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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팔레스타인 피묻은 '아이언 돔' 구매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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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팔레스타인 피묻은 '아이언 돔' 구매할 건가

[기고] 이스라엘 신무기 시험장, 가자지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어느덧 36일째로 접어들었다. 도망갈 곳도 없이 막혀있는 가자지구에 하늘, 바다, 국경에서 쏟아 부은 폭탄으로 200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었고 1만 명이 부상당했다. 애석하게도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었고, 500명의 어린이가 폭탄 파편으로 몸이 찢겨져, 붕괴된 건물에 깔려, 포탄의 화염에 불타, 이스라엘 저격수의 총탄에 저격돼 죽어갔다.

비상식적일 정도의 높은 비율로 민간인이 타깃이 된 공격으로, 가자지구 180만 인구 절반인 90만 명이 집을 빠져 나와 피난을 갔고, 이중 절반인 40만 명이 이번 침공으로 보금자리를 잃어버렸다. 한 달 넘게 이어진 공세 중 이스라엘 사망자는 67명 이었고, 그중 64명은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이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발사한 약 3천 발의 로켓에 희생된 이스라엘인은 단 3명에 불과했고, 비대칭적 희생의 배경으로 하마스가 보유한 로켓의 조악한 퀄리티보다, 이스라엘의 로켓 요격 시스템, 아이언 돔이 표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치열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던 중 이스라엘과 서방언론은 아이언 돔의 성능과 요격 명중률에 주목하며, 이 놀라운 신(新)무기를 홍보하기 바빴다. 연일 "아이언 돔이 텔아비브에 떨어진 로켓을 요격했고", "아이언 돔이 예루살렘 서부에 도심에 떨어진 로켓을 요격했으며", "아이언 돔 덕분에 이스라엘이 안전하고" 등등 모든 뉴스가 아이언 돔 투성이였다. 요격률 90%라는 놀라운 성능의 비상한 신 무기에 한국의 언론사들도 열띤 홍보의 반열에 동참했고 이에 호응하듯 최근 한국군 관계자들이 아이언 돔의 도입을 위해 개발사인 라파엘 사와 접촉을 했다(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8월 10일). 이런 현상은 2012년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다. 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격한다. 촉발된 공격은 이스라엘로 하마스의 로켓 발사를 유도한다.

2. 이스라엘과 전 세계 언론은 아이언 돔이 얼마나 많은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는지 홍보한다.

3. 한국, 인도를 포함한 세계 많은 국가가 이 무기 구입에 호기심을 갖는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의 무기회사 라파엘 사가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5년 구상을 시작해 2007년 개발에 착수, 2011년 마무리됐다. 라파엘 사는 아이언 돔의 총 개발·운영비용 중 무려 1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기술 공유의 대가로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 받았다. 아이언 돔은 요격용 미사일 발사체뿐만 아니라 1발당 무려 5만 달러에 달하는 미사일 가격 등 개발·배치·운용에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고, 당연히 이는 이스라엘 국내 이용뿐만이 아닌 수출의 필요성을 암시했다.

▲ 이스라엘의 단거리미사일 방어체제 '아이언 돔'. ⓒAP=연합뉴스

2012년 초 이스라엘 전역에 아이언 돔 6기 배치가 완료된 후인 11월,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8일간의 공습 기간 동안 하마스는 수 백발의 로켓을 이스라엘로 발사했고, 이에 이스라엘 군은 아이언 돔의 요격률이 90%로 정확했다며 아이언 돔의 실적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이언 돔의 화려한 데뷔 직후 한국, 인도, 싱가폴 등의 국가들이 아이언 돔의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한국정부는 고가의 비용대비 실용성 및 한국 사용의 적합성 여부로 실제 도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은 미국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아이언 돔을 실전배치하며 성능을 입증했고, 운용을 위한 추가 비용을 미국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에 덤으로 아이언 돔을 제작한 라파엘 사를 포함한 이스라엘 군수업체의 '실전에 유용한' 무기수출량은 급증했다.

하지만 이 아이언 돔의 로켓 요격능력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군사정보 관련 특성상 이스라엘 정부 및 개발사의 분석 외에는 정보 접근의 한계가 크다. 이스라엘 공식 발표 90% 요격률에 반발하는 입장으로 7월 15일 발표된 'MIT Technology Review'에서, MIT 과학 안보, 미사일 전문가 테오도르 포스톨 교수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아이언 돔이 로켓의 목적지를 탐지하는 탐지 레이더는 뛰어나도, 이 로켓의 탄두를 정확히 맞추는 요격기능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톨 교수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 발표와 달리 실제 요격률은 5% 미만으로 매우 낮지만, 이스라엘의 방공 알람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인 '레드 얼러트'(Red Alert) 덕분에 희생자가 극소화 됐다고 평가했다. 아이언 돔의 성능에 대한 논란은 2012년 공격 이후에도 있었으나, 연구, 자료획득 및 분석의 어려움 등으로 많은 검증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아이언 돔의 요격률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스라엘군과 군수산업, 크게 국가 전체 경제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전쟁을 통해 큰 이익을 얻고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2000년대 초반 2차 인티파다, 2006년의 레바논 전쟁, 2008~9년의 가자 침공, 2012년의 가자 공중 폭격, 그리고 이번 2014년의 가자 침공 등 이스라엘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신무기를 직접 테스트 할 수 있는 '테스팅 베드'로 이용해왔다. 각종 이스라엘 군수업체들이 만들어낸 신무기들이 매번 이용되는 가운데, 2008~9년엔 미 공군이 2006년 개발한 고밀도금속폭탄(DIME) 사용이 확인됐고, 2012년엔 아이언 돔이 데뷔했으며 이번 2014년엔 본격적인 아이언 돔의 성능을 전례 없이 긴 한 달 이라는 기간 동안 홍보했다.

당연히 이런 신무기 테스트를 통해 이스라엘과 군수업체들이 얻는 이익은 매우 대단해 보인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무기수출 매출액은 2002년 20억 달러에서 2006년 34억 달러 그리고 2012년엔 60억 달러로 급증했다. 2013년 이스라엘군과 매우 밀접한 군수업체들이 이 매출액을 나눠가졌는데, 바로 엘비트 시스템(Elbit Systems),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srael Aerospace Industry, IAI) 그리고 라파엘(Rafael) 사다. 이중 라파엘사는 아이언 돔이 데뷔 한 직후 3개사 중 15%의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이 매출액과 이스라엘 발 전쟁·공격들을 연대기적으로 봤을 때 각 전쟁들이 무기개발 테스트 및 홍보의 사슬로 얽혀 있음은 매우 자명해 보인다.

한국정부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오고 있다. 약 400회 이상의 UN 인권 이사회, 안보리의 이스라엘 전쟁 범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기권' 하는 몇 안 되는 이스라엘의 맹목적 우방국 중 하나이고, 이스라엘과 가장 활발한 무기 교역국 중 하나이다. 유엔세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이 이스라엘에 수입, 수출한 소형무기의 공개된 액수만 각각 424억, 335억 원 규모였다.

이스라엘의 이번 가자지구 침공이 민간 학살임이 명백한 가운데, 스페인정부와 영국 정부는 일찍이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을 금지 혹은 재검토했다. 이와 정반대로 한국 정부는 공식 외교부 성명에서 양측을 대등한 상대자로 놓는 '물타기' 성명을 발표했고, 이 피묻은 학살의 전면에 있는 아이언 돔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최근 아이언 돔 개발업체 라파엘사는 2016년까지 아이언 돔을 뛰어넘는 '아이언 빔'이라는 무기를 실전배치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2016년 가자, 혹은 레바논에 또 다른 이스라엘의 대규모 신형 무기 테스트용 전쟁이 점쳐지는 발표다. 과연 한국 정부는 2000명 팔레스타인의 피가 묻은 아이언 돔을 구입할 것인가? 이스라엘 군과의 교류 자체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인종차별적 민간학살에 동참하는 길이라는 것을 한국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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