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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첫 인사, 탕평은 했는데…

전임 도정 인사, 대거 요직 진출 '반사이익'...'개혁 인사'는 실종

원희룡 도정 첫 정기인사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활달한 붓놀림과 화려한 색채를 바랐지만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순화해 평가하면 '담백하다' 하겠고, 혹평하면 '밋밋하다' 하겠다.

12일 예고 발표한 이번 원희룡 제주도정의 첫 정기인사 모토는 '일 중심'과 '대탕평'이었다.

원 지사는 공직사회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관행을 없애고, 일과 능력 중심의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이날 발표된 원 도정의 첫 인사는 언뜻 보면 전임 도정과 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탕평인사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김태환 전 지사 사단이 대거 중용되며 전면 배치됐고, 우근민 전 지사 인맥들은 뒤로 후퇴한 양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태환 도정의 부활'이라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특히 1955년생 박영부 전 서귀포시장이 제주도 '넘버 3' 자리인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되면서 원 지사 첫 인사의 색이 바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일 중심, 사람 중심, 능력 중심의 '탕평인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약속과 제주판 '3김 시대'의 공직자 줄세우기나 편가르기 관행을 깨겠다고 한 약속은 절반은 지켜졌지만 절반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핵심은 변화와 혁신을 실감케 할 파격적 개혁인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미 전임 도정에서 행정직 공무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 중 하나인 서귀포시장까지 지낸 박영부 전 시장을 도청 기획조정실장에 다시 등용시킨 것이 '파격이라면 파격'이다.

물론 개혁적 인사에는 제주도정이 안고 있는 인력풀의 한계라는 현실 문제가 뒤따른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등용해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새로운 도정의 과제다.

이번 인사 규모는 승진 85명, 전보 762명으로 승진인사는 민선 5기에서 평가한 근무성적을 존중했고, 서기관급 간부공무원 전면 교체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고 자평했다.

김정학 총무과장은 "사무관 승진은 올해 초에 연간 승진예정 인원을 모두 승진 의결함에 따라 이번에 한 명도 승진하지 못했다"며 "특히 서기관급 이상 직급 승진이 14명에 그쳐 새로운 얼굴로 원 도정의 색깔을 입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획조정실장에는 서기관인 박영부 전 서귀포시장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며 자리를 꿰찼고, 도의회 사무처장도 고경실 부이사관이 이사관으로 승진하며 임용됐다.

제주도는 이들이 다양한 중앙부처 경험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민선 5기 도정에서 소외받았던 점을 감안, 업무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다시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박영부·고경실 두 공직자의 임용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우 도정에서 소외받았던 김용구 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장이 특별자치행정국장으로, 오승익 문화융성추진단장이 문화관광스포츠국장, 송진권 도의회 총무담당관이 직위 승진해 국제자유도시건설교통국장, 양치석 행정시기능강화추진단장이 농축산식품국장으로 직위 승진과 함께 임명됐다.

중국 상해에 코트라 협력관으로 오랫동안 파견나갔던 윤창성 부이사관이 1차산업경쟁력강화지원추진단장으로 복귀했고, 4년 가까이 대천동장으로 있었던 이승찬 서기관(서귀포시 주민생활지원국장)이 예산담당관으로 발탁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민선 5기 내내 소외됐던 인사들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미 김태환 도정에서 천수(?)를 누린 공무원들이라는 시각이 교차한다.

국제자유도시건설교통국장 직무대리에 임명된 송진권 서기관은 김태환 도정 때 핵심라인으로 꼽히다 지난 민선 5기 때에는 도의회 사무처에서 일해 왔다.

농축산식품국장 직무대리에 발탁된 양치석 서기관 역시 민선4기 김태환 도정에서 최측근으로 일해 오다 우근민 도정에서 번번이 보직에서 밀려나 있다가 막바지에 행정시기능강화추진단장에 임명됐다.

다만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 실세들이 유배(?)를 떠나던 관행은 사라졌다. 그래서 우근민 도정 실세들 중에도 도청 주요 보직 자리를 꿰찬 이들이 있다.

우 도정 측근 인사 중에서는 정태근 제주시 부시장이 환경보전국장, 문원일 수자원본부장이 보건복지여성국장으로 탕평인사 혜택을 봤다.

또 김진석 산업경제국장이 국제통상국장, 강승수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이 경제산업국장으로 이동했다.

반면 우 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김영주 부이사관은 제주발전연구원, 이용철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제주테크노파크, 김성도 수출진흥본부장은 제주도관광협회, 문영방 총무과장은 제주관광공사로 파견되는 등 외곽으로 나갔다.

결국 이번 원 도정 첫 인사에서 탕평인사 구색은 갖췄지만 박영부 기획조정실장 임명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으로서는 화려한 복귀일 수 있지만 1955년생으로 내년 초에 공로연수 대상이어서 도청 내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 인사를 6개월 후 다시 해야 하는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또한 첨예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강정마을 해법을 최우선으로 공언해온 원 지사가, 현재 강정마을 주민들로부터 해군기지 갈등을 확산시킨 공직자로 각인된 박영부 실장을 기용함으로써 당분간 갈등해결의 단초는 찾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부담이다.

능력중심의 탕평인사, 줄 세우기·편 가르기 관행 철폐, 일로 승부하는 공직풍토를 만들겠다는 원희룡 제주도정의 첫 정기인사. 막은 올랐고 객석의 반응이 주목된다.

제주의 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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