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과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지난 8일 한목소리로 야당을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상체제로 전환했지만, '구악(舊惡)'을 깨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첫 정당 혁신안으로, 사실상 기득권 유지책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시했다. 현안인 세월호 특별법 문제도 '선(先) 조율 후(後) 처리'라는 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태(舊態)'를 보였다.
이철희 소장은 이날 방송된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패배노선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번의 총대선과 지방선거 및 재보선 참패, 그럼에도 130석 거대 정당으로 남아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논리적으로 없어지는 게 낫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의원 개개인을 향해 "위기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제1야당 입장에서는 자기 표를 갉아먹을 군소정당이 없다. '안철수 세력'(안풍)은 이미 제거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야권) 표를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사실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1대 1' 구도다. 국회의원들이 (정당) 공천만 받으면, 본선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또 박근혜 정부 말기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그 사람들, 국회의원 130명이 겁먹고 있다는 건 사기다. (위기라는 생각도 안 하면서 위기라고) 위장하는 것뿐이다."
김윤철 교수는 이철희 소장의 비판이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픈 소리일 것"이라면서도 야당의 진정성 없는 위장술을 비난했다.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죽는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죽어 있는 척하다 살아나는 새누리당의 '생척사 사척생(死척生 生척死)'의 술수라도 배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중간에 치러진 전당대회(7월 14일)에서 지도부를 비박계 인물로 전면 교체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실책인 인사 문제와 세월호 참사를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이제 그냥 새누리당 지지할래요'라는 말이 나온다. (선거 때마다) 지지정당을 바꾸는 '스윙 보터'(swing voter, 부동층)가 아닌, (하나의 입장으로 정리된) '정치적 결절점'이 등장할 수 있다. (7.30 재보선 이후,)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결절점이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일정 부분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60년 전통 '제1야당', 집권여당 시절에도 가져보지 못한 130석이라는 '현실적인 힘'에 미련이 있던 스윙 보터마저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 승리, 즉 기대감을 저버렸다는 뜻이다.
김윤철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점을 "승패에 관심이 없는, 지위 보존에만 관심이 있는" 정당이라고 정리했다. 이철희 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으로 자기 이해만 있다"고 비난하며, 새정치민주연합 내 486 정치인을 호되게 비판한 칼럼 한 편을 인용했다.
"찬란했던 숭고함은 어디 가고 따분한 무능으로 허벅지살만 붙었다. 이정현의 반만 공부했더라도 지금 누구 하나쯤은 정책통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하건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진보를 외치고는 있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진정 자신의 문제로 여길 만한 구호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낡은 체제를 허물어보겠다는 담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운동권 출신이 아닌 '천·신·정'도 10여 년 전 동교동계에 찍힐 각오로 정풍운동을 벌였다. 그 저돌성은 국민참여 경선을 낳았고 결국 노무현 당선의 토대가 되었다. 그때 그들의 나이 겨우 마흔예닐곱이었다."(8월 5일 자 <한겨레>, '이정현과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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