 시사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처음으로 금리를 움직인 방향은 '역시' 금리 인하였다. 이날 이 총재가 주재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인하했다. 2010년 11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저 금리다.
지난달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총재를 만난 뒤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로 예상을 바꾸었기 때문에, 이날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벌써부터 "다음달에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인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주열 총재 "금리인하, 독자적 판단이었다" 강조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쪽에서는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의욕적으로 밀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과 호흡을 맞추는 기조라면,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추가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역대 금리 결정 사례를 보면, 금리 인상이든 인하든 한 번의 조정으로 끝난 적은 없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적지 않다.
다만,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가 2.5%일 때도 경제여건에 비해 '통화팽창적인 수준'이라는 소신을 보였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2.00%까지 내려갈 경우, 임기 내에 추후 금리 운용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역대 총재들이 취임 후 첫 기준금리 조정 방향을 인상으로 잡아온 것도 이런 이유다. 이에 따라 첫 기준금리 조정방향을 인하로 나간 이 총재의 결정에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확장적 재정정책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세정책에 이어 통화정책까지 경기 친화적으로 바뀌게 돼 경기 부양에 필요한 모든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재가 금리 결정에 대한 독립성을 강조하다가 '정부 친화적'이 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이미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가계부채의 증가 규모가 현 단계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과거 가계부채 증가 요인을 분석하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주택경기였다"면서 "경제여건이나 인구구조의 변화, 주택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부채 증가의 절대 규모 뿐 아니라 소득 증가와의 관계를 봐야 한다"면서 "가계부채를 소득증가율 이내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 "정부 정책의 효과, 경제주체들의 심리 변화, 앞으로 입수하는 경제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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