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집무실 책상에는 나침반이 있다. 벽에는 신영복 선생의 서화 ‘떨리는 나침반’이 걸려 있다. 시계가 아닌 나침반. 절묘한 상징이다. 이제까지의 교육이 ‘속도’만 강조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방향’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시계 바늘은 떨림이 없다. 정해진 방향으로 단호하게 한발 한발 나아갈 따름이다. 예전엔, ‘시계 같다’는 게 미덕이었다.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방향이 정해져 있던 시절, 학교가 할 일은 ‘시계 같은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정해진 방향으로 재깍재깍 움직이며, 스펙을 쌓아간 아이들이 결국 실업자가 된다. 기껏 취업에 성공해도, 불안은 여전하다. 극심한 경쟁과 야근에 시달리다 한순간에 일터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부모와 교사가 알려준 방향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도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나침반 바늘은 끊임없이 떨린다. 방향이 정해져 있는 시계 바늘에게 떨림이란 낭비일 뿐이다. 그러나 방향을 찾아야 하는 이에겐 떨림이 숙명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방향을 찾게끔 하는 교육은, 그래서 떨림을 품는 교육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나침반이 있는 집무실에서 조 교육감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한 이날 인터뷰는 자율형사립고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 조 교육감은 자사고 학부모들과 면담을 했다. 또 교육청 앞에선 일부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자사고 재지정 문제가 더 어려워진 이유는…"
프레시안 : 자사고 폐지 논란이 뜨겁다. 자사고는 공교육 황폐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까닭에, 진보교육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같은 입장을 내걸었다.
조희연 : 오늘(7월 30일)도 자사고 학부모들을 만났다. 엄청나게 격앙된 분위기였다. 자사고가 잘 하고 있는데, 왜 ‘만악의 근원’처럼 만들었느냐는 게 학부모들의 입장이다. 일반고가 안심하고 다닐만한 곳이라면, 굳이 자사고에 가지도 않았으리라는 것. 따라서 일반고를 살려서 굳이 자사고에 가지 않아도 되게끔 하면 문제가 없는데, 왜 자사고만 문제 삼느냐. 이게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일리가 있다.
만약 큰 차원에서의 교육개혁이 이뤄진다면, 그래서 굳이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라면, 자사고 재지정 문제를 푸는 게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게다. 일반고 살리기 정책이 먼저 추진되고, 그 성과가 현장에서 충분히 확인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몸으로 그걸 느낀 뒤에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논하는 게 순서상으로는 옳다. 그랬다면 반발도 없었을 게다. 그런데 하필 교육감 취임 직후에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정하는 시기를 맞게 됐다. 행정적인 일정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답답한 면이 있다.
프레시안 : 자사고 교장들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점을 당초 일정보다 뒤로 미뤘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조희연 : 이미 안내된 전형 방법에 맞춰서 입시를 준비하는 현 중3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반고 전환 시점을 2016년으로 연기했다.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는 자사고가 재단과 학부모 등과 협의해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또 2016년으로 전환 시점을 미루면, 현재 자사고 2학년인 아이들까지 자사고를 졸업할 수 있다. 자사고로 입학해서 일반고로 졸업하는 아이들은 1학년에 그치게 된다. 이런 사정까지 고려해서 전환 시점을 연기했다.
"자사고 입시, 성적 제한 없는 추첨 선발이 옳다"
프레시안 : 자사고 재지정 여부 결정을 위한 평가지표 가운데 ‘공교육영향평가’가 논란에 휩싸였다. 사실상 자사고 폐지를 위해 도입한 지표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공교육영향평가’ 지표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교육영향평가’ 지표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조희연 : 기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지표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평가 지표로는, △회계 부정 △입시 부정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의 문제가 있는 학교조차 걸러낼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런 문제가 있는 자사고는 직권 취소해야 한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교육 영향 평가 지표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런 지표를 적용하면, 평가 대상 14개 학교를 모두 ‘지정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지표의 타당성에 대해 일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자사고에 대한 공정하고 엄밀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평가 지표를 재검토하여 종합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자사고 입시 지원 자격에서 성적 제한을 폐지했다. 또 면접 전형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에서는 제동을 걸려는 분위기다.
조희연 : 성적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 선발하는 게 이전 선발방식이었다. 2015학년도 전형은 성적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면접을 도입했다. 그러나 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서, 일반고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현실은 여전하다. 자사고는 설립 목적에 찬성하는 학생들만 지원하므로, 추첨 선발만으로도 자사고 운영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교육부 역시 지난해에 성적 제한 없는 추첨 선발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자사고 측의 집단 반발로 실시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 문제는 교육부와 협의하여 추진할 것이다.
"학력, 학벌, 직업 등에 따른 차별 줄이는 게 관건"
프레시안 : 지난 선거 당시 ‘일반고를 살리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했다. 이런 약속을 지키려면 자사고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특목고 정책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외국어 고교라면, 외국어 전문 고교로 분명히 자리매김 해야 한다. 지금은 설립 목적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아울러 일반고에 대해선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자사고에 보낼 때 기대하는 바가 있다. 그게 일반고에서도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현실적으로 고교 서열화 문제가 풀린다. 결국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상향평준화를 하자는 말이다.
물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좋은 대학에 가려는 경쟁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 지금은 직업, 학력, 학벌 등에 따른 차별이 너무 심하다. 게다가 세칭 일류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상당수가 ‘사오정’이 된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퇴직 이후에 안전망이 없다는 말이다. 부모들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 하는 건, 이런 살벌한 경쟁에서 자식을 보호하려는 마음과도 통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그나마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사회적 격차, 경쟁의 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적으로 일부 부문에서 경쟁을 줄여도, 다른 부문에서 경쟁이 더 심화된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결국 직업, 학력, 학벌 등에 따른 보상 격차를 대폭 줄여야 한다. 적어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는 줄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다.
결국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학력 격차 등에 대한 보상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서구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19세기에 고속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겼다. 그러다 20세기 초로 넘어오면서 모순이 폭발했다. 세계대전을 거쳐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순치된 자본주의가 출현했다. 한국은 서구 사회가 20세기 초반에 겪었던 진통을 부분적으로는 지금 겪는 게 아닌가 싶다. 격차를 완화하는 문제는 이런 맥락에서 토론했으면 한다.
"혁신학교는 '학교 민주주의' 프로젝트"
프레시안 : 자사고 문제는 ‘공교육 살리기’의 한 부분이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자사고 문제 외에도 풀어야 할 게 많다.
조희연 : 교육청에 세 개의 TFT(Task Force Team)를 꾸리려 한다. 일반고 전성시대 TFT, 혁신학교 TFT, 교원업무 정상화 TFT 등이다.
자사고 문제는 일반고 전성시대 TFT 소관이다. 일반고가 황폐화된 건 사실이다. 성적 좋은 아이들이 대부분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빠져나가니, 일반고 학생들은 ‘이류학교’에 다닌다는 자괴감을 안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이 모두 자사고 탓은 아니다. 일반고를 살리려면 그밖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반고는 일종의 종합학교가 돼야 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경제적 형편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섞여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지금 일반고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선 체계적인 돌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진로 및 직업 교육도 무시할 수 없다. 일반고 학생 중에도 직업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특성화 고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직업 교육을 원하는 아이들 가운데 일부가 일반고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아울러 공교육을 살리려면, 나머지 두 개의 TFT가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혁신학교가 잘 돼야 한다. 또 교원업무가 정상화돼야 한다.
공교육 안에서 그나마 혁신적인 시도가 이뤄지는 곳이 혁신학교다. 그간 혁신학교 시도가 일부 선도적인 학교, 선도적인 교사에 의해서만 이뤄졌다면, 이를 확산시키는 게 앞으로의 임무다. 현행 67개 혁신학교를 200개 수준으로 늘리겠다.
지금까지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지나치게 순수주의적인 면이 있었다. 예컨대 혁신학교 교사에게 가산점을 주는 문제가 그렇다. 지금은 주지 않고 있다. 가산점을 주면 순수성이 사라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가산점 받으려고 혁신학교에서 일한다면,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고 보는 게다. 정당한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혁신학교 교장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힘은 많이 드는데 적절한 보상이 없으니까, 평범한 교사들에게는 혁신학교가 기피학교가 된다고 했다. 대단히 헌신적이거나, 진보적, 혁신적이지 않은 교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물론 혁신학교의 취지가 퇴색하지 않는 선에서다.
나는 혁신학교의 여러 특징 가운데 ‘권력 관계 민주화’라는 점을 특히 주목한다. 일종의 ‘학교 민주주의 프로젝트’라고 본다. 교장과 교사 사이의 관계가 민주화된다. 더 이상 교장에게 무조건 순응하는 교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 학생과의 관계에서도, 지식을 기계적으로 떠넘겨주기만 하는 교사가 아니다. 권력 관계가 민주화돼 있고, 적극적 교사와 적극적 학생이 어우러진 곳, 그게 바로 혁신학교라고 본다.
교사가 혁신의 주체가 되려면, 필수적인 조건이 ‘교원업무 정상화’다. 지금의 학교에는 분명히 교사더러 매너리즘에 빠지도록 촉진하는 장치가 있다. 핵심은 권위적인 교육행정 체계다. 그 중심에는 교육청이 있었다. 이걸 바꿔야 한다. 교육청의 행정이 서비스 중심,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청에서 워낙 많은 공문을 요구하다보니, 지금까지는 공문 잘 쓰는 교사가 인정받고 승진하는 구조였다.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대폭 줄이도록 하겠다. 공교육에서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결국 교사의 자발성이다. 그리고 교사의 자발성이 살아나려면, 교육과 무관한 행정업무에서 교사들을 풀어줘야 한다.
"박근혜 공약인 누리과정, 중앙정부 예산으로 실행해야"
프레시안 : 앞서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했다. ‘지원’이라는 게 결국 돈 아니면 사람 문제 아닌가. 그게 빠지면 공허한 이야기다.
조희연 : 먼저 사람 이야기를 하겠다. 일반고 중에도, 선호 학교와 비선호학교가 있다. 지금까지는 나이 드신 분들이 비선호 학교 교장으로 임명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걸 바꾸겠다. 비선호 학교에 젊고 유능한 교장이 가도록 하겠다.
그리고 돈 이야기. 이거, 쉽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도 3500억 원 정도 적자다. 세수 부족 탓이다. 일단 내부 절약을 통해 메우는데, 한계가 있다.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상황이다. 예산이 부족하니, 명퇴 신청도 다 받아주지 못한다. 명퇴 신청자 가운데 7~8퍼센트만 받아주는 상황이다.
흔히 보수언론은 무상급식 때문에 재정 적자가 생겼다고 비난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출을 보면, 무상급식, 초등돌봄교실, 누리과정 등 세 가지 분야 지출이 제일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은 누리과정이다. 무상급식에 연간 2500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누리과정에는 5400억 원이 든다. 정부가 아이들 보육비용을 지원하는 누리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었다. 중앙정부가 공약해놓고, 지방정부 및 교육청 예산을 헐어서 실행하는 셈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 예산으로 실행하는 게 옳다.
과거 보수진영은 진보 진영이 주장한 무상급식 하느라 재정이 부족해져서 학교 시설 못 고친다고 비난했다. 이런 방식을 차용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누리과정 때문에 학교 시설 못 고친다고도 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비판을 하고 싶지 않다. 보육을 챙기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무상급식 등은 모두 필요한 일이고,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일이다. 그래서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재정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나는 ‘증세’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박정희는 '1차 고교 평준화'…'수평적 다양성' 보장하는 '2차 고교 평준화' 필요"
프레시안 :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약속은, 결국 ‘고교 평준화’ 유지와도 통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고교 평준화’는 박정희 시대의 산물이다. 흥미로운 건 박정희 시대를 긍정하는 보수 진영이 종종 ‘고교 평준화’를 비난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고교 평준화’는 사실상 무너지다시피 했다. 박정희 시대의 공과 과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던 학자 출신 교육감으로서, ‘고교 평준화’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박정희 정부가 1969년에 중학교 평준화를 했고, 1974년에 고교 평준화를 했다. 박정희 정부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추진한 일이다. 입시경쟁의 폐해가 극한에 이르렀다는 반성 때문이다. 나는 이걸 ‘1차 고교 평준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건 ‘2차 고교 평준화’다. 현대적인 고교 평준화, 즉 ‘2차 고교 평준화’는 다양성을 보장하는 평준화다. 평준화가 획일화로 가서는 곤란하다.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단서가 있다. ‘수평적 다양화’여야 한다는 점이다.
자사고를 추진한 이들이 내세운 구호 역시 ‘다양화’였다. 그러나 그건 ‘사이비 다양화’였다. 수직 서열화를 촉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양화가 서열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는 않다. 아이들의 부모, 조부모의 경제력 격차가 너무 크다. 이런 격차가 아이들에게 재생산 된다. 그리고 격차는 다시 차별이 된다. 이걸 막는 게 공교육의 임무다.
일부 자사고는 소수의 학생이 신청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당장의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시도가 바람직한 ‘다양화’ 모델이다.
"끊임없이 떨면서 북극성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현장의 꿈과 함께하는 교육감"
프레시안 : 교수, 시민운동가 등을 거쳐 교육감이 됐다. 낯선 경험을 많이 할 것 같다.
조희연 : 행정과 시민운동의 차이를 자주 느낀다. 시민운동이란 행정기관에 대해 책임을 따져 묻는 역할을 주로 한다. 그래서 실행 과정의 적절성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런데 교육감은 교육청 전체를 개혁적으로 끌고 가면서, 동시에 관료제 운용의 미묘한 결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낯선 경험이 많다. 관용차를 타고 가면, 문득 내가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용차 타고 가는 사람 보면 시니컬한 느낌이었으니까. 교수 시절엔 자유를 만끽했는데, 자유를 잃어버리니 답답할 때도 있다.
지금도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전에 교육청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반대 입장이 되니, 어색한 게 사실이다. 밖에서 피켓 들고 있는 이들의 주장을 품는 행정가가 되겠다. 시위 하는 분들 중에는 나보다 보수적인 분들도 있고, 진보적인 분들도 있다. 두루 귀를 기울이겠다. 나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나오는 비판은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비판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돼야 교육행정가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을 게다. 끊임없이 떨면서 북극성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을 자주 생각한다. 나침반 바늘이 떨지 않으면, 제 구실을 못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성찰하면서도 진보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는 교육감이 되고 싶다. 꾸준히 매 맞고 비판받으면서도, 아래로부터의 개혁 동력을 잃지 않는, 현장의 꿈과 함께하는 교육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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