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원들에 대한 불법 사찰로 파문을 일으켰던 '유통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가 이번엔 직원들의 개인 사물함을 무단으로 뒤지는 등 사생활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트 측은 '도난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12일 이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5월18일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서 직원들의 개인 사물함 '불시 점검'을 벌여 허가없이 일부 개인 물품을 수거해 폐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난 방지를 위해 '계산 완료'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물품을 적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직원 소지품 검사는 지난달 부천 중동점에서도 있었지만, 논란이 커지자 이마트 측은 "중동점 외에 다른 곳에서 불시점검은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의 해명과 달리 다른 점포에서도 사물함 불시 점검이 이뤄지고 있던 셈이다. 이마트노조 포항이동점 박선영 지부장은 "(불시 점검으로) 물건이 없어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아챈 경우도 있고, 수거한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돌려줄 것인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다"며 "이에 항의하자 '본사 지침'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헌법 위 취업규칙? 취업규칙에 '소지품 검사' 명시
특히 이마트는 아예 취업규칙을 통해 '소지품 검사'를 버젓이 명문화하기도 했다. '헌법 위의 취업규칙'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마트 취업규칙 47조 '소지품 검사' 항목을 보면, "회사는 사내의 질서유지와 위해 예방을 위해 사원의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검사 또는 검신을 행할 수 있으며, 사원을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마트노조 전수찬 위원장은 "도난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직원들도 출퇴근 시 도난 검색대를 통과한다"며 "마트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인데, 남성 관리자가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을 회사가 당연시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개인 사물함 무단 수색은 최상위법 헌법이 규정하는 국민의 인격권과 존엄성, 신체 및 주거의 자유, 특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특히 이런 행위는 형법에 의해 불법 수색죄와 특수절도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절도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물품을 허가없이 수거해 폐기하는 등, 스스로 절도를 저지른 셈이다.
권 변호사는 소지품 검사를 명시한 취업 규칙에 대해서도 "'사원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것은 위헌적, 인권침해적"이라며 "회사가 사원들을 예비 절도자로 간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폐쇄회로(CC) TV를 활용해 직원들을 감시하는 행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지난 4월 작성한 '캐셔 파트 부정·부실 예방 개선(안)'에 따르면, 쿠폰 임의 발행 등 캐셔 노동자들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만족센터 소속 캐셔 전원과 캐셔 3분의1 이상의 부당 재결제 여부를 총 두 달간의 CCTV 영상을 이용해 확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권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허용된 CCTV 사용 범위를 일탈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조직적인 직원 사찰 및 미행, 노조 탄압으로 논란을 빚었으며, 지난 5월 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병렬 전 대표 등에게 유죄를 선고 한 바 있다.
이마트는 홈페이지 소개란에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 정착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마트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홈페이지에 "인권 및 노동환경 관련 규정을 준수"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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