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이 한 달을 넘었다. 13일 현재 단식 31일째인 김 씨는 최근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는 몸이 너무 안 좋았다. 두통이 심해서 잠들 때까지 아픈 내색도 못하고 참다 잠 들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머리 아픈 것은 나았고 잇몸만 조금 멍할 뿐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루빨리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한달을 굶어보니 배는 고픈 게 없는데 왠지 먹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닭볶음탕에 소주 한잔, 삼겹살에 소주 한잔, 낚지 볶음에 소주 한잔, 우럭 매운탕에 소주 한잔. 하지만 오늘 정치권의 야합으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다면, 나는 기약 없는 굶주림의 고통 속으로 또다시 빠져야만 한다."
그의 글은 대부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응원온 시민들의 얘기로 채워진다. 그가 "아무리 배고프고 몸이 아파 힘들어도 버티"는 이유다.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들이 보내는 편지도 다수다.
"'아빠, 쓰러지지 말고 꼭 버텨주세요. 그리고 안전한 나라 만들어 주세요. 아빠, 사랑 합니다.' 매일 이런 편지를 받는다. 이제는 배고프고 아픈 고통보다는 힘이 솟는다."
'대한민국 아버지'로 김 씨의 아픔을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페이스북 글로, 만화로, 동영상으로, 동조 단식으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온라인 추모 기록 보관 제안자인 전상훈 씨는 "친구 유민이 아빠에게"라는 글에서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청춘의 꿈이 사라지고, 밥 먹고 살겠다고, 자식들 좋은 대학 보내겠다고 돈의 노예"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같은 세대 친구로 미안하다"며 "우리 세대 아빠들이 모이면 유민 아빠, 예은 아빠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왜 우리는 이리도 못난 아빠들인지"라는 자책과 함께.
그럼에도 전 씨는 희망 섞인 응원을 했다. "희망이란 놈이 여전히 곁에 있"다며 한 달 전과 비교해 "이제는 416명의 아빠 엄마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 그는 "우리 함께 희망이란 놈을 붙잡아 하늘에 있는 유민이에게 보낸 후, 아빠들끼리 친구로 소주 한잔 하자"고 기약했다.

영화인들의 동조 단식도 늘고 있다. 정지영·류승완·장준환 감독 등이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외치며 지난 9일 세월호 유가족과 뜻을 같이한 데 이어, 12일에는 봉준호·박찬욱·변영주·신연식·임순례 감독를 비롯한 배우 문소리·고창석·조은지·장현성 씨가 참여했다.
이날은 <변호인> 양우석·<아부의 왕> 정승구·<김종욱 찾기> 장유정·<야간비행> 이송희일·<미스터 로빈 꼬시기> 김상우·<찌라시> 박홍열 CGK 촬영감독 등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 외 영화 프로듀서 및 기획자 등이 각자의 일터에서 단식 중이다.
지난 4일부터 광화문 단식농성장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씨는 페이스북에 "영화인들 대박입니다"라며 "자다가 배고파 깼는데 갑자기 배가 부르네요. 끝까지 한다니 든든합니다"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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