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쩌라고."
젊은 경찰의 눈빛은 위협적이었다. '왜 국회 출입을 막느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서슴없이 반말을 쏟아낸다. '어쩌라고'를 연발하며 한 발 한 발 한 여성 유가족을 향해 전진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그의 앞에 바짝 다가섰을 때에야 그는 걷기를 멈췄다. 의원을 상대로는 존댓말을 썼지만 적의 섞인 목소리 톤은 그대로였다.
11일 오전 11시 30분께, 안산에 머물던 유가족 80여 명이 국회를 찾았다. 지난 7일 나온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논의키로 한 새정치연합 의총을 몇 시간 앞둔 때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유족들이야말로 이 특별법의 당사자다. 그러나 정작 그 당사자들은 국회 본청으로부터 350미터나 떨어진 울타리조차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유가족들 사이사이에는 곧 있으면 바로 그 의총에 참석해야 할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섞여 있었다. 강기정, 은수미, 부좌현, 이목희 의원 등이 이들과 동행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친 언행으로 이목을 끈 한 경찰을 향해 김현 의원이 관등성명을 물었지만, 등을 돌리고 도망치듯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야 빨리 채증 안 해?", "폭력 쓰면 다 찍어", "여기 빨리빨리 둘러싸." "저기 저기, 들어가는 사람 막아."
몸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넘어지는 유가족들 주변으로, 채증 카메라를 단 까만 막대기 또한 바쁘게 움직였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10반 이은별 학생의 이모는 결국 정강이와 새끼손가락에서 붉은 피를 봤다. 또 다른 유가족 한 명은 비명을 지르며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렸다. 그 옆에 섰던 스크럼을 짠 동료들을 향해 한 경찰이 미소를 지으며 왼쪽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이날 국회 정문 앞 마찰은 1시간가량이나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유가족들은 정문을 통과했고, 현재는 의총 장소가 있는 본청 2층 정문 앞 농성장에 모여 앉아 있다. 새정치연합 의총은 이날 오후 3시께 시작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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